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살이 | 마당 있는 주택에 사는 이야기 Ep.3

지옥불

by 미음

잡초를 뽑을 때 내 감정은

막장드라마 한 편을 찍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행복을 꿈꾸며 살게 된 집에서

잡초 따위가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할 줄이야..


깔끔한 마당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잔디 위에 잡초가 보이면 바로 뽑는 게 가장 좋다. 생겼을 때 바로 뽑지 않으면 뿌리가 깊어져 더 단단해지기 때문이다.


별것 아니라 생각했던 이 조그만 잡초는 쓰나미처럼 밀려와 마당을 점령했다. 잡초들은 서로 협약이라도 맺은 듯 끈끈해져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헛웃음이 났다. 그 모습이 너무나 가소로워 보였다.


후회, 절망, 분노와 같은 좋지 않은 감정들이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회오리쳤다. 뜨거운 여름날 땡볕에서 2시간을 넘게 잡초를 뽑았더니 머리가 핑 돌았다. 더 이상은 이 집에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이 되어 남편이 집에 왔다.

녹초가 된 얼굴로 남편을 마주했다.

“우리 아파트 알아보자.”


남편은 이 모든 게 자신 탓인 것처럼 죄인의 모습을 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래. 이 정도 대출받으면 외곽지 어느 정도는 충분히 살 수 있을 거야.”

“어…”


쉽게 생각하면 마당에 있는 잔디를 밀어버리면 해결될 일이기도 했다. 잔디, 나무를 모두 없애버리고 주차장으로 쓰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 집을 손댈 수가 없었다. 남편이 유년 시절을 보냈던 이 집은 시부모님의 30년 넘은 세월이 담겨 있다.


현재 다른 지역에서 일을 하시는 시부모님께서는 명절이나 연휴가 있을 때 이 집을 방문하신다. 그럴 때마다 마당을 관리해 주시며 하시는 말씀이 있다.

“아파트는 답답해서 못 살지. “


아마도 시부모님께서는 일을 그만두는 시기가 오면 다시 이 집으로 돌아오실 것 같다. 이 집을 대하는 깊은 마음이 느껴진다. 그러니 어찌 우리 맘대로 잔디를 밀어버릴 수 있겠는가…


“잡초 때문에 여간 힘든 게 아니제? 그래도 마당 있으면 좋다. 농약은 뿌리지 마라."라고 당부하시는 말씀에 내 목은 더 조여왔다.


아파트로 이사 간다 한들 이 잡초의 악몽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이 집은 팔 수 없는 집이다. 절망적이게도 이 집의 관리자는 나와 나의 남편이다.


남편은 나보다 마당을 더 싫어했다. 육군을 나와 초록 뷰에 대한 분노가 많은 데다가 이 집에 30년을 넘게 살았으니 지겨울 만도 할 것이다. 마당에 과한 분노를 표하는 남편을 오히려 내가 달래고 있었다. (남편의 전략이었을까..?)


우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분노만 쌓아갔다. 결혼을 하고 큰 부담을 가지지 않으려 한 선택이 더 큰 돌덩이를 껴안은 꼴이 되었다. 내 마음은 지옥 불구덩이에 휩싸인 것 같았다. 아마도 나의 감정이 좋지 않으니 그걸 지켜보는 남편의 감정도 좋지 않았을 것이다.


마당을 유일하게 좋아했던 사람은 아이였다.

4살이 된 아이는 마당에서 자연을 느끼며

자유롭고 즐겁게 놀았다.


마음껏 뛰어놀아도, 소리를 질러도

뭐라 할 사람이 없으니 아이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아했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 집에 살아야 할 것 같았다.

‘그래. 나만 고생하면 될 일이야. 그럼 모두 평화로워. 내가 참자. 참고 살아 보자...’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