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발견
3월은 양면성이 강하게 느껴지는 달이다.
마음의 온도는 이미 봄인데, 현실의 온도는 여전히 추운 겨울이다. 1,2월보다 기온이 오른 것은 저명한 사실이나 봄이 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체온을 더 떨어뜨리는 듯하다.
2026년, 올 해의 봄은 어떨까?
변함없이 봄은 찾아오고, 나는 변함없이 나이가 들고 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나이가 드는 것은 미루고 싶지만 봄이 오는 것은 시기는 조금이라도 더 당기고 싶다. 내 마음도 3월처럼 양면성이 가득이다.
흔히들 “한 해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시간은 언제나 정직하게 흘러가는데 왜 더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다고 느껴질까? 봄을 반긴 지도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푹푹 찌는 더운 여름날을 보내고 있고, 더워서 살겠나 할 때쯤 벌써 찬바람이 불어온다. 그러다 보면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는 현실을 마주한다. ^^;
언제까지 시간에 지면서 살아가야 할까? 시간을 붙잡으며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봄을 더 진득하게 느끼고 싶다. 여름을, 가을을, 겨울을 조금 더 밀도 있게.
이런 생각을 하던 도중 시기적절하게 이 질문에 해답을 줄 수 있는 책이 나에게 찾아왔다. 김신지 작가의 에세이 <제철 행복>이다. 지난 1월, 도자기 전시 때 선물 받은 책인데 ‘지금 나에겐 계절의 행복을 느낄 만큼의 한가함이 없네.’ 하며 읽기를 미뤘던 책이었다.
절기는 1년 동안 하늘을 지나가는 해의 발걸음을 스물넷으로 나눈 섬세한 계절력. … 그건 곧 눈앞의 계절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 행복해질 기회가 스물네 번 찾아온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p.8
책 읽기도 다 때가 있나 보다. 경칩과 춘분 사이에서 계절의 따스함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딱! 맞는 책이었다. 이 책은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1부 ‘봄, 봄비에 깨어나는 계절’은 현재의 계절이기에 몰입하여 읽었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아껴 읽게 되는 책이다.
오랜 친구 같은 계절은 늘 나와서 이것 좀 보라고 나를 불러냈다. 벚꽃이 폈어. 요즘 바람이 좋아.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어. 창밖 좀 봐, 눈이 오고 있어, 하고. 지친 일상에 아무렇지 않게 여백을 만들어 주었다. 그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p.5
이 햇빛에 이 바람 아래 무얼 하면 좋을지, 비 오는 날과 눈 내리는 날 어디에 있고 싶은지 생각하며 사는 것. 그러면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 보였다. 좋아하는 것들 앞에 ‘제철’을 붙이자 사는 일이 조금 더 즐거워졌다.-p.6
1부 ‘봄, 봄비에 깨어나는 계절’ 은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면, 곡우]의 절기를 갖는다. 첫 번째 절기는 [입춘]이다.
1. [입춘] - 봄이 일어서기 시작하는 한 해의 첫 번째 절기 - 에 오색딱따구리가 나무 쪼는 소리 이야기가 나왔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나 또한 지난달에 같은 경험을 했다.
그날은 입춘과 우수 사이, 2월 12일이었다. 집 앞 작은 산에 갔다가 딱따구리를 처음 발견하게 되었다. 그날은 이어폰 들고 가는 걸 깜빡해서 자연의 소리에 귀담아들을 수밖에 없었다. ‘이 근처에서 공사를 하나? 무슨 소리지?’ 하던 찰나에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책에서만 봤던 딱따구리를 처음 마주하니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드디어 봄이 오는구나!’를 실감했다.
2. [우수] - 눈이 녹아 비가 되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되는 때 - 에는 제철나물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였을까? 마트에서 평소 먹지 않던 나물들에 눈이 갔다. 냉이, 쑥, 남해 시금치를 사 와서 요리를 했더니 달라진 식탁풍경에 봄의 느낌을 더 한가득 느낄 수 있었다. 건강은 덤이었다.
3. [경칩] - 천둥소리에 놀라 겨울잠 자던 동물들이 깨어나는 봄 - 겨울잠 자던 개구리도 깨어나는 시기라고 한다. 잠자던 우리 집도 깨어나야 할 때다. 그래서 봄맞이 청소를 조금씩 하고 있다. 거리에서는 매화꽃과 산수유 꽃이 피고 있다.
4. [춘분] -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봄날 - 아직 춘분이 되려면 일주일 정도 남았다. 그래서 더 기다려진다. 진짜 봄은 춘분부터일 테니까. 이 챕터에는 다양한 봄 꽃이 소개된다. [매화, 벚꽃, 산수유나무꽃, 생강나무꽃, 영춘화, 개나리, 진달래, 철쭉] 이 시기에는 동네 구석구석 다니며 봄꽃 찾기를 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5. [청명] - 산과 들에 꽃이 피어나는 맑고 밝은 봄날 - 벚꽃이 피는 시기다. 봄을 만끽하고 또 만끽해야 할 시기.
6. [곡우] - 곡식을 기르는 봄비가 내리는 때 - 봄비를 기다리며 돌미나리를 꼭 먹어봐야지.
봄이 오면 나무는 꽃을 피우고, 새들은 둥지를 짓고, 농부는 씨앗을 뿌린다. 잊고 지낸 지 오래된 사실이지만, 우리 역시 자연의 리듬에 맞춰 살도록 태어났다. 그렇다면 나무와 새처럼 우리에게도 때에 맞춰해야 하는 일들이 있지 않을까?-p. 94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마음이 풍성해졌으면 한다.
따스한 봄날을 즐길 수 있기를..
조금 더 따뜻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