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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믹스커피 Oct 31. 2020

1년 뒤에 돌아올 수 있을까?

chap.1 임신부터 시작되는 워킹맘의 고민


얼마나 쉬는 거예요?


육아휴직 기간에 대한 결정이 날 때까지

그 과정은 마치 경매와 같았다.


기존에 낙찰된 가격보다 더 큰 값을 받아야 하는 경매처럼

나의 육아휴직 기간은 나 자신의 값어치에 대한

어떤 기간의 팻말을 들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당시는 육아휴직의 개념이 중소기업으로 적용이 도입이 되는

과도기적인 과정이어서 육아휴직자는 간간히 생기기 시작했지만

3-6개월 내의 복귀가 일반적이고 그 이상으로 쓴다는 것은

복귀 의사가 없지 않느냐는 암묵적인 인식이 있는 상황이었다.


과연 나는 여기에서 어떤 팻말을 들것인가.

복귀 의사는 충분했지만 나의 육아 상황은 충분치 못했다.

양가 도움 없이 어린이집 기관에만 의지해서 보육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돌 전에 복귀는 어려웠다.


퇴근길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에

직장맘 노무 고민상담 가판대를 봤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육아휴직에 대한 프로세스적인 부분에 조언을 받았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의 차이점도 모르고 있었던 터라 

어디 물어볼 수 있는 곳이 없었기에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좋았고

내 상황에 대해 눈치 보지 않고 물어볼 수 있다는 점에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가장 좋았던 건

아무것도 몰랐을 때의 막막함에서 오는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졌다.

구체적으로 제도적인 측면을 보고 우리 회사의 상황에서 적용될 수 있는 점

그리고 현실적인 타협점들이 보이고 나니

마냥 막막하거나 허무하지 않게 되었다.


1년을 쉬도록 하겠습니다.


아이를 가정어린이집이라는 기관에 보내야 하기에

아이의 1년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휴직기간을 얘기드렸었다.

우선 나의 상황을 이야기했고 솔직히 회사에서는 권고를 해도

받아들이겠다는 이야기까지 면담할 때 얘기했었다.

선례가 없었고, 회사가 나를 배려해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행히 1년 휴직이 승인이 났다.

회사에서도 제도적인 부분에 대한 적용을 고려하고 있었기에 가능했었던 것 같다.


회사에서 승인이 나자

업무 인수인계를 하면서 정리 아닌 정리를 시작했다.


다시 돌아올 곳이지만,

비어있는 공백 기간 동안 내가 없어도 다른 팀원에게 무리가 되지 않게

인수인계가 되어야 했다.


그러면서 내가 일을 해온 날들을 되짚어 보게 되었다.

신입사원 때 엑셀 보고서 쓰다가 야근하면서 울면서 못하겠다고 엉엉 울었던 파일,

월급이 작다고 푸념하며 구겨서 저금통에 넣어두었던 7년 전 급여명세서,

사내부부 인지도 모르고 워크숍 동행 차량 조편성 때 부부를 떨어뜨려놓고 짠 워크숍 일정,

그리고 이젠 가내수공업의 달인이 된 교육생 명찰 표까지.

퇴사는 아닌데 퇴사하는 것 마냥 나의 지난날들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1년을 쉰다는 말에 ‘돌아는 올 거지?’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으면서 주변 인사와 정리도 시작되었다.

그럴 때마다 ‘당연히 돌아오죠~’라는 말로 답을 했다.

나는 당연히 돌아온다고 생각했으니까


1년 뒤에 다시 일을 하신다고요? 감 찾기 힘드시겠네요.


하고 있는 일 중에 외부업체와의 관계도 있어서

담당자 변경을 하면서 그동안 연락되고 있었던 업체 미팅에서도

휴직을 얘기하며 변경된 담당자 인사도 시키고

여담을 나누던 중이었다.


변경된 담당자는 자리로 돌아가고,

업무로 만나긴 했지만 그동안 만나왔던 관계가 있었던 터라

간단히 사담을 나누고 있었다.



“1년 뒤에 복직이시라고요?”

“네, 그렇게 되었네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야 될 것 같아서

돌 때까지는 데리고 있어야 될 것 같아서요.”

“아, 그동안 정말 열심히 하셨는데 아깝네요.

1년이면 다시 돌아와서 감 찾기 힘드시겠어요”


....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거지?

그 사람도 나의 휴직기간에 적잖이 당황해서 던진 말이긴 한 것 같지만

내 귀에는 ‘감 떨어지겠네’ 소리밖에 안 들렸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내가 두려워했던 말이 바로 이 말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가진 기쁨, 키우는 보람을 누리면서

내가 노력해 왔던 일을 같이 한다는 일이 쉬운 게 아니구나

노력해야 유지할 수 있는 평범함이구나.


‘네 돌아와야죠’라고 계속 자신 있게 말해왔지만

내 아이의 1년을 같이 있어줘야 한다는 방법을 찾는 생각만 했지,

그 1년이 매일마다 출근하고 일하는 다른 사람에게는 긴 시간을 비우는 거구나 라는것.

그래서 다들 ‘돌아올 수 있는지’를 물었는구나.


사실 물어보고 싶은 건

‘돌아와서도 지금과 같을 수 있을 자신이 있느냐’였다는 걸

그리고 돌아와서도 지금과 같을 수 있기 힘들 거라는 걸

그때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육아휴직에 들어가면서

일과 육아 두 가지의 저글링을 잘 해낼 수 있도록

복직을 염두에 두고 육아휴직을 어떻게 보내야

‘감 떨어지지 않았네’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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