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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믹스커피 Jun 18. 2021

건너마을의 이장의 죽음


‘스르륵 탁탁, 스르륵 탁탁’

낡아빠진 초록 빛이 듬성듬성 남아있는 철제 대문 앞에 이상한 소리가 머무른다. 질척이는 장화가 끌리는 소리 같기도 하고, 끝이 뭉툭한 무언가가

깨지지 않는 얼어있는 흙밭을 치는 소리 같기도하다. 무엇인지 확인하러 가기에는 이것이 잠결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안된다. 아니 귀찮은거같기도.


‘갸르르릉 으아앙 갸르르릉 으아아앙’ 고양이의 교미 소리인지 살쾡이가 그물에 걸린소리인지 귀를 긁는 소리도 연이어서 들린다. 하필 왜 내 귀에 이런게

들린담,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로또 번호 점지같은 요행조차도 나에게 허락되지 않는가보다. 그러다 모든 소리가 멈춘다. 점점 더 그 소리가 가까이 들리는 듯 하다.


‘뭐야 꿈이아니었어? 아냐 꿈일거야 그냥 다른생각하자’


‘스르륵 탁탁’

‘스르륵 탁탁’


소리가 가까워지면서 소리의 정체도 가까워지는 것 같다. 그래 이건 삽이다. 끝이 조금 무딘 삽이다. 이불을 감싸고 있으니 일단 이불을 돌돌말고있자.

여기 책상에 내가 커터칼을 놔둔것 같은데, 여기 있었나. 아니다. 애꿎게 책상을 뒤지는 소리가 들리면 더 빨리 내 목숨이 위험하지않을까.


‘스르륵 탁탁’

‘스르륵 탁탁’


이제 방문앞까지 다가온 느낌이다. 그래 내가 공격을 해버리자. 이불을 돌돌 만 채로 문앞에 바짝 서있어본다. 근처에 있는 약주로 먹다 남은 병을 거꾸로 쥐고 침을 삼켜본다. 손에 땀이 계속 나서 이 병이 제대로 가격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그래도 일단 빨리 시선을 분산시키고 무조건 대문으로 달리는게 목표다.


‘철컥,끼이익’


열리는 방문 뒤쪽으로 몸을 최대한 바싹 붙여본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머리부터 공격해야지. 제대로 서서 자세를 잡아본다. 야구선수의 배팅 폼을 따라서 잡아본다. 최대한 병이 무기가 될 수 있게 나의 모든 힘을 쏟아야지.


‘스르륵 탁탁’


‘지금이다’


순간 나오는 검은 형체를 향해 내리찍어본다. 생각했던 머리의 위치와 달랐다.


‘악, 뭐야이건’

물크덩한 물체가 뱀처럼 흐르듯이 지나간다. 어디가 머리인지 아닌지도 구분하지 못하겠다. 그러던 순간 보이는 새마을운동 표시의 초록색 모자가 걸쳐진건지 올려진건지 그 물체에 씌여져있다.


‘아니,, 이거는!’


순간  물체가 얼굴로 다가왔다. 이건 사람의 얼굴이었다.


허걱, 아니 당신은’


———————


“그거 들었어? 거기 삼례마을에 이장있잖아”

“왜? 얼마전에 이장이 된사람? 아니면 그전에 이장?”

“그 전에 이장은 죽었자나 . 그래서  다시 다른사람이 된거잖아”

맞어 얼마전에 이장 다시 뽑았지. 근데 왜”

아니 또 그사람이 죽었다네”

뭐야 이장된지 이제 한달됐잖아? 왜? 젊은사람이었는데”

그러게 말야, 그전에 이장도 팔팔했잖아. 요즘 늙어서 누가 이장해. 젊은사람을 이장시키지.

어디 아픈데도 없고 사지도 멀쩡한사람이 이장되고 나서 비실비실 앓다가 갑자기 마누라는 도망가고 죽었었지”

그런데 장례치르고 뽑은 이장이 또 죽은거야? 왜? 교통사고야?”

아냐 그냥 집에서 죽은채로 발견되었어”

뭐야 심근경색 같은거 있었나?”

그런것도 없었는데, 더이상한건 뭔지알아? 자기 집이 아니라 그 죽은 이장네 집에서 죽은걸 발견했지뭐야”

거기 마누라도 도망가고 사람 안사는 집이지않아? 장례도 마을사람들이 치뤄줘서 집도 어수선한곳에 왜 거기에 있대”

그러게 말야, 그것도 거기에서 이불덮고 곤히 자고 있는채로 발견됐다지 뭐야, 사람들이 주변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해서 그 집안에 고양이라도 들어가서 죽어있나해서 들어갔는데 글쎄 지금 잠든 사람처럼 이불을 덮고 곤히 자고 있었대. 흔들어 깨우니까 죽어있었다니까”

거참 이장들이 두번이나 연속으로 죽어나가니, 누가 다음에 이장을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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