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하악~ 벌리고 초점없는 눈을 부릅뜨며 나를 부르는

겨울의 맛, 동태탕

by 하룰

겨울의 맛, 동태탕

겨울이 성큼 다가오는 요즘 뺨을 스치는 찬바람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그 바람은 차가운 공기와 함께 따뜻한 음식을 간절히 원하게 만든다.


나뭇잎이 푸르던 여름이 지나고, 이제는 앙상한 가지들만이 남아 있는 겨울의 모습은 내 삶과도 비슷하다.


매년 반복되는 사계절처럼 내 삶에서도 변화와 준비가 필요하다.


이럴 때일수록 따뜻한 국물 요리가 그리워진다.


요리를 위해 마트에 가기로 결심한 나는 동태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찬바람 속에서 따뜻한 국물 요리를 만들기 위해 재료를 찾아 나서는 것은 큰 기대감을 주었다.


마트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바쁘게 장을 보고 있었다. 내일이 휴일이라 그런지 쇼핑카트가 가득하고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겨울철 준비를 위해 미리 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 같았다.


붐비던 마트에서 내가 찾던 동태를 열심히 찾아 나섰다.


한쪽 코너에서 얼음처럼 딱딱하게 얼려진 동태를 발견했다.

반짝이고 하얀 서리 머금은 모습 속에서 이 커다란 동태가 입을 하악~ 벌리고 눈을 부릅뜨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이걸 내가 잘라낼 수 있을까? 걱정이 가득했지만 예전에 요리에 관심이 많아 구입했던 중식도를 떠올리며 과감히 도전해 보기로 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얼어붙은 동태는 생각보다 더 단단했다. 칼을 들어 동태를 자르기 시작했지만, 그 단단함에 내 손목이 부서질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렵게 힘겨루기를 하며 겨우 잘라내었고 그 과정에서 땀이 흘러내리고, 도마 위에 칼로 자르는 소리가 아래층에 층간소음으로 들릴까 걱정이 되었다.

전기톱이 아닌 중식도로 자른 동태와의 전쟁

"빨리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마리 동태를 조각조각 내어 봉지에 담아놓는 순간, 마치 내가 한 한식요리사처럼 느껴졌다.


이제 본격적으로 동태탕을 만들기 위해 준비에 나섰다. 먼저, 김장을 위해 다시 내었던 물을 끓이기 시작했고,

실한 무, 두부와 팽이버섯, 대파, 홍고추를 씻어 썰었다.


각 재료의 향기가 주방에 퍼지며 겨울철 별미인 동태탕의 기대감이 커져갔다. 그리고 드디어 동태를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예전의 추억이 떠올리며

가족과 함께 모여 앉아 따뜻한 국물 요리를 나누어 먹던 때가 그리워지기도 했다.


모든 준비로 동태탕이 끓어오르자, 국물이 자글자글 끓으며 풍기는 따뜻한 향기가 나를 감싸주었다.

시원한 동태탕 내마음을 달래주네

한 입을 들이키는 순간, 그 시원한 국물은 내 몸속에 스며들며 오늘의 피로는 물론 일주일간 쌓였던 피로까지 풀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 따뜻한 국물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겨울날의 위안이자 나를 감싸주는 포근함을 주었다.


힘든 과정을 거쳐 이렇게 준비한 든든한 저녁을 먹고 나면 기분이 한층 좋아진다. 동태탕은 나에게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기분 전환이자,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이다.

오늘도 맛있는 음식을 통해 기분이 좋아지며, 겨울의 차가움 속에서도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음식이 되어주었다.


이렇게 겨울의 맛, 동태탕 한 그릇은 나를 살리는 음식이 되었다. 그 맛을 찾는 과정 속에서 나는 겨울의 정취를 느끼며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었다. 맛있는 음식으로 인해 기분 좋고, 따뜻한 겨울을 느낄 수 있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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