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살이 | 마당 있는 주택에 사는 이야기 Ep.4

거친 밤이 지나고

by 미음

아이가 5살이 되었을 때,

조금 더 성숙한 어른이 되고 싶다는 갈망이 커져갔다.


아이는 쑥쑥 자라고 있는데 엄마인 나는 ‘어른다운 어른’이라 할 수 있을까? 한없이 작아졌다. 여전히,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투정만 늘어놓고 있으니 말이다. 잡초만 아니었다면 나는 어른다운 어른이 될 수 있었을까?


뜨끔했다. 분명 잡초가 원인이 된 건 맞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내가 지혜로운 사람이었다면, 조금 더 현명한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해결해 나갔을까?


더 이상 잡초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하지 않았는가. 즐기기까지는 못하더라도 한 번쯤은 정면 승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피하는 나 자신을 마주하는 건 더 싫으니까.


내 성격 중 장점이라 할 만한 게 있다면 바로 이 ‘책임감’이다. 어릴 적부터 감정이입을 잘하는 편이라 그런지 남의 일도 내 것처럼 받아들이며 감정을 많이 쏟아부었다. 남의 일을 내 일처럼 아파하고 슬퍼하며 그렇게 그들의 삶을 책임지려 했다. 한 마디로 ‘쓸데없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고 살았다고 해야 할까.


어릴 때는 그런 내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이제는 이걸 잘 활용한다면 나를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임감’이라는 것 때문에 ‘어른다운 어른’이 되어볼까 하고 있으니 말이다.


마당의 잡초들. (실제 뽑아야 할 잡초 면적: 사진의 5배 정도)

일단은 당장 할 수 있는 해결법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이 전에는 잡초에 관한 투정만 했지 한 번도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에 검색해 본 경험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정말 부끄러웠다.) 잔디 사이에 무수히 자리 잡은 잡초들을 바로 해결하기 버거우니 다른 방법은 없는지 유튜브 검색을 해보았다.


결론은 뿌리가 깊어지기 전에 잡초들을 자주자주 뽑아주면 된다는 것이다. 특히 비 온 다음날은 땅이 부드럽기 때문에 뿌리까지 잘 뽑힌다는 것. 그게 가장 친환경적이면서 마당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나의 마당은 그런 방법을 쓰기에 어려운 상태였다. 이미 잡초밭이었기 때문에. 잡초들은 동맹을 맺은 듯 단단해진 뿌리로 자신들을 억척스럽게 지켜내고 있었다. 내 손으로 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 섰고, 제초제를 한 번은 뿌려야겠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지금 생각으로는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싶지만, 그때 당시 나의 분노 수치는 높은 하늘을 가득 매울 정도였으므로 우리 모두가 살아갈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했다. 쿠팡으로 주문한 하얀색 알갱이(현재는 이름이 기억나지 않음)와 3배 식초, 주방 세제를 최적의 비율로 섞어 마당에 뿌렸다. 효과가 좋으려면 오후에 해가 쨍쨍한 날을 골라 오전에 미리 뿌려둬야 했고, 그대로 적용해 보았다.


그 결과는?

완전히 신세계였다. 잡초가 싹 다 죽어 있었다.


잔디가 노랗게 말라 있는 부분이 있었지만, 이 정도 결과라면 아주 유용한 아이템이었다. 그 뒤로도 무수히 또 올라오는 잡초들을 마주할 때마다 제초제를 뿌려댔다. 그 해 여름에 이 과정을 6-7번 정도 반복했던 것 같다. 제초제 뿌리는 것이 번거롭기는 해도 짧은 시간 내에 눈에 띄는 결과가 나오니 속 시원했다.


시간이 흘러 가을에 접어들었다. 잡초가 올라오는 정도도, 물어대는 모기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곧 겨울이 되었다. 드디어 겨울이 왔구나. 잡초와 모기들이 모두 없는 겨울의 소식이 반가웠다. 내 평생 겨울을 반긴 적은 처음이었다.


춥고 어두운 날이 많긴 했지만 마음만큼은 여유러운 겨울을 보냈다. 폭풍이 들이닥친 것처럼 어지러웠던 마음이 어느새 잔잔해졌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봄을 기다리는 마음까지 생겨났다.


‘따스한 봄이 곧 올 텐데, 잡초가 올라올 때마다 또 제초제를 뿌리면 되는 걸까?’ 그건 누구에게나 쉽고 빠른 방법이었다.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좋은 방법이 아닌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잡초가 깊게 뿌리내리기 전에 미리 뽑으면 되지.’


이건 스스로도 놀란 답변이었다. 마음속 깊이 거대한 변화가 생긴 것이 틀림없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