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시대

부제:신뢰에 대한 코로나 19의 기저효과

by 믹스커피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가

산책길을 걸어간다.


한발자국 한발작국 내딛는 걸음이 야무져서

지나가던 할머니가 응원을 보낸다.


귀엽다 기특하다 말하며 아이 등을 토닥여주려는 맘을 접고

아이고 고녀석이란 말만 되뇌이며 멀찍이 등을 바라만 본다.


찰방찰방 오리들이 물가에 내려앉아서 노니는 소리를 듣고

아이가 물가 근처로 내려간다.


물가 근처에 돌부리에 걸터 앉아있던 학생이

본능적으로 아이의 손을 잡아주려 내밀다가 멈칫한다.


아이 엄마도 학생에게 고마움을 전하려다가 순간 망설이자

학생이 어떤 의미인지 알았다는 듯이 다시 돌부리에 엉덩이를 붙인다.


입으로 마스크를 가렸을 뿐인데

마음이 가려졌다.


말로 전하지 못하는 마음을

건네는 손을 거둬야한다.


가려진 마음을 보려고 눈을 더 많이 바라본다.

건네받지 못한 마음을 받으려 어깨를 더 많이 보게된다.





시대상을 써보겠다는 과감한 취지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코로나시국이라는 전례없는 경험에서 오는 이질적인 일상을 한번 담아보고 싶었다. 역사책에서 본 페스트나 세계2차대전 같은 거대한 담론이 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일상을 뒤흔들고 있는 전례없는 시국이긴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바이러스의 특성이나 과학적인 특이점을 담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눈에 보이지 않는 전염성을 가진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로 잃어버리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의 아쉬움을 담고 싶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워서 덥썩 잡는 손을 주춤하게 만들고, 보고싶다는 마음을 혹시나 폐가될까 하고 지금보자는 말보다 이 시국이 끝나면 보자고 말하는것과 같은 그런 아쉬움을 말이다. 둘째아이가 아장아장 산책을 나가며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첫째아이의 이 때의 모습과 겹치며 맞어 첫째도 이때쯤 걸었지와 같은 추억에 잠겼었다. 그런데 문득 아이를 예뻐하는 눈빛을 가지고 아이를 보지만 다가오지는 않고 멀리서 보면서 지나가는 할머니와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첫째와 산책했던 날들과 다른 주변의 풍경에 눈이 갔다. 누군가가 건네는 너의 존재에 대한 사랑스러움을 담은 손길을 이 아이는 아직 만나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지 않아 코로나시국이 걷잡을 수 없이 시작되었다. 백일된 아이를 안고 재우며 , 회사에서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서 남편이 옆방에서 자가격리를 하는 동안에 우리가 확진자가되면 이 작은 아이는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감이 가득했던 밤수의 날도 있었다. 흔치않은 경험이었고, 일상적이지 않은 일상이었다. 그래도 그런 일상에도 자가격리 중에 아이들 먹을 반찬을 문고리에 걸어두는 이웃이 있고, 코로나로 만나지못한 애틋함을 담아서 손편지로 쓴 편지를 받기도했다. 그런 일상적이지 않은 일상에서, 변하지 않는 일상과도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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