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믹스커피 Jul 18. 2020

대리님, 쉬시는 동안 유럽여행이라도 다녀오세요.

chap1. 임신부터 시작되는 워킹맘의 고민


출산휴가랑 육아휴직을 다 써야될것 같아


양가 부모님 모두 지방에 계시는 사정으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 

회사와 여러 가지 상황의 조정 끝에 

감사하게도 총 13개월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다.


후임에게 이 상황을 담담하게 전하며 

자리를 비우는 시간에 따라 일어날 일들과 

팀원들에게 인수인계될 내용들 

그리고 하고싶은 일이 있다면 얘기를 해주면 

최대한 반영해서 업무를 분장하도록 하겠다는 말까지 

해줄수 있는 부분과 해줄 수 있는 말은 다 한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배려를 해주고 한들 

13개월이라는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비어있는 사수의 자리라는 현실은 달라질게 없고 

생각보다 많이 쉰다는것에 우선 놀란 눈치였다.


왜 그렇게 많이 쉬어야하는 지를 

구구절절 반복했다.


아이를 맡길곳이 없고 

어린이집을 보내야하는데 

어린이집에 적응을 생각하면 

돌은 지나고 보내야될 것 같다는 내용이 다이지만,

이렇게도 저렇게도 설명해보는 내모습과

후배의 얼굴을 보며 문득 생각이들었다.


이제 20대인 사회 초년생의 인턴이 

그것도 취업해서 이제 연애를 해볼까하고 있는 

청년에게 결혼과 출산과 양육에 대한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얼마나 현실로 이해가 될까


나조차도 이렇게 아직도 뜬구름잡는것같고 

안겪어봐서 모르겠는데 말이다.


긴 대화를 마무리 짓는 말로

후배는 어떤 얘기인지 알겠다며

최대한 밝게 웃으며 이렇게 응원해줬다.


"대리님, 그럼 쉬시는동안 유럽여행이라도 다녀오세요"


그래. 이해한다. 그럴수 있다.


축하한다 받아들인다 응원한다 이런 의미들을 

모두 다 차곡차곡 담아서 어떤말을 해야할지 

이 아이도 얼마나 난감했을까.


이 말을 듣자마자 

내가 왜 이렇게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생각할때 

마음이 복잡하고 어려웠는지에 대한 

답을 얻은 것 같았다.

 

후배의 유럽여행 응원의 말이 

어이없거나 서운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야 이씨 유럽여행같은소리하네 말도 무의미하게 느껴졌으니까.


이게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바라보는 현실이겠지.


후배의 응원의 말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도 나뉘었다.


육아휴직을 써본 사람 혹은 육아를 하고 있는 사람은

 그 시기가 말 그대로 "휴직" "쉼"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어떻게 그런 말이 먼저 나오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신입사원과 같은 미혼의 사원들은 

육아휴직이라는 기간이 13개월이나 된다며

그렇게 많이 쉴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질 수도 있는 것이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나 또한 육아를 겪기 전까지에는 

아이가 어떻게 자라는지 

감히 감을 잡을 수도 없었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는 두 가지의 반응을 

둘 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출산휴가고 육아휴직이고 나발이고

13개월이나 '휴가','휴직'한다는 것 같고

아이는 TV CF에서처럼 응애응애 밥먹고자고만하며

한없이 사랑스러운거고 알아서 큰다고 

나도 생각했었으니.


내가 미혼이었을때

지나가면서 했던 말들이 

워킹맘들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졌을까라는 

반문을 하게 되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두개가 달라?


알아보기 전에는 나도 비슷한 줄 알았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다르다는걸

임신을 하면서 알게 된 것 같다.


출산휴가는 

출산을 전후로하는 모성보호를 위한 휴가이다.

육아휴직은 

육아문제로 퇴직하는 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근로자의 신분으로 육아를 위한 휴직을 인정하는 제도이다.


이 두개의 가장 큰 차이는

출산휴가는 출산을 기점으로 

모두가 쓰는 당연히 쓰는 휴가이고, 

육아휴직은 얼마나 자기가 쓰느냐에 따라 

기간의 차이가 생긴다.


그래서 출산하고 바로 복귀하는 

백일만에 복귀하는 백일의 기적을 만드는 워킹맘이 있고

육아를 도움 받을 수 있는 형편이 안되서

최대 1년까지 보장되기에 그 안의 기간안에서 

필요한만큼 신청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부터 차이가 발생한다.

출산휴가는 의무지만, 육아휴직은 자율이기에 

육아휴직의 기간이 '복직의지' 또는 '복직가능성'을 

점쳐보게 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누구는 출산휴가만 쓰고 왔더라 

그런사람은 공백이 짧으니까 복귀해도 

일처리에 문제가 없을것이다.

위에서도 공백이 적으니까 출산휴가만 쓰는걸 좋아한다더라."


"누구는 육아휴직을 1년 다 썼다더라.

그런데 다 쓰고 오니 팀이 바껴있더라.

갔다오고나서는 일하는게 예전같지 않더라.

1년 다 쓰고 와서는 쓸거 다썼으니 

회사 다니다가 오래는 못버티더라

결국 퇴사 수순을 편하게 밟은거 아니냐더라."


이런 카더라에 얼마나 육아휴직을 내야 

합당하고 타당한지의 답을 구하기가 힘들다.


애가 아직 나오지도 않았고 키워본적도없고, 

말그대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서

내가 내린 결정이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계속 드는것이다.  


고민의 시작점 


임신을 알게 된 순간부터 어느 순간부터 휴직을 할 것인지,

일을 언제까지 할 것인지 

휴직기간은 얼마나 쓸 수 있을지 

복직은 과연 가능할지

여러 가지를 고민했던 순간들의 시작이 

바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알게 된 순간부터였다.


축하의 인사와 함께 오는 건 

이 자리를 지금의 모습처럼 

그대로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혹은 걱정 또는 배려의 쓰나미를 겪으면서 

다가올 일들에 대한 많은 고민의 현타가 온 것이다.


육아휴직을 보내는 다짐

고민의 시간은 끝나고

13개월의 시간을 어쨌든 얻었다.

주변에 휴직을 알리면서 듣게된 응원과 걱정들을

차곡차곡 담았다.


(특히 1년 쉰다니까 

감떨어지면 어쩌시려고 그러냐며 하시던 그분.

참 고마웠습니다.

덕분에 감 안떨어지려고 발버둥쳤으니까요.)


육아휴직 시간은 육아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다. 

하지만 회사에 돌아왔을 때에 긴 기간 동안 말 그대로

'쉬어서 감 떨어지지 않기'도 해야 된다.


그리고 엄마로서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적어서

'아이가 외로워하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을 오가며, 

일과 육아의 2개의 공을 저글링하고 있는 워킹맘으로 

육아 휴직기간은 곧 저글링하는 공을 떨어뜨리지 않게 하기 위한

복직 준비의 시간으로 만들자고 다짐했다.



한 맺힌 복직준비 이야기는 

chap2에서 계속.

작가의 이전글 부장님, 저 임신했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