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주네
하루에도 몇 번씩 무너지고 싶을 때가 있다. 할 일은 쌓여가고, 마음은 조급한데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럴 때면 나는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무심히 꺼낸 작은 병 하나, 박카스. 조심스레 뚜껑을 따는 소리가 작은 의식처럼 나를 일으킨다.
쓴맛과 단맛이 뒤섞인 그 특유의 맛. 목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 몸 어딘가에 숨어 있던 작은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물론 박카스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건 아니다. 단지, 그 짧은 순간만큼은 지친 나를 이해해주는 것만 같다. "힘들지? 그래도 여기까지 잘 왔어." 박카스는 말 없이 그렇게 속삭이는 듯하다.
누군가는 그저 에너지드링크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박카스는 작은 공감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내 일상 속에서, 나 혼자만의 고군분투를 조용히 인정해주는 존재. 친구를 만나거나 긴 휴가를 떠날 여유는 없지만, 박카스 한 병은 언제나 곁에 있다.
한 모금 삼키고 나면, 무거운 어깨를 조금은 펴볼 수 있다. 숨을 고르고, 다시 가방을 메고, 또 하루를 걷는다. 박카스가 내게 주는 힘은 거창하지 않다.
그저, "너 고생했어"라는 말을 대신 전해주는 것, 그것이면 충분하다.
오늘도 나는 박카스를 꺼낸다. 그리고 조용히 미소 지어본다.
"그래, 박카스가 나를 알아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