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다
추위에서 더위가 온다
겨울의 한가운데를 지날 때면, 이 추위가 영원할 것만 같다.
숨을 내쉴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하얀 입김처럼, 모든 희망도 허공으로 사라질 것 같은 느낌. 외투를 아무리 단단히 여며도 뼛속까지 스며드는 찬바람 앞에서는 누구나 조금쯤 작아진다.
하지만 문득 떠오른다. 이 깊은 추위 속에서도 결국 더위는 온다는 사실을. 눈이 쌓이고 얼음이 길을 막아도,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어느새 해가 길어지고, 바람 속에 한 줌 따뜻함이 섞이기 시작한다. 아무리 두터운 겨울이라도 봄과 여름을 막을 수는 없다.
추위 속에서 더위를 기다린다는 건, 단순한 계절의 순환을 넘어선다. 견디는 것, 믿는 것, 그리고 변화를 준비하는 것이다. 얼어붙은 땅속에서도 씨앗은 조용히 숨 쉬고 있고, 나무들은 껍질 아래에서 새로운 생명을 품고 있다.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지 않아도,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우리는 종종 지금의 고단함이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느끼지만, 삶도 결국 계절처럼 흐른다. 고독과 외로움, 두려움으로 얼어붙은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녹기 시작한다. 그리고 따뜻한 바람이 불어올 때,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다.
'아, 추위 속에서도 여전히 나는 살아 있었구나.'
추위는 더위를 부르고, 끝은 다시 시작이 된다. 그러니 오늘도 한 발짝, 이 겨울을 지나 걷는다. 아직은 손끝이 시리지만, 언젠가 이 손으로 여름 햇살을 쥐게 될 것이다.
추위 끝에 오는 더위를 믿으며, 나는 다시 고개를 든다.
추위에서, 더위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