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만약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후 미우 Feb 05. 2019

대면

만약 거울 속의 내 모습을 쳐다보는 것처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대면했을 때 나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보통 자신이 넘치는 사람은 '음, 역시 나 좀 잘 생겼네(예쁘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처럼 자신이 부족한 사람은 아무런 감상도 품지 않거나 고개를 홱 돌려버릴지도 모른다. 아니, 오히려 그게 더 나은 행동이다. 때때로 나오는 '하, 난 도대체 왜 이렇게 생겨 먹었지? 나는 제대로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어. 나야말로 진짜 이 세상에서 불필요한 잉여 인간이 아닐까?'라는 비관적인 생각을 할 때도 있다. 그런 생각을 무심코 할 때마다 괜히 쓴웃음을 지으며 깊은 한숨을 쉬게 된다.

있는 그대로의 나와 대면하는 일은 무척 쉬워 보여도 쉽지 않다. 그래서 내가 가진 부족한 점을 똑바로 직시하고, 내가 가진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서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은 대단한 거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을 숨기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부끄러운 부분을 단순히 약점 혹은 부족한 점으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하나의 개성으로 여기거나 아직 남은 나의 할 일로 여기는 사람은 스스로 자신을 가질 수 있다.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쳐다보는 일도 너무나 힘들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외모로 놀림 받았던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괴로웠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눈을 마주했을 때 비치는 듯한 남루한 내 모습이 너무나 보기 싫었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대면할 때마다 '도대체 나는 왜 이렇지?'라며 부정적인 생각을 하기 일쑤였다. 사실 요즘에도 그 부분은 크게 변하지 못했다.

여전히 나는 외모에 어느 정도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으며, 다소 '나는 당당히 나를 소개할 수 있어!'라는 자신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도 쉽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대면하지 못한다. 이렇게 외모도 별로고, 목소리도 좋지 않고, 발음도 좋지 않은 내가 직접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떤 식으로 비칠지 걱정하기 부지기수다. 그래서 나는 유튜브 영상을 찍을 때도 쉽사리 얼굴이 비치는 영상을 찍지 못한다.

종종 지인이 다른 채널을 보면서 "야, 저런 사람도 그냥 얼굴 다 드러내놓고 하는데, 너도 그냥 하면 돼."라고 격려의 말을 해주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살짝 경직된 웃음을 지으면서 "아, 저도 그러고 싶기는 한데…."라며 말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미움받을 용기>를 통해 타인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살기보다 궁극적으로 나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걸 몇 번이나 스스로 타일렀다. 나는 자신을 가지기 위해 운동도 하고, 발음 연습도 하고, 부족한 부분은 잘할 수 있는 일로 채우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왔다고 생각한다.

이제 필요한 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대면할 수 있는 용기다. 그 용기를 갖췄을 때 비로소 나는 나에게 자신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어도 실천이 쉽지 않아 나는 오늘도 늘 비슷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늘 내가 할 일에 충실한 하루를 보내면서, 오늘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다. 매일 매일 쌓아가는 충실한 하루가 '나는 열심히 사는 사람이야. 이런 나는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이 되리라 믿고 있으니까.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대면했을 때 눈을 피했던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넌, 참 괜찮은 녀석이야. 이렇게 열심히 살잖아? 그러니 자신을 가질 자격이 충분해!"


매거진의 이전글 설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