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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Jan 23. 2019

가능성

만약 어느 정도의 가능성이 있다면, 우리는 어떤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

스포츠만 아니라 영화나 소설 등 각종 문학 작품에서 "나는 1%의 가능성이 있다면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상당히 멋지게 사용되어 사람들이 감탄하게 한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1%의 가능성을 보고 우리는 현실에서 도전할 수 있을까? 100번 해서 1번 될까 말까 한 그 미친 확률에?

물론, 나는 과감한 도전을 꺼리지 않는 사람이라며 선뜻 나서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 정도의 가능성만 믿고 어떤 일을 시작하려고 하지 않을 거다. 차라리 그것보다 더 확률이 낮더라도 완전히 '운' 하나로 결정되는 복권을 사는 게 낫다고 말할 수도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겨우 그 정도의 가능성을 보고 일을 벌일 바에, 차라리 바보처럼 복권 한 장을 사서 토요일 밤 발표를 기다리는 게 낫다. 정말 말도 안 될 정도의 확률을 꿰뚫고 로또 1등은 매주 나오고 있지 않은가. 차리라 그 말도 안 될 확률에 적은 돈으로 실낱 은 기대를 거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그런데 아무도 비판하지 않을 복권이라는 덧없는 꿈과 달리 현실은 늘 잔인한 평가를 받아야만 한다. 그래서 우리는 1%의 가능성을 보고 도전할 수 없다. 적어도 30% 이상은 되어야 최소한 투자를 할 수 있다. 야구에서는 3할만 쳐도 잘 치는 타자라며 30%면 굉장히 높은 거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야구의 특이성 하나를 간과하고 있다. 바로, 야구에서는 꾸준히 기회가 찾아온다는 점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우리가 매 경기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처럼 기회를 매번 받을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 큰 감명을 받았던 선생님의 말씀 중에 "백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고? 도끼날 문제다. 잘 생각해라."라는 말씀이 있다. 그렇다. 우리는 무조건 백 번 찍으면 그래도 넘어가겠지 싶지만, 우리가 들고 있는 도끼의 문제를 생각해봐야 한다. 나무를 베어 넘기기 위해서는 백 번 나무를 찍을 각오와 노력도 필요하지만, 우리가 가진 도끼의 날을 어떻게 날카롭게 갈 수 있을지 생각도 해보아야 한다.

현실에서 어떤 일을 시작하고자 한다면, 먼저 내가 가지고 있는 도끼가 나무를 베어 넘길 수 있는 도끼인지 알 필요가 있다. 만약 나무를 베어 넘길 수 있는 도끼가 아니라면, 일단 도끼를 예리하게 갈 수 있는 도구를 찾아 도끼를 갈아야 한다. 만약 도끼가 불량이라면 다른 도끼를 찾아야 한다. 도끼 문제를 해결한 다음은 어떤 자세가 가장 안정적으로 도끼질을 할 수 있을지 배우고, 도끼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된 다음에 나무를 찍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나무는 '쩍' 하는 소리를 내면서 쓰러지게 된다. 

이 일련의 과정이 바로 우리가 어떤 일을 시작해 결과를 맺기 위한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그저 가능성 하나만 보고 일을 시작하고자 하는 건 바보 같은 일이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내가 진정으로 이 일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점검하고, 필요한 부분을 챙긴 이후에 일을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우리는 적어도 절반의 확률로 해볼 만한 승부를 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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