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같이 첫눈을 맞는 Y 씨와 H 씨의 영화
어서 오세요, 여기는 미완극장입니다. 오랜만에 찾아주신 관객분들이에요. 궂은 날씨에도 와 주셨네요.
Y: 안녕하세요. 와, 진짜 눈 많이 오네요.
H: 그러게 눈 오는데 차 끌고 나오지 말자니까. 먼 동네도 아닌데 한 시간도 더 걸렸어요.
밖에 눈이 많이 오나 봐요. 올해 첫눈을 같이 맞는 관객분들이네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여기 이 종이에 적어주시겠어요?
6년 차 커플이시구나. 두 분 처음엔 어떻게 만나게 되신 거예요?
Y: 저희는 대학교 CC였어요. 대학교…. 몇 학년 때였지?
H: 네가 4학년이었고, 나는 재수까지 했으니까 더 후배였지.
Y: 아, 맞다. 막 학기 때 어쩌다 너한테 코가 꿰여서.
H: 미쳤냐? 먼저 밥 먹자고 쫓아다닌 거 너야.
그럼 진짜 눈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아는 사이가 되셨겠네요. 싸우지 마시고, 따뜻한 거 한 잔 드릴까요?
H: 네, 감사합니다.
커피 괜찮으세요?
Y: 네, 고맙습니다. 얘는 지금 커피 마시면 잠 못 자 가지고… 다른 것도 혹시 있나요.
그럼 커피랑 코코아 한 잔 드릴게요. 잠시만요.
이제 자세한 얘기를 좀 해주세요. 뭐든 좋아요.
Y: 아, 진짜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뭘 먹는 게 아니라 처먹는 걸로 보이면 끝이라고 그러잖아요. 어제도 같이 먹으려고 산 아이스크림을 지 혼자 다 먹은 거예요.
H: 아니, 먹으라고 갖다 놓은 거 아니야. 그리고 다 안 먹었는데?
Y: 민트초코 빼고 다 먹었잖아. 나 그거 안 먹는 거 알면서 일부러 그것만 남긴 거 아니냐고.
H: 내가 먹을 거 갖고 그렇게 지능적으로 못돼 처먹지는 않았어. 사 주면 될 거 아냐.
Y: … 아, 죄송해요. 갑자기 얘 얼굴 보니까 화가 나서.
H: 맨날 이런 식으로 싸워요. 감정 상할 때도 많고. 대학 동기 애들은 진짜 너네 아직도 사귀냐고 언제 헤어질 거냐고 신기하다고 맨날 그래요.
그러시구나. 그럼 극장에는 어떻게 오게 되셨는지 물어도 될까요?
H: 저희가 다 안 맞는데 영화는 좋아하거든요. 좋아하는 장르는 좀 다르긴 한데.
Y: 얘는 액션, 저는 로맨스요.
H: 전 총 쏘고 건물 벽도 좀 타고 이런 거 아니면 영화 본 거 같지가 않았거든요. 근데 얘랑 6년을 붙어 있었더니 조용한 영화도 좋아하게 됐어요.
잘됐네요. 제가 추천해드리고 싶은 영화도 조용한 영화거든요.
제가 Y 씨와 H 씨에게 소개해드릴 영화는 김종관 감독님의 ‘더 테이블’이에요.
Y: 더 테이블이요? 식탁?
네, 이 영화는 한 카페의 창가 자리에 찾아오는 손님들의 이야기예요. 다른 장소도 나오지 않고 심지어 카페에서 앉는 자리조차 똑같아요. 달라지는 건 인물들과 그들이 시키는 카페 메뉴뿐이에요.
Y: 한 자리에서만 찍은 영화인 거죠? 신기하다.
네. 6년이나 만나셨으면, 두 분도 자주 가는 장소가 있을 거 같아요.
H: 저희도 자주 가는 카페가 있어요. 얘네 집 근천데, 거기서 대판 싸우고 찢어질 뻔한 적도 있고, 그러다가 또 화해한 적도 있고. 별 시답잖은 얘기도 많이 했죠, 거기서.
같은 장소라도, 그 공간을 사람들이 어떻게 기억해주는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두 분이 자주 가는 카페를 떠올리면서 영화를 보시면 더 의미 있을 거 같아요. 영화는 총 네 쌍, 여덟 명의 이야기를 해요. 구 애인, 하룻밤을 같이 보냈었던 사람, 부모님과 딸을 연기해야 하는 가짜 모녀처럼 그 상황은 다양하구요.
Y: 구 애인은 어느 정도 상상이 가는데, 가짜 모녀 얘기는 뭔지 궁금해요.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와 닿았던 에피소드도 세 번째 가짜 모녀 에피소드예요. 영화로 직접 확인해 보세요. 카페에서 얘기하는 게 전부인데, 이상하게도 보고 나면 이전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드실 거예요. 다양한 인연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거든요. 그런 인연들의 얘기를 쭉 보고 나면 항상 곁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좀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으실 거 같아서요.
H: 막 인터넷에서 그런 말도 많이 봤어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라고.
Y: 그러니까. 잃지 말라고, 좀.
그럼 영화 재밌게 보시고, 티켓은 여기 있어요. 미완극장에서는 관객분들을 보고 떠오르는 글귀를 적어 드리거든요. 언젠가 또 들러주세요.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