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

by Mi Won

주로 식품은 미국마켓에서 구입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한국마켓에 가야 한다. 그곳에서 양념류도 필요하지만 삼겹살과 갈비를 사야 하기 때문이다. 갈비는 세일할 때 구매해도, 네 식구가 한 끼 먹으려면 50불은 줘야 하고 장정 4명이 실컷 먹으려면 100불 정도의 가격대라 망설임 없이 구입하기는 쉽지 않다. 이것저것 사다 보면 카트에 담긴 갈비대신 삼겹살로 슬쩍 바꿔놓는 경우도 많다. 연휴가 있던 지난주,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갈비 한 팩을 샀다. 저녁에 먹으려고 장을 풀자마자 12대가 들어있는 갈비를 흐르는 물에 씻은 후 양념에 재워났다. 그날 저녁 일인당 3대를 먹으면 좋긴 한데 다른 반찬도 많이 있기에, 두대씩 먹을 양만 궜다. 8개를 구우면서 뒤집기를 계속하니 겉면에 윤기가 좌르르 흘렀고 그날따라 더 맛나 보였다.


체격이 비슷한 아이들에게 "일인당 두대씩"이라 말하고 먹는 동안에도 식으면 맛없는 갈비가 담긴 프라이팬을 식탁 중앙에 놓았다. 나는 그중 제일 작은 것으로 하나를 갖고 왔다. 아이들은 각자 하나씩 먹기 시작했다. 둘째와 막내 그리고 나까지 두 개를 먹었는데 큰애가 하나만 먹고 갈비 하나를 남겼다. 큰애가 자기는 배 부르다며 갈비 더 먹고 싶은 사람 먹으라는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둘째와 막내는 망설임 없이 그것을 반반씩 나눠 먹었다. 나는 속으로 12대를 다 궈서 각자의 개인접시에 나눠줄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보통 각자의 접시에 분담을 해줬는데 그날따라 더 따뜻하게 먹이고 싶어 프라이팬에 한꺼번에 준 나의 잘 못이다.


동생들 없는 시간에 큰애에게 "너 동생들 주려고 안 먹었지?"라고 묻자 그렇다고 말하는 큰애의 답에, 나는 그의 등을 세차게 때렸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그는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동생에게 잘 양보한다. 밤새 마음이 언짢았다. 장남이 무슨 죄일까. 나는 자책하기 시작했다 다 궈줄걸, 일인당 두대라고 말하지 말걸...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릴 때 친정아빠가 가족이 모여 군것질할 때 오징어 다리와 머리만 먹고 몸통은 맛없어 안 먹는다 말씀하셨다. 나는 그걸 곧이곧대로 들어었다. 미국 오기 전 아버지가 좋아하는 소주 한 짝과 오징어 몇 축을 사드렸다. 어느 날 우연히 발견된 서랍 속엔 몸통만 없어진 오징어가 수두룩 한 것을 보고 많이 울었다. 부모의 자식사랑이나 큰애의 동생사랑이나 같은 모양이다. 씹기 좋은 가운데 몸통을 자식에게 주기 위해 머리와 다리만 드셨던 것이다. 철들어 아빠의 마음을 내가 알았듯, 언젠가는 동생들이 형이 배가 불러 남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어젯밤 일이 마음에 걸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한국마트에 갔다. 나는 비싼 갈비대신 패밀리 사이즈의 삼겹살을 샀다. 그날 밤 산 모양이 될 때까지 그것을 궈서 밥상 위에 올려줬다. 양이 많아서 그런지 큰애가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또 마음이 짠했다. 그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동생들보다 먼저 음식을 갖고 가질 않는다. 동생들이 먼저 좋은 것을 고른 후에나 자기 몫을 챙긴다. 심지어 12대의 갈비 중 다음 날 큰애와 먹으려고 남긴 4대의 갈비를, 내가 저녁근무로 늦게 귀가해보니, 그것을 구워 두대씩 동생들 도시락으로 싸 놓았다. 갈비가 동생들 점심 도시락 속에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너도 좋아하잖아 내일 저녁 반찬으로 먹으려고 했는데...라고 볼맨 소리를 내자 그는 엄마 애들이 이거 좋아하잖아요라고 한다.


어느 날 둘째와 막내가 같은 시기에 며칠 동안 출장 가게 되어, 오붓하게 둘만 저녁을 먹었다. 장정 4명의 먹는 속도와 고기 구워지는 속도가 맞지 않아 사용하지 못했던 전기 그릴을 꺼내 여유롭게 식사를 했다. 삼겹살이 메뉴로 나올 때면 큰애는 동생들 접시에, 그리고 내 접시에 나눠주느라 여유롭게, 그리고 많이 먹지 못했다. 아니다 동생들과 나를 위해 먹지 않았다. 그날은 동생들 없이 먹다 보니 4인분의 삼겹살을 둘이 다 먹었다. 이렇게 잘 먹는 아이인 것을, 나이 차이도 별로 안나는 형인데 형 노릇하는 게 엄마로서 미안하다.


지금도 아이들의 도시락을 싸주고 있다. 직장 주변 식당의 고열량의 인스턴트음식이 비싼 것도 있지만 시간을 아끼려고 많은 직장인들이 도시락을 싸 갖고 간다. 다음날 아이들의 도시락까지 저녁시간에 만들다 보니 힘이 들지만, 도시락 만들 때의 행복감은 그 힘듦을 잊게 한다. 아직 내가 힘 있어 이렇게 음식을 만드는 게 나에겐 행복이다. 또한 성인이 된 아이들일지라도 도시락 먹는 아이들의 입모양을 상상만 해도 좋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갈비를 패밀리팩으로 사서 한꺼번에 다 구워 먹이고 싶은 마음이 늘 있다. 도대체 갈비값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 그래도 가끔은 동생들에게 양보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식사자리를 만들려면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다. 형아가 싸준 갈비 반찬을 맛있게 먹는 아이들도 이쁘고, 그 형도 이쁘다. 나 어릴 적 친정아빠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오징어를 한꺼번에 많이 못 사고, 자식들 먹는 모습만으로도 배가 불렀을 것이고 또한 기뻐하셨을 것이다. 오징어야 갈비야 가격 좀 내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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