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장편소설

연말 책 추천

by 미음스토리

독감으로 일주일을 보낸 뒤 소설책을 꺼내들었다.

한참 들떠 있던 분주한 생활을 하다가 바이러스의 공격으로 강제진압 당한 뒤, 차분함과 고요함을 찾았다. ‘드디어.. 한동안 읽고 싶었지만 읽지 못했던 책들을 만날 시간이 왔구나.’


저자 심윤경은 2002년 장편 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제7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책을 읽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책 속에서 빠져 미끄러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문체가 너무나 아름다웠고 억지스러운 것 없이 자연스럽게 스토리가 진행되는 것이 흥미로웠는데, 이 책이 첫 책이라니!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작가님의 유년 시절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자전적 소설이기에 더 몰입해서 쓰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전체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의 1977-1981년 사이의 시대적 배경 아래, 주인공인 어린 소년 동구가 인왕산 자락의 산동네 마을에서 살고 있다. 동구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문체에는 순수함과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동구에게 6살 나이 터울이 있는 여동생 영주가 태어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똑똑하고 사랑스러움 자체인 영주로 인해 무뚝뚝했던 가족들의 관계가 좋아지고 동구는 동생밖에 모르는 사랑이 가득한 오빠가 된다.


등장인물은 주인공 동구와 여동생 영주, 엄마, 아빠, 할머니, 박영은 선생님, 주리 삼촌이 있다. 동구와 한 집에 살고 있는 엄마와 할머니는 고부갈등이 심하고, 아빠는 고지식하고 무뚝뚝하다. 동구는 난독증이 있어 늦게까지 글을 읽을 줄 몰랐지만, 담임 선생님이신 박영은 선생님의 도움으로 글을 깨치게 되고 삶의 지혜까지 얻게 된다. 동구와 동구의 가족에게 박영은 선생님은 귀인이셨다.


박영은 선생님과 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주리 삼촌을 통해 1980년의 시대적 상황이 어린아이 동구의 시선에서 묘사되고, 1977년-1979년의 흥미롭기만 했던 이야기가 1980년이 되면서 첫 파란을 겪게 된다. 박영은 선생님은 518격류에 휘말려 실종되었고, 동생 영주도 감나무 아래에서 떨어져 죽고 만다. 그로부터 할머니와 엄마의 고부갈등이 더욱 심해지게 되면서 엄마는 정신병원에 가게 되지만 아빠는 여전히 독불장군이다.


1980년 이후의 내용은 너무나 절망적이었다. 소설 초반에 묘사된 영주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과 그런 영주를 예뻐해 주는 동구의 모습을 보면서 내심 둘째를 낳으면 어떨까 하고 달콤한 상상을 하고 있던 찰나였다. 현재 6살 아들 외동아들을 키우고 있는 나이기에 지금 빨리 낳는다면 동구처럼 6살 터울이니 예쁜 모습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나 허무하게 영주가 죽어버린다. 그리고 동구의 집은 황폐함의 끝을 달린다. 가슴이 너무 먹먹하고 아팠다. 눈물이 하염없이 났다. ㅠㅠ


“아름다운 정원의 모습은 이제 기억 속에 하나의 영상으로만 남게 되었다. 차가운 철문을 힘주어 당기며 나는 아름다운 정원에 작별을 고했다. 안녕, 아름다운 정원. 안녕, 황금빛 곤줄박이. 아름다운 정원에 이제 다시 돌아오지 못하겠지만, 나는 섭섭해하지 않으려 한다.(p.315)”


이 소설은 이 문장(p.315)으로 끝이 난다. ‘아름다운 정원’이 이렇게 사무치게 다가오다니.. 삶은 정말 예측하기가 어렵다. 행복한 때가 영원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그리고 삶은 찰나로 끝이 난다. 아마 그렇기에 삶이라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만, 허무하다 생각하면 한없이 허무하다.


“그러나 그때는 훗날 박 선생님이 나에게 그렇게 큰 은혜만을 베풀고 자취 없이 떠나가실 줄도 몰랐고, 엄마가 광인이 되도록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될 줄도 몰랐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 순간이 나의 인생에서 가장 의미 깊고 소중한 찰나라는 사실도 까맣게 모른 채 그저 신명 나게 손바닥이 부풀도록 박수만 치고 있었다. 지금 단 한 번이라도, 단 한 번만이라도 그 순간으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p.299)”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살아야겠다고 다시 다짐하게 된다. 그리고 어려움이 오더라도 동구를 잊지 말자고 생각한다. 동구에게 희망의 빛이 되어준 박영은 선생님이 되자고도 다짐한다. 박영은 선생님은 동구가 가족으로부터 겪는 어려움을 말했을 때, 삶의 지혜가 가득한 말들을 해주셨다. ‘지혜란 이토록 아름답고 향기로운 것이던가.(p.116)’


“‘당신, 고생하는 거 내가 다 알아.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 어머니가 당신을 속상하게 하더라도 당신이 참아줘. 난 당신에게 늘 미안하고 고마워.’ -아버지가 어머니께 해드리면 좋은 말. p.116”


“ ‘하지만 할머니는 다른 식구들과 달라. 할머니는 아무런 희망이 없거든.’아버지와 엄마는 돈을 많이 벌고 나를 잘 키우자는 희망이 있다. 나는 나중에 박 선생님을 꼭 다시 만나자는 희망이 있다. 하지만 할머니의 몫으로 남은 희망은 무엇일까. 할머니에게 손을 내밀고, 노래를 불러주고, 말벗이 되어주고, 나들이를 함께 나가던 영주가 떠난 후 할머니에게는 어떤 희망이 남았을까. -할머니의 입장을 이해하고자 하는 말. p.302”


나는 어떤 희망으로 삶을 살고 있을까?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삶에는 어떤 희망이 존재하고 있을까?


각자만의 ‘아름다운 정원’을 그 ‘희망’으로 채워가며 살아가고 있겠지. 연말에 마음이 따스해지면서도 슬퍼지는 그런 책이었다. 마치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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