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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 Won Aug 05. 2020

융프라우!  
너의 아름다움에 눈물이 나

서유럽 여행기 4

  예술가들에게 꾸준한 영감을 주는 곳 스위스 인터라켄에 도착한 것은 저녁이었다. 식당에 도착하자 알프스 지방 주민이나 양치기들이 연주하는 긴 나팔같이 생긴 알프호른을 식당 주인이 직접 연주하고 있었다.  영화나 동화책에서 본 것을 직접 들으니 신기하고 경쾌했다. 또한 일행 중 한 명이 여행 메이트 모두에게 맥주를 사주는 덕에 축제에 온 듯 즐거워 노트르담 성당을 못 본 아쉬움을 위로받았다. 이른 아침 스위스 알프스 산맥 융프라우를 보기 위해 버스를 타고 톱니바퀴 열차와 산악 열차를 번갈아 탔다. 기차를 타고 올라가면서 보이는 설산에 숨이 멎는 듯했다. 한국어로 직역하면 처녀 봉이라는 융프라우는 며칠 동안 본 유럽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순백의 자연은 치장한 모든 것보다 비교가 안 될 만큼 아름다워 눈물이 났다.


  산악기차를 타고 융프라우와 멀어지는 시간은 마음이 무거웠다. 살아 있음에 감사해야 하고,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아무것도 치장하지 않은 설산은 말해주는 것 같다. 선배 시인은 아름다운 자연을 본다는 감사함에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그녀의 제안으로 우리는 작은 목소리로 주거니 받거니 삶 속에서의 다짐 같은, 지난 세월에 감사함을 시처럼 읊조리며 내려왔다. 기차에서 내릴 때쯤  멀어지는 순백의 융프라우를 보며 "나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봐도 되는 거지"라고 말하자 또 눈물이 났다. 상상만으로도 여행이 설레지만, 보고 난 후에도 설렌 것은 순백의 융프라우가 처음이다.


  패션의 산실 밀라노는 세련되고 당찬 둘째 언니처럼, 화려하고 멋있었다. 유명상가를 지나갈 땐 나 또한 세련된 여자가 된 듯 허리를 펴고 모델처럼 걷는 흉내를 냈다. 그 상가를 빠져나오자 만난 두오모 성당의 화려함과 광장에 쏟아진 강렬한 햇빛은 유명상가를 기웃거리지도 않은 나 자신이 대견할 정도로 장관이었다. 광장엔 많은 사람과 많은 새들로 북적거렸지만 두오모 성당의 위엄과 포근함에 나는 주님의 품에 안긴 아이처럼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벙글벙글 웃음이 나왔다. 성당 안에 들어가기엔 입장하는 시간과 자유시간과 맞지 않았다. 대신 두오모 성당의 옆모습, 앞모습을 보기만 해도 주님 곁에 가까이 왔다는 감격에 흥분되었다. 성당 옆 거리에서 파는 달콤한 망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맛나고 좋은 것을 보면 까르르 웃는 아이가 된 그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달콤하다.


  여행이란 낯섦에도 설렐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다. 사진으로 봐도 좋지만, 눈으로 더 많이 보고픈, 그래서 가슴에 다 담고 싶었다. 패션의 산실 밀라노에 즐비한 유명 브랜드의 상점을 못 본 것보다 두오모 광장을 뒤로해야 하는 것이 더 아쉬웠다. 이 좋은 풍경을 뒤로하고 명품백을 사려는 여행 메이트들이 내게 다소 의아한 광경으로 다가왔지만. 사람마다 여행의 목적이 다르기에 명품 사느라 집합 시간에 늦은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의 목적은 여행도 하면서 명품을 사는 것일 수 있으니까. 유명한 유물을 보기 위해 사람이 몰리듯, 유명한 물건을 사기 위해 사람이 몰리는 건 그만큼 패션 또한 예술로 보는 이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예술문화의 다양함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나도 이곳이 처음이 아니고, 여유 있다면 샤넬 매장 앞에서 서성였을까?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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