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삶에서 우리는 한 걸음도 물러설 수 없는 순간에 놓이게 된다. 그런 순간들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고, 뒤돌아보면 모든 것이 잃어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벼랑 끝에 서 있는 것처럼, 모든 방향이 절벽인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럴 때 우리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사실을 뼛속 깊이 실감하게 된다.
나는 몇 번이나 그런 순간을 겪어왔다. 사회복지사로서 많은 이들의 삶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그들이 겪는 위기와 고통을 직접 마주하는 일이 많았다. 그들의 아픔을 나누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나 또한 깊은 감정을 느꼈지만 때로는 내가 물러설 곳이 없다는 사실에 압도당한 적이 있다. 위기의 순간에 내가 선택해야 할 길은 오직 하나였다. 그 길을 가야만 했고, 그 길을 가는 도중에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인간에 대한 믿음이었다.
나는 언제나 ‘사람 중심’의 접근을 취해왔다. 이론과 방법론을 넘어서, 결국은 개인과 그가 속한 사회의 관계망에서 그가 마주하는 어려움을 해결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종종 “물러설 곳이 없다”는 사실을 느꼈다.
자칫하면 실수로 아무것도 못한 채 그 사람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그 벼랑 끝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을 다잡아야 했다.
그렇다면 물러설 곳이 없다는 건 단지 위기의 순간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매일의 삶에서도 물러설 곳이 없다고 느낄 때가 많다. 진로를 결정할 때, 직장에서의 결정적인 순간에, 심지어는 인간 관계에서 큰 갈등을 마주할 때까지, 우리는 늘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선택이 내가 선택한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바로 그때가 우리가 물러설 곳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진정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물러설 곳이 없다면, 우리는 그 자리에 서서 더 나아가야만 한다. 그 길을 가면서 우리는 성장하고,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중요한 경험을 하게 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물러설 곳이 없다고 느낄 때마다,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더 강해지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그러므로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은 결코 두려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 현실과 마주하며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다. 앞으로도 나는 수많은 어려운 선택들을 마주할 것이지만, 그때마다 “물러설 곳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