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살이 | 마당 있는 주택에 사는 이야기 Ep.2

고통 > 행복

by 미음

고통이 밀려왔다.

육아하기도 힘든데 집 마당까지 관리하라니..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유로 잔디를 없애고 돌을 깔거나 주차장으로 마당을 쓰는구나..’


정원관리사가 있다면 마당에 잔디를 키워도 될 것 같다. 혹은 정원을 매일 돌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나의 집에는 정원관리사가 없으며, 나는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아파도 안되고 피곤하다고 맘껏 잘 수도 없는, 샤워 한 번 마음 놓고 못하는 틈이 없는 육아맘.


아이의 기질 또한 예민했으므로 나의 에너지를 외부에까지 쓸 수가 없었다. 마음에 사소한 여유조차 주기 어려운 상태였다.


내 삶은 한마디로 팍팍했다.


마당에 있는 잔디며 나무며 다 밀어버리고 싶었다. 거미는 계속해서 집을 지었다. 마당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연못은 물고기들이 사는 곳이 아닌, 모기들이 알을 까고 번식하는 장소가 되어 있었다. 마당은 날 것 그대로의 자연 모습으로 회귀하려 했다.


막막했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외면’이었고 ‘회피’였다. 그로부터 내 몸과 마음은 점점 더 큰 ‘고통’ 속에 갇히게 되었고, 서서히 ‘우울감’이 생겨났다.


내가 왜 이러고 살고 있지?‘

’결혼은 왜 한 거지?‘

주택에는 왜 살겠다고 했지?’

‘지금이라도 아파트로 나갈까?’


이사가 어디 쉬우랴.

아파트에 살 거면 처음부터 그랬어야 했다.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숨통이 조여왔다. 내 삶을 결혼 전으로 돌리고 싶었다. 우울감이 극에 달했다. 하지만 나는 아이의 엄마였다. 모든 걸 내려놓고 살 수 있는 선택지가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 배를 채워줘야 하고,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고,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선택의 여지없이 ‘엄마’라는 의무감에 하루하루를 버텨갔다.


시간이 흘러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게 되었다. 그제야 나에게 ‘틈’이 찾아왔다. 그 틈을 통해 나 자신을 들여다보니 나의 몸과 마음의 상태는 엉망 그 자체였고, 집 상태는 말할 것도 없이 나락이었다.


뭘 먼저 해결해 나가야 할지 막막했다.

순서부터 정해야 했다.


‘제일 중요한 게 뭐지?’


가장 먼저 내 몸과 마음이 원하는 걸 들어주기로 했다.

엄마의 상태가 아이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니까.


아이를 등원시키고부터 내리 잠을 잤다. 그동안 부족했던 수면 욕구를 채워갔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 무렵부터는 요가원을 다니며 굳어 있던 몸을 풀어줬다. 그로부터 철옹성처럼 굳어 있던 내 몸과 마음은 서서히 유연함을 가지게 되었다.


자연스레 마당에 있는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밀림이 되어 버린 마당을 어떻게 손봐야 할지 막막했지만, 일단! 조금씩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더운 날이었지만 옷을 두 겹씩 껴입고

모기에 물리 않도록 했다.

그리고 엉켜 있는 거미줄과 잡초들을 뽑기 시작했다.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하나둘씩 뽑히는 잡초들처럼

나를 감싸고 있던 ‘고통’이라는 감정도

서서히 사라져 가는 듯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