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
앞만 보고 달리는 일이 미덕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멈추면 안 될 것 같고, 뒤를 돌아보는 건 나약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가끔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용기도 필요하다. 내가 지나온 길이 어디였는지,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를 돌아보는 일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다.
뒤를 돌아보면 생각보다 많은 길을 걸어왔다는 걸 알게 된다. 힘들게 지나온 날들, 포기하지 않고 버틴 순간들, 웃고 울며 지나온 소중한 기억들이 거기에 있다. 그 길 위에는 지금의 나를 만든 무수한 선택과 노력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그렇게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뒤돌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함께 걸어준 사람들, 잊고 있었던 감사, 실수로 놓친 기회들. 그것들을 다시 바라볼 때, 우리는 지금 걸어가는 길에 더 단단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뒤를 돌아본다는 건 멈춘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 방향을 점검하는 일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자주 놓친다.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지금 이 걸음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조차 모른 채 앞으로만 향한다. 그러다 지치고, 길을 잃고, 스스로를 잊는다. 그런 순간일수록 더더욱, 잠시 멈춰 뒤를 돌아봐야 한다.
뒤를 돌아본다는 건 과거에 머무르자는 게 아니다. 오히려 과거를 토대로 더 나은 오늘과 내일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내 흔적을 되짚어야 진짜 내가 원하는 방향을 다시 찾을 수 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더 단단한 마음으로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니 너무 서두르지 말자. 뒤도 돌아보자. 걸어온 길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나 자신이 참 잘해왔다는 걸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