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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믹스커피 Dec 28. 2022

2022년의 쓰는 엄마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이야기는 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브런치라는 온라인 공간에서 매주 1편씩 글을 쓰게 된 지도 이제 2번째의 해가 지나고 있다. 시작하는 것은 프로급으로 잘하는 나지만, 마무리하는 것은 아마추어이다. 그래서 2021년 글을 쓰고 싶다는 시작의 마음을 끝까지 이어 줄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쓰는 엄마'를 모았다. 등단을 했거나 책을 내거나 같은 이력은 없었다는 점만 같았다. 

 

각자 글을 쓰고 싶은 이유는 달랐다. 책을 많이 읽다 보니 글 쓰는 것에 관심이 가게 되었거나, 매번 같이 글을 쓰고 본다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다거나 등등의 사정은 달랐다. 나조차도 글을 쓰고 싶다는 갑작스러운 신의 계시를 받은 것도 아니었다. 매번 무언가의 정보를 전달하는 일을 주업으로 삼고 있기에, 글을 잘 쓰고 싶다는 갈망은 있지만 현생에 치여서 어떻게 하는 것이 잘 쓰는지에 대한 고민은 배부르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둘째 아이를 낳고, 밤중 수유를 위해 2-3시간씩 쪽잠자는 24시간의 생활이 되면서 자연스레 먹고 자고의 인간 본연의 욕구의 기능에만 충실하며 느껴지는 한쪽의 허함이 주는 갈망 같은 것이 바로 글쓰기였다. 그렇게 해서 몇 명의 '쓰는 엄마'의 모임을 2021년 시작했다. 

 

매주 1편의 글쓰기, 그리고 매주 화요일 자정까지 쓴 글을 메일로 보내주면 그다음 날 나는 그 메일을 모아서 다시 보낸다. 글을 제출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글을 볼 수 있고, 글의 마감을 지키지 못했거나 제출하지 못한 사람은 그 주의 다른 사람의 글을 볼 수 없다. 쓰는 엄마의 딱 하나의 룰이다. 하지만 한 번 읽게 되면 다른 사람의 글이 궁금해서 내 글을 쥐어짜서라도 마감을 지키게 되는 강력한 룰이기도 하다. 


 그렇게 2021년에는 약 40편의 글을 썼다. 매주마다 글 쓰기 이기에 글감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서로 주제를 하나씩 던져서 공통 주제로 쓴 글도 있고, 그렇게 쓰다 보니 쓰고 싶은 주제가 생겨서 자유주제로 쓴 글도 있다. 서로 돌아가면서 단편소설을 완성시키는 릴레이 소설을 써보기도 했고, 에세이, 시, 여행기 등 각자의 삶의 모습과 상상의 그림을 글을 통해 버무려 보기도 했다. 글쓰기 공모전에도 도전해 보며, 수상 소식을 들을 때에는 전화기를 붙잡고 울기도 했다. 상의 크기보다 나 혼자만의 글 쓰는 시간이 의미를 인정받은 것 같은 악수가 건네진 느낌이었다.  

 그렇게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의 각자의 이유는 달랐지만, 그렇게 한 해를 보내며 매주 글을 써내보며 쓰는 엄마로의 글을 대하는 마음은 같아졌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해방감을 느껴보기도 하고, 소설 속의 인물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고, 또 아무리 써도 나아지지 않는 자신의 글의 쓰임새를 보며 윤동주급으로 자신을 책망해 보기도 했다. 그렇게 모은 글들을 '문집'이라는 이름으로 모았다. 제본 프린트 업체를 온라인에서 찾아서, 한글 파일과 무료 디자인 템플릿으로 만든 어설픈 표지지만 '쓰는 엄마 2021년'의 표지만으로도 충분히 감격스러웠다. 한 해를 꾸준히 함께 써낸 것이었기 때문이다. 요란스럽게 제본한 책을 파주 출판단지 까지 2시간이나 달려서 갔지만, 정작 택배로 받는 것보다 비효율 적이고 감흥 없는 모습에 웃기도 하며 그렇게 첫 문집을 만들었다. 


 2022년에도 쓰는 엄마는 계속되었다. 멤버 교체로 새 멤버가 들어오면서, 올해는 총 30편의 글로 마무리했다. 새로운 멤버가 와서 감자탕집에서 회식도 해보고, 릴레이 단편소설을 쓰면서 막장드라마 급의 전개로 서로가 저질러 놓은 전개를 다음 타자가 수습하는 재미도 느꼈다. 소설도 시도 에세이도 그 무엇 하나 실력이 늘었다고 하면 자신 있게 말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2021년, 2022년이 지나면서 브런치 앱에서 글을 올릴 때 '맞춤법검사'가 처음에는 100개가 넘었지만, 50개로, 30개로 줄어들기 시작하는 모습이나 매주마다 마감까지 쫄 리지만 마감을 지켰을 때의 그 희열을 보면 나는 매해 쓰는 엄마로 글을 쓰면서 충분히 나아지고 있고 행복해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오늘도 마감이다. 마감날을 앞두고서는 카톡은 ㅜㅜ와 ㅋㅋ로 가득 차지만, 이런 재미가 있기에 매주마다 또 서로의 글을 보고 그 글의 인상 깊은 한 줄을 서로 이야기해 준다. 내년에도, 다음 주 화요일에도 마찬가지의 상황이겠지만 이런 매주의 마감을 계속할 수 있게 되어서 감사하다. 그렇게 오늘도 이번주도 무사히 마감을 했다. 나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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