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로 서는 법

제자리

by 하룰

9화. 다시 나로 서는 법

수시로 불안하고 무기력으로
하루에 몇 차례도 흔들리는 가지처럼
나는 제자리를 점검한다.


육아휴직을 시작한 지도 몇 달째.
아이는 자라고, 학교와 친구 관계 속에서 하루를 살아가지만
나는 여전히 하루하루 작은 파도에 흔들린다.
아침에 잠에서 깨자마자
‘오늘도 나는 제대로 살아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 불안과 무기력 사이

아이와 놀아주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숙제를 돕고…
하루는 그저 정신없이 지나가는데
내 마음은 왜 이렇게 허전하고 지친 걸까.
불안과 무기력이 내 머릿속에서
끝없이 파도처럼 출렁였다.


처음엔 그것을 부정하려 했다.

‘아빠니까 강해야지.’

‘남편이니까 지치면 안 돼.’
하지만 그렇게 붙잡으려 할수록
마음은 더 깊이 흔들렸다.




■ 작은 제자리 점검

그러다 깨달았다.
흔들리는 나를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인정하는 것이
다시 나로 서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오늘은 조금 늦게 일어나도 괜찮다.

설거지가 쌓여도, 빨래가 남아도 된다.

나는 여전히 아이에게 충분한 아빠다.


이 작은 점검을 하루 세 번
아침·점심·저녁에 자신에게 속삭였다.


“괜찮아. 지금 그대로 괜찮아.”




■ 삶의 우선순위 재정비

그제야 나는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바라볼 수 있었다.
아이의 웃음, 아내와 나눈 짧은 대화
그리고 나 혼자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
이 작은 것들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내 몸과 마음이 기억했다.


불안을 억누르거나, 무기력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었다.
그 감정을 이해하고, 잠시 내려놓고
다시 작은 루틴 속에서 나를 세우면 된다.




■ 오늘의 결론

밤이 되고 아이가 잠든 거실에 앉아
짧게 숨을 고르며 생각했다.


‘나는 여전히 흔들리지만
흔들리면서도 나를 다시 세울 수 있구나.’


다시 나로 서는 법은
어떤 큰 결심이 아니라
매일 스스로를 점검하고
작은 안정을 찾아주는 일상 속 루틴이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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