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설날이 없어진다면 우리의 삶은 좀 더 여유로워질 수 있을까?
과거에는 그저 유교의 영향으로 설날 같은 명절을 아무 생각 없이 챙겨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은 '의무적'으로 가족들끼리 모이는 날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구시대적 관습에서 벗어나 설날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 가족들끼리 모이는 일을 '의무'에서 '선택'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당연히 제사상 문화도 상당히 바뀌면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가치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설날 같은 명절을 맞아 즐겁게 보내는 사람만큼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차라리 명절에 해외여행을 선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얼마 전에 뉴스를 보니 인천 국제공항에서 해외로 출국하는 사람들의 수가 지난 과거 어떤 명절보다 가장 많았다고 한다. 그만큼 사람들은 '명절'이라는 기간을 기분 나쁜 피로와 스트레스를 받는 시간이 아닌, 오랜만에 여행을 떠나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으로 보내고 싶어 한다는 뜻이 아닐까?
뭐, 해외여행의 경우도 돈이 있는 사람의 이야기이고, 돈이 없는 사람들은 오늘 나처럼 집에서 조용히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보내지 않을까 싶다. 우리 집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명절마다 꼬박꼬박 친가와 외가를 차례로 방문하는 바보 같은 집이었다. 나는 그때마다 정말 신물이 나서 차라리 가출을 해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나뿐만 아니라 부모님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부모님이 이혼한 이후 서로 일절 연락을 주고받지 않게 되면서 드디어 그 억척스러운 명절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명절에 자유롭게 내 시간을 편안한 기분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른다. 화목한 과정의 경우에는 명절에 다양한 친인척이 모여 함께 보내는 시간이 즐거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집은 전혀 그런 집안이 아니었기 때문에 명절에 굳이 친가 외가를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너무나 좋았다.
비로소 숨통이 좀 트인다고 말해야 할까?
올해도 나는 그렇게 설날을 맞아 집에서 조용히 밀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풀어내지 못한 생각을 정리하며 보내고 있다. 너무나 평화롭다. 역시 나는 복잡하게 얽혀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답답한 공기 속에 있는 것보다 이렇게 혼자 편하게 지내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아마 앞으로 설날과 추석 문화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바뀌며 점점 여유를 찾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어디까지 나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