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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 Won Aug 18. 2020

여행은 결국
혼자라는 것을 아는 것

서유럽 여행기 6.

  

  이탈리아 쏘렌토로 가는 나폴리 관광. 배를 타고 간 카프리섬은 휴양지 손님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소형버스를 타고 카프리섬 허리를 빙글빙글 올라가는 곡예와 같은 운전기사 덕에 무서우면서도 창밖으로 보이는 카프리섬의 아름다움에 취해 환호성과 괴성이 섞여 나왔다. 처음 타보는 리프트로 산 정상까지 올라갈 때의 그 기분은 하루하루가 매번 좋았던 여행을 마무리 짓듯 멋진 순간이었다. 그동안 나는 고소 공포증이 있다고 생각했다. 무섭지도 않고 재미있는 것을 그동안 타지 않은 게 억울하기까지 했다. 처음과 낯섦에 대한 설렘이 최고조인 순간이었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면서 보이는 산 정상에 걸쳐진 구름과 어울려진 자연. 발아래로 보이는 잔잔한 물결은 너무나 평온했다. 길지 않은 거리지만 리프트를 타고 매달린 혼자만의 그 공간은 좋은 명상의 시간이 되어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에서 최고의 장소가 될 것 같다.


  32명의 인원이 같은 버스에서, 같은 숙소에서, 같은 배를 타면서 느꼈던 감동보다 나 홀로 공중에 매달린 그 순간이 제일 좋았다. 나만의 공간에서도 행복을, 나 자신의 존귀함을 그것을 허락한 모든 것. 또한 진한 삶을 잘 지나온 것에 대한 감사함은 공중에 혼자 매달려 있지 않았으면 못 느꼈을 것이다. 삶은 결국 혼자 다니는 여행이라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됐다. 베네치아에서 마시지 못한 맛있다는 커피로 서운했던 것이 이 산 정상에서 마신 커피로 충분한 위안이 되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과 바람에 취해 의자에 누워 하늘을 바라봤다. 아름다운 삶이 되려 그동안 기다리고, 버티고 설레며 살아온 내 삶이 오랜만에 뿌듯했다.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는 길 아래엔 Lemon Tree가 유독 많이 보였다. 그것들을 보자 입안에 물이 고이면서 이 공간에 있다는 감사함에 눈에도 물이 고였다.


  서유럽의 마지막 장소인 로마는 버려진 땅처럼, 비가 와서 더 우중충하게 보였지만 콜로세움을 본 순간 그리스, 로마 시대의 땅이 주는 신비로움과 엄숙함 그리고 위엄에 숙연했졌다. 벤츠관광으로 시내를 봐야 할 정도로 짧은 시간 안에 소화해야 할 유적지가 많았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스페인 광장 계단에서 영화 속 오드리 헵번처럼 젤라토는 먹지 못하더라도 사진을 찍을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공교롭게도 그날 영화 스타워즈 주인공들의 퍼레이드로 인해 멀리서 사진만 찍어야 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조각상이 있는 트레비 분수 앞엔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 분수대 주변엔 사람들이 빼곡하다. 그 분수대를 향해 동전 두 개를 넣으면 소원이 이뤄지고 세 개를 던지면 원점으로 돌아온다는 가이드의 말에 지갑을 뒤져 동전을 찾았다. 동전의 실제 값어치는 얼마 되지는 않지만, 그 순간 동전의 값어치는 내가 가진 재산 전부를 던지는 마음이었다.  동전 두 잎이 소원을 들어준다니 나는 간절함에 유로 동전을 들고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등 뒤의 트레비 분수에 동전 하나를 던지며 “아들 셋 행복한 가정을” 또 하나의 동전을 던지며 “건강하게 여행 다닐 수 있게”라며 소원을 빌었다. 소원이 이뤄질 거라는 확신이 들자 행복했다. 나처럼 여행자들은 행운을 빌고 난 후의 안도감에 분수대 앞은 다른 곳 보다 더 밝아 보였다. 마지막으로 오드리 헵번이 먹어서 유명해진 젤라토를 트레비 분수를 바라보며 먹었다. 서유럽 여행이 끝난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트레비 분수대에서 빈 소원이 이뤄질 거라는 믿음 때문 인지 미래의 여행지를 상상하는 맛이 아이스크림처럼 달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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