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2025년 11월은 눈부시게 화사했고,
또 다채롭고 풍성하기까지 했다.
ep.2는 경험이다. 새로운 경험들이 물밀듯 밀려와 나의 삶을 다채롭고 풍성하게 만들어갔다. 어떤 사건들과 경험들이 있었을까? 6가지 정도로 축약해 보았다.
1. 달리기하다 돌부리에 걸려 공중을 날았다. 그리고 바닥에 착지했다.ㅋ
2. 분재라는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었다.
3. 의도치 않게 새롭게 배우게 된 것들이 생겼다. (꽃꽂이, 라탄)
4. 6살 아이와 첫 등산을 했다.(3시간 30분 소요)
5. 부산 당일치기를 했다.
6. 함께 뛰고, 함께 걷고, 함께 공부했다.
1. 달리기하다 넘어짐
완연한 가을날, 어둡고 캄캄한 하늘 아래 새벽 러닝만 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을을 느끼러, 물아일체를 경험하러, 한낮에 뛰러 나갔다. 감사하게도 같이 뛸 사람들이 주변에 꽤 많이 늘어서 함께 뛰는 재미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하며 신나게 뛰었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자연 속에서 심장 박동 수를 높이며 거친 호흡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들이 꽤 낭만 있다. 반환점에 다다라 돌아오던 찰나, 이야기하는 것에 심취해 있었기에 바닥에 뭐가 있는지 보지 못했다. 트랙이니까 잘 닦여 있다는 믿음만 있었을 뿐.
그러나 나는 내 몸이 왜 이러지? 하는 찰나 공중을 날았다.
붕 - ㅋㅋ
그리고 무릎과 팔목이 바닥에 부딪치며 착지했다. 친구가 데려온 강아지가 달려와서 나를 핥아 주었다. 이 귀여운 녀석 ㅠㅠ 고맙다! 아픈 것보다 어떻게 일어나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만 가득했던 찰나, 친구의 부축으로 일어났다. 다행히 입고 있던 바지는 구멍이 날까 말까 할 정도에 그쳤고 무릎이 조금 시려오기는 했지만 다시 뛸 정도가 되었다. ㅋ
집에 와서 바지를 걷어 무릎을 확인해 봤다. 피딱지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멍은 더 시퍼렇게 물들어갔다. 넘어졌을 당시 친구가 “액땜 제대로 했네!”라고 했는데 그 말이 사실이었다. 어른이 되어 처음 넘어져 본 나는 무릎을 다치고 난 이후로 재밌고 신나는 일들이 가득한 11월을 맞이하게 되었다. 정말 액땜 제대로 했었구나~!
2. 분재라는 세상을 알게 됨
도자기 공방에 다닌 지도.. 2018년부터 다녔으니 햇수로 8년 차다. 하지만 여전히 취미생에 머물러 있는 나의 수준. 그러면 어떠하리. 만드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걸. 손작업만 오래 하다가 몇 달 전부터 물레를 배우게 되었다. 물레로 컵도 만들고 그릇도 만들고 하다가 이번에는 화분을 만들게 되었다.
화분을 만들게 된 뒤로 길을 지나가다 꽃집을 발견하면 유심히 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공장형 화분은 멋이 없다고 느껴졌다. 내가 만든 화분에 어떤 식물을 심으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분재’라는 걸 알게 되었다. 분재는 단순히 식물을 화분에 심는다는 의미가 아닌, 자연의 아름다운 경관을 한 폭의 그림처럼 담는다는 뜻의 예술품을 칭했다.
‘오. 바로 이거다! 공장형 화분이 아닌 핸드메이드로 만든 화분에 어울릴만한 것은 분재구나!’ 그 뒤로 지난번에 갔었던 모스카 편집숍에서 봤던 분재 화분들이 생각이 났다. 도자기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분재하시는 분을 아신다고 하셨고, 나는 자석에 이끌리듯이 분재를 맡기게 되었다. 흙과 사람의 손이 합쳐 만들어지는 도자기와 같은 맥락으로 이어지는 그 세계는 나에게 반가움을 심어주었다. 아- 나는 이런 걸 정말 좋아하는구나. 흙, 손, 정성, 자연.
(분재에 대한 신비로웠던 감정은 지난 영감 관련 글에 표현되어 있다.)
3. 새롭게 배운 것들
“나 이 수업 못 가서 그런데 네가 대신 가볼래?”라는 생각으로 꽃꽂이와 라탄 수업을 듣게 되었다.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거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게 될 때, 진입장벽이 높은 성격의 나로서는 너무나도 부드러운 접근법이었다. 그렇게 해서 새로 배우게 된 식물들의 세계와 라탄 수업은 우리 집 센터인 거실 창가 자리의 풍경을 바꿔 놓았다.
잘 죽지 않는다던 고무나무도 죽인 내가 집에 이렇게 많은 식물들을 키운다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지금 집에는 7개의 화분이 있고, 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 분무기를 뿌려 습도를 높여주고 선풍기를 틀어 환기를 시켜준다. 그리고 계속 이들을 보살핀다. 내가 이들을 보살피고 있지만 결국 이들이 나를 보살피고 있다. 참 고마운 존재다. 푸릇한 아이들을 보면 내 기분이 한층 업된다.
4. 아이와 첫 등산
유치원에서 한 달에 한 번은 등산을 한다. 유치원을 둘러싸고 있는 산인데, 아이는 그 산을 가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엄마랑도 그 산에 꼭 가보고 싶다는 말을 하는 아이였기에, 더 추워지기 전에 등산을 해보기로 했다. 집 앞 작은 산은 자주 갔지만 진짜 등산을 하기는 처음이었다.
산의 초반부부터 아이는 많은 것들을 살피느라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한다. 그런 아이가 귀엽다. 조금만 오르다가 내려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사탕 3개만 챙겨왔는데, 3시간 30분이나 등산을 하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여기서 그만 돌아갈까? 하던 순간에도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목적지까지 다녀왔던 이날은 정말 좋았던 날이었다.
무당벌레들이 내 옷에 3-4마리 붙어 날아다니던 구간이 있었는데, 그 모습이 웃겼는지 아이는 한참 깔깔대며 웃어댔다. 그 무당벌레를 집에서도 키우겠다고 들고 내려왔다가 내 차 안을 날아다닌 이슈도 있었다. ㅋ 그리고 검은 애벌레도 발견했다. 꿈틀꿈틀 거리던 아이의 움직임이 얼마나 귀엽던지.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져 있다.
5. 부산 당일치기
부산 해운대에 다녀왔다. 11월이라 춥지 않을까 했지만 바람 한 점 없는 날씨 속에 너무나 낭만적인 시간들을 보냈다. 해운대에서 모래놀이를 실컷 하고, 밤에는 광안리로 넘어가 드론 축제를 보았다. 12월을 맞이하려는 부산의 길거리는 낭만 그 자체였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니 밤 11시가 넘어있다. 하루가 이렇게 알차고 멋지다니.
6. 함께 하기
뛰고, 걷고, 공부하는 걸 혼자 하다가 함께 하는 시간들이 늘어났다. 함께 하는 것도 이렇게나 좋구나. 11월은 사람들과 함께 했기에 더욱 풍성했다. 내 삶에 사람들이 없다면 무슨 의미일까. 좋은 걸 함께해 준 사람들이 있기에 너무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