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제일 많은 오후 2시
내가 일하는 곳엔 손님 하나 없다
시집 한 권 꺼내
늘 그랬듯 눈으로 읽는다
하루 종일 나오는 음악과
손님의 발걸음이 어수선 해도
오늘은 용기 내어
소래 내어 시를 읽는다
신이 난 나는
더 크게
정호승 시인의 "밥값"을 낭송하고 나니
오늘의 나의 밥값이 감사하다
밥값 /정호승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
식사 거리지 마시고 꼭꼭 씹어서 잡수시고
외출하실 때는 가스불 꼭 잠그시고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
지금이라도 밥값을 하러 지옥에 가면
비로소 제가 인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