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와 달라진 지금

산에 가자고 했던 아빠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by 믹스커피

그때에는

잰 발걸음으로 어떻게 하면 빨리 달려서

저 너머 손닿지 않는 곳에 도착해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먼저 보고싶었다.


이제는

이 길을 오래 걸을 수 있기 위한 나의 보폭이 얼마만큼인지

내 옆에서 같이 나의 보폭을 맞춰주고 있는

내가 넘어지지 않고 걸어나가고 있는지 보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보고 싶다.


그때에는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도 제자리인데

힘들게 올라갔다가 뭐하러 다시 힘들게 내려오는지

등산이라는 행위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도 제자리지만

내가 바둥대던 곳을 높은 곳에서 한참을 바라보고 내려오면

번잡했던 내 마음에서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를 내 마음이 달라져 있었다.


지금도 지나가면 그때가 되어

또 무언가는 달라지고, 변하겠지



어릴 적, 아빠는 주말에 등산을 하자고 했다. 주말 등산을 같이 가주면 만원의 용돈을 준다는 거금의 제안도 있었다. 하지만 중2병이 도져서 있는건 베짱이요, 없는 건 버르장머리인 그 때의 나는 그 조차도 코웃음 쳤었다. 그런 내가 지금은 앞산이라도 아이와 함께 한 번 씩 산을 찾는다. 그건 아마도 벌써 그 때의 아빠의 나이와 비슷해진 내 나이가 아마 그 때의 아빠를 이해할 수 있어서이지 않을까.

나이가 들면서 달라진 것 들 중 하나는 등산을 함께 가자는 것과, 주말에 동물의 세계를 한참을 보며 재미있다고 하는 아빠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떤 마음으로 산을 찾는 지, 그리고 또 왜 산을 나의 아이와 함께 가고 싶은지. 그 두 개의 마음을 지금에서야 왜 알게 되는걸까. 오랜만에 아빠와 함께 산을 오르면서 느껴진 후회의 마음이자 부끄러움을 담아보고 싶었다.

젊을 때는 절대 변하지 않는것, 나라면 절대 안그렇게 살아라는 말이 쉬웠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그럴 수도 있구나, 그 사람도 그럴만했구나라는 말이 조금씩 꺼내어지게 되었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것은 내 마음인지 나의 시간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그 때의 엄마와 아빠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은 맞는 것 같다. 또 무엇이 더 달라지고, 변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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