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누군가 내가 매일 계획을 세워서 순서대로 보내는 일상이 불편하지 않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물론, 불편해. 나도 종종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살려고 하는지 모를 때가 있어.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나라는 인간이 금방 나태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어쩔 수가 없어. 매일 계획을 세워도 100% 다 실천하는 날만큼 다 실천하지 못하는 날이 있거든. 실천하지 못했을 때는 왜 실천하지 못했는지 나 스스로 물어보는데, 사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에서 벗어나지 않아.
첫 번째 이유는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호출로 어머니의 일을 도왔을 때야. 어머니 일을 도울 때는 금방 납품만 하고 끝날 때도 있지만, 스티커를 붙이거나 종일 함께 납품해야 할 때도 있어. 이때는 적게는 오후 시간 전를 쓰거나 많을 때는 아침부터 밤까지 할 때도 있지. 이때는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에 다음 날로 미루거나 일주일 계획을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어. 그래도 어머니 일을 도와야 하는 건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지.
두 번째 이유는 내가 게을러서 그래. 가끔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고, 뭘 하더라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쉬자.'라는 마음이 되어버리는 거지. <우울증 탈출>이라는 책을 읽어보니 이런 증상을 돌연리턴이라고 하던데, 무기력한 상태와 우울한 감정이 솟구칠 때는 괜히 안 되는 일하기 위해서 억지로 붙잡고 있기보다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해. 그런데 지나고 보면 그런 감정도 전부 다 게으름이더라고. 그냥 놀기만 하는 게 아니라 평소에 하지 못한 일을 하는 게 가장 좋다는 걸 알게 되어서 지금은 돌연리턴을 겪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작업이나 가장 뒤로 미뤄둔 일을 하고 있어.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이더라고.
이렇게 사는 일이 마냥 쉬운 일은 아니야. 하지만 이 정도로 지금, 여기를 있는 힘껏 살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정말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백수가 되어버리니까. 그리고 지금 이 일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해. 그러니까 크고 작은 불편함은 감수해도, 하루를 낭비하지 않고 보내기 위해서 매일 계획을 세워서 최대한 순서대로 일상을 보내려고 해.
아직 큰 목표, 내 꿈을 이루는 건 너무나 멀지만, 작은 목표를 하나씩 쌓아가며 큰 목표로 향하는 길을 만들고 있지. 그 길이 잘못되었을 때도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아무것도 손에 넣는 게 없으니까. 삶을 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여기를 열심히 사는 것뿐이더라고. 열심히 살지 않고 불평불만만 하려면 도대체 사는 이유가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