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달리기
어제 오후에는 떡갈비가 먹고 싶다는 아이를 위해 식육점에 가서 다진 고기를 샀다. 처음엔 과일도 살 예정이라 대형마트에 먼저 갔었다. 하지만 가격차이가 식육점과 많이 났다. 등급도 1등급이면서 왜 식육점에 파는 1++등급보다도 더 비싼가?
과일과 고기를 바구니에 담았다가 다시 내려놓고, 식육점과 과 채소 상점으로 갔다. 식육점은 질도 더 좋았고, 기계가 아닌 손으로 다져놓았기에 보기에도 더 좋았다. 맛도 물론 더 좋다. 그리고 과일은 신선한데 대형마트보다 20% 정도 더 저렴했다. 아.. 이런 거였구나. 웬만해서는 대형마트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해 본다.
대형마트와 쿠팡을 줄이고 과일은 과일 파는 곳에서 고기는 고기 파는 곳에서 .. 조금 불편해도 직접 상품을 보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더 신선하고 더 저렴하니 더 좋다.
이것처럼 조금 불편하지만 더 좋은 것들이 있다. 쉬운 것보다 어려운 것, 빠른 것보다 느린 것이 결국 더 이득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요즘이다. 차를 타기보다 걷기를 하면서 더 많은 걸 얻었던 요즘이기에 더 와닿았다.
아이의 유치원의 행사 '신난데이'에 맞춰 하원 후에도 신나게 해 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원 버스 대신 직접 픽업 가고, 도시락을 싸 들고 공원에 가서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떡갈비로 주먹밥을 쌌다. (아들보다 더 신난 엄마다.ㅎㅎ)
그렇게 아이와 공원에서 실컷 놀다 오니 나도 아이도 모두 피곤했다. 저녁 8시에 나와 아이 모두 잠이 들었다. 내일은 부디 일찍 일어나서 달리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서 곤히.
다행히 5시 30분에 눈이 떠졌다. 그래! 바로 오늘이야! 오늘이 달리기 첫날이 될 수 있겠군!! 하는 기대와 함께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바로 문을 열고 나왔다. 아직 해뜨기 전 일 것 같았는데 이미 해가 떠있다.
와. 멋지다. 아침의 풍경.
공원을 향해 걸어가는데 생각보다 걷는 사람들이 꽤 있다. 게다가 공원에 도착했을 때는 공원을 걷는 사람들이 북적거려 깜짝 놀랐다. 이 시간에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지? 젊은 사람들보다는 어르신들이 많긴 했지만 놀라운 풍경임은 확실하다.
집에서 공원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 공원 한 바퀴의 거리는 400m다. 욕심부리지 않고 매일 공원에 와서 공원 한 바퀴만 뛰어도 너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운동을 해서 건강해지게 됨은 당연하겠지만 나의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매일 뛰고 싶어.
뛰고 싶은 열망은 항상 있었다. 재작년 여름에는 밤마다 뛰었다. 하지만 그러고 말았던 이유는, 밤에 뛰니 수면시간이 짧아졌다. 아침이 힘들어졌고 새벽 기상 루틴을 하기에도 무리가 있으니 자연스레 못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낮에 뛰기에는 나의 할 일에 운동을 넣는 부담감과 뛸 때의 시선들이 부담스러웠다.
나는 왜 새벽 기상은 잘 해왔으면서도 새벽에 달리기를 할 생각은 못 했던 걸까? 근 1년 동안 나의 새벽 루틴은 일기 쓰기와 독서였다. 이제 그 역사를 새로 쓰는 날이 되었구나. 나에게 변화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첫날이니 무리하지 않고 딱 한 바퀴만 뛰자고 생각했는데 아쉬워서 세 바퀴를 뛰다 왔다. 그리고 집까지 다시 오는 데까지 총 3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고작 이 30분이 나의 하루를, 나의 삶을 완전히 바꿔줄 것이라는 예감이 물밀듯 밀려왔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너무 대견하고 멋지게 느껴졌다.
매일 달리는 사람에게 우울증이 올 수 있을까? 없을 것이다. 이렇게 자아존중감이 높아지는데 어떻게 우울증에 갇혀 자신의 시간을 갉아먹겠는가.
집에 돌아와 요가를 개운하게 하고 나니 아이가 잠에서 깬다.
Good morning~~!
평소보다 환한 미소로 아이를 맞아주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만족감은 더 높아진다. 역시 달리기가 답이었어.
앞으로 나의 계획은,
매일 am 5:30 공원 한 바퀴 달리기이다. 그거면 된다. 컨디션이 좋다면 두 바퀴, 세 바퀴여도 되지만 기본값은 한 바퀴다. 나에게 운동은 나의 정신을 깨우는 것이기 때문에, 내 정신만 깨워주면 된다. 또 그 덕에 건강해진다면 더 감사한 일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매일 달리는 내가 되고 싶다.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매일 쓰는 내가 되고 싶다. 그러기를 희망한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으며 "그저, 매일!"을 외쳤던 나다. 그 영향으로 드디어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구나.
언젠가는 '저는 매일 10km는 뛰어요. 그러지 않으면 좀이 쑤셔요.' 하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