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필즈상 수학자 허준이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해보았을 것이다.
어릴 적부터 어른들이 허구한 날 해왔던 이 질문.
"넌 뭐가 되고 싶어?"
"넌 꿈이 뭐니?"
아직 넓은 세상에 나가보지도 못한 어린아이가 어떻게 가보지 않은 미래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을까? 똑 부러지게 자신의 꿈을 명확히 말할 수 있는 아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정말 본인의 생각일까?
난 오히려 이 질문을 던진 어른에게 되려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당신은 어떻게 살고 싶으신가요?"
오늘은 나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지며 시내버스여행을 했다. 평소 같았으면 걷기를 택했겠지만 6월 중순의 더워진 날씨 탓에 대중교통, 그중에도 고등학생 이후 거의 타지 않았던 버스를 이용해 보았다. 언젠가부터 슬로우 라이프를 지향한 나는 걷기로부터 아주 많은 것들을 얻었기에 버스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버스여행은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것부터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주었다. '정류장이 그늘에 있기만 해도 이렇게 감사한 일이었구나. 버스 실시간 정보를 알 수 있다니 너무 감사한걸. 에어컨까지 빵빵한 데다 편히 앉아서 여유롭게 경치 구경을 할 수 있다니.'
버스에 앉아서 무슨 음악을 들을까 하던 찰나에 유퀴즈에 출현한 필즈상을 받은 수학자 허준이 님의 영상을 듣게 되었다. 많은 부분들이 공감되어 울컥하기도 했고, 내가 하지 못했던 말을 대신해 주셔서 속이 후련하기도 했다.
"나는 커서 어떻게 살까?"의 오래된 질문을 오늘부터의 매일이 대답해줍니다. 취업 준비, 결혼 준비,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 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 그럴듯한 1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산만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하시길 그리고 그 친절을 먼 미래의 우리에게 잘 전달해 주시길 바랍니다.
서울대 졸업 축사. 허준이
나는 아이를 낳고부터 나 자신을 찾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솟아올랐었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뭐지?'
'난 무엇을 좋아할까?'
'난 뭘 잘하는 사람일까?'
이상하게도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 던질수록 더욱더 미궁 속으로 빨려 드는 기분이 들었다. '그냥 원래대로 주어진 것으로 만 묵묵히 살았으면 이렇게 고통스럽지도 않겠는데, 왜 나 자신을 찾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매일매일의 나를 힘들게 하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과 함께 아무리 반복해서 생각해도 해소되지 않는 어둠의 터널 속에서 힘들어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 답을 명확히 찾지 못했기에 긴 터널 속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예전보다 달라진 점은 나의 이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 자신에게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뭔지 묻고 원하는 대로 해주었더니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 자신을 신뢰하고 있었다. 아이에게 "우쭈쭈 그래쪄?" 하듯 나 자신을 어루만져 줬더니 자아존중감이 생긴 걸까?
서로에게 친절하라는 말은 어렸을 때 많이 들어도 본인에게 친절하는 법은 잘 가르쳐 주지 않는 것 같아요. 본인에게 가장 큰 친절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잖아요.
현재의 내가 누리고 사는 많은 것들이 과거의 내가 베푼 친절의 결과물이기도 하고 또 현재의 내가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친절이 미래의 나를 만들지 않을까요?
유퀴즈. 허준이
아마 허준이 님의 이 말씀이 내가 겪은 자아존중감과 일치하는 맥락인 것 같아 기쁘고 반가웠다. '그래, 맞아. 내가 나를 이해해 주고 안아주었더니 이렇게 잘 성장하고 있는 거잖아. '
나도 안다. 내가 아주 잘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꿈을 이뤘다 자신할 만한 것이 여전히 없기에 아직도 방황 중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혼란스러움을 또 자처한다. 이것이 요즘 내 삶의 요동침이다.
지금 다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까 제가 걸어온 구불구불한 길이 저에게는 가장 좋고 빠르고 최적화된 길이었던 것 같아요.
필즈상 수상 후 입국 기자 회견. 허준이
잘해야 된다는 생각을 안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잘해야 된다는 생각이 모든 걸 망치는 것 같아요. 시행착오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그 시행착오가 사실은 정말 중요한 한 단계였는지 실제로 불필요한 과정이었는지를 판단하는 거는 섣부른 일이거든요. 지금 겪고 계시는 시행착오가 사실은 시행착오가 아니라 굉장히 멋진 곳에 가기 위한 중요한 단계일 수도 있어요.
유퀴즈. 허준이
완전히 공감합니다. 저도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해 봤는데 저도 여기를 향해 목표를 장하고 온 게 아니거든요. 진짜 구불구불하다 못해 낭떠러지에도 떨어져 보고 오다 보니까 여기에 있듯이 어떤 목표를 정하고 실행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합니다만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해도 끝이 아니에요. 과정 속에서 얻어지는 것들로 인생을 펼쳐질 것이에요.
유퀴즈. 유재석
이 말씀을 들으니 얼마나 울컥하는지, 버스에서 눈물을 쏟을 뻔했다. 이 구불구불한 길이 나에게 최적화된 길이라니. 이것만큼 위로가 되는 말이 또 있을까? 허준이 님 말씀처럼 '이 과정이 내가 굉장히 멋진 곳에 도달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다.'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나 가볍고 상쾌해졌다. 게다가 유재석 님도 그러셨나요? ㅠㅠ !!
근거 없는 자신감은 중요하죠. 근거가 있는 자신감은 너무 연약해요. 수학을 예로 들면, 내가 반에서 1등을 했으니 나는 수학을 좀 하나 보다 이런 식으로 자신감에 근거를 두면 금방 깨지거든요. 대학원에 가고 박사하고 연구원을 하고 세상에 나가보면 그런 사람 많고 내가 그렇게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구나를 어느 단계에서는 크게 깨닫게 되거든요. 어떤 근거를 자신감의 원동력으로 삼으면 언젠가 한 번은 힘든 시기를 겪을 수도 있으니까 좀 더 본질적인 것에서 자신감을 끌어올리기를 바랍니다.
유퀴즈. 허준이
나도 이제는 완벽주의자 성향을 내려놓고, 성과에 자신감을 가지려 하기 보다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부터 나를 내어놓고 즐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준이 님처럼, 유재석 님처럼, 그 구불구불한 길이 저에게 최적의 경로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오늘의 버스여행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내가 베푼 오늘의 친절이 미래의 나를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https://youtu.be/8uAgtotoQhM?si=aN9PNGH3jWnhLD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