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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후 미우 Aug 18. 2015

점점 사라져 가는 나날

오늘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처음에 나도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었다.

세상의 색깔을 보고, 세상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점점 색깔이 하나 둘 사라지고, 온기는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하나 둘 사라져 가는 것이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없어지고 나니 그때 보지 못한 색깔과 온기가 그리워진다.

하지만 나는 그런 색깔과 온기를 가질 수 없는 죄를 지은 사람이다.


아직도 세상이 내린 형벌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오늘은 눈앞에 있는 벽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자꾸 벽에 부딪히고 만다.


어제는 눈앞의 사람이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다.

눈앞에 다가오는 누군가를 전혀 인식할 수 없었다.

이제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검은 세상이다.


이 폐쇄 공간 속에서 나는 죽어버린 눈을 뜨고 살아간다.

결국에 해가 뜨지 않을 공간 속에서 어기적 발을 옮기고 있다.

그러다 부딪히고, 넘어지고, 깨지고, 다시는 걸을 수 없게 되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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