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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믹스커피 Jul 17. 2020

부장님, 저 임신했어요.

chap1. 임신부터 시작되는 워킹맘의 고민


드릴말씀이 있습니다

이제 말해야할 때가 왔다.

드릴말씀이 있다고

회의실에서 뵙자는 메신저를 보내기까지

몇번이나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면서

여러 생각이 지나갔다.


입사 5년차

대리승진을 앞두고

밑에 후임은 아직 인턴만 있는 상태


현재하고있는 일의 특성상

인수인계의 영역이 애매해서

누군가에게는 가지고 있는 일의 +a가 될수도있어서

기간에 따라 책임의 영역도 애매한상황


이것이 현재 임신소식을 알리는게

고민이 되었던 이유이자

나의 회사에서의 위치다.


어떤표정을 지어야할까

죄스러운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해맑게 말할수도없고


간단하게 말하자니

뭔가 뒷일에 대한 책임감이 없어보일것같고

그런 복잡한 생각이 오가고있을때

부장님이 들어오셨다.


"부장님,드릴말씀이 있어서요. ...  저 임신했어요"


여러 걱정을 앞두었다가 꺼낸 말이기에

결론 부터 말했다.


다소 당황하신 모습이었지만,

"그래, 우선 축하해.

무조건 축하받을 일이지 축하해"

그말을 듣는 순간 왜인지 갑자기 긴장이 풀어졌다.


평소에 딱히 좋아하던 상사는 아니었지만

그 순간 그말을 먼저 해주셨다는거에 감사했다.

(욕했던거 죄송합니다...)


그렇다. 마냥 축하받을 일이었는데

왜 회사에서는 이 소식을 알리는게

마냥 기쁘게 알릴 수 없는것일까.


나의 공백이 누군가에게 더불어져야 할 짐이 된다는 것

나의 기쁨이 어떤 일에서는 대책을 세워야되는 상황이 된다는 것

그 자체가 낯설었고, 그래서 두려웠다.


축하인사를 받고난 뒤에 여러 질문과 정적이 오갔다.

 

언제까지 쉴 것인지

복직은 할 것인지

복직 하고나서는 아이는 어떻게 케어할건지


나도 인사팀이기에 어떤 부분을 걱정하고 계획해야되는지를

잘 알고 있기에 그래서 더 말하기가 쉽지 않았던것 같다.


양가 부모님이 근처에 살고 계시는것도 아니고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보낼 예정이기에

가능한한 아이를 케어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받았으면하고

그런점에서 회사의 배려도 필요한 부분이라는것도 알고 있다.


이정도의 선례가 없는 것도 알고 있고,

지금 하고 있었던 일들은

어떤식으로 나누고 변경하고 마무리하겠다고

그동안 고민한 내용의 결론을 읊었다.


담담하지만 할 수 있는 모든 제안을 담았다.

그리고 회사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하니,

부장님은 우선 상부와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하고

조심스럽게 좀 더 빨리 복직은 할수없는지도 고려했으면 한다며

넌지시 진심을 얘기주시고는

고민을 해보겠다고 하고 면담은 끝이났다.


두번째 면담

그렇게 면담이 끝나고

그다음으로 얘기할 사람은

나의 후임이 될 수도 있는 인턴이었다.


아직 정직원은 아니지만,

지금 일을 배우고 있는 인턴이기도하고

정직원이 된다면 내가 했던 일을 배우고싶어했던걸 담아두고 있었다.


팀에는 곧 알려질텐데

사수의 소식을 그래도 먼저 알려야 될 것 같아서

떨리는 마음으로 얘기했다.


솔직한말로

부장님한테 말하는것보다

후임한테 얘기하는게 더 떨렸다.


앞으로의 사회생활에서 만날 무수한 상황들 중에

굳이 먼저 맞게된 상황이 1년간의 사수의 빈자리이거니와

아직 사회초년생 남자에게 낯선 육아휴직을

설명하는 상황이라니.


앞으로도 하게 될 일이지만 육아휴직을 앞두고

임시로 맡게되는 것처럼 혹시 느끼게될까봐

하고 싶은 일을 그런식으로 맡게 된다 생각할까봐

그점이  가장 걱정이 되어서 떨렸던것 같다.


이런 상황이 아니었어도,

충분히 기량이있고 배움의 의지가 높은 친구였다.


그래서 상황때문에 맡게 되었다기보다

역량이 되어 맡게 될 일인데

그 시간에 나의 육아휴직이 섞이면서

자기의 역량을 저평가하지는 않았으면 했다.


그 오지랖뒤에는 내심 이기적인 마음도 있었다.

혹여나 앞으로 팀원 중에 기혼의 여성이 있을때

아니면 채용이나 인사배치를 할 때

부정적인 편견을 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그게 쉽지도않고 내마음대로 되는것도 아니지만

미안하고 고맙고 또 걱정되고

그런 여러가지마음이 들어서 힘든 면담이었다.


그리고 얘기가 끝난 뒤에는

후임이 걱정말라며 최대한 해맑게 대답하는데

그 대답에 다시 현타가 왔다.


그 말은 바로.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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