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수시로 불안하고 무기력으로
하루에 몇 차례도 흔들리는 가지처럼
나는 제자리를 점검한다.
육아휴직을 시작한 지도 몇 달째.
아이는 자라고, 학교와 친구 관계 속에서 하루를 살아가지만
나는 여전히 하루하루 작은 파도에 흔들린다.
아침에 잠에서 깨자마자
‘오늘도 나는 제대로 살아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아이와 놀아주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숙제를 돕고…
하루는 그저 정신없이 지나가는데
내 마음은 왜 이렇게 허전하고 지친 걸까.
불안과 무기력이 내 머릿속에서
끝없이 파도처럼 출렁였다.
처음엔 그것을 부정하려 했다.
‘아빠니까 강해야지.’
‘남편이니까 지치면 안 돼.’
하지만 그렇게 붙잡으려 할수록
마음은 더 깊이 흔들렸다.
그러다 깨달았다.
흔들리는 나를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인정하는 것이
다시 나로 서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오늘은 조금 늦게 일어나도 괜찮다.
설거지가 쌓여도, 빨래가 남아도 된다.
나는 여전히 아이에게 충분한 아빠다.
이 작은 점검을 하루 세 번
아침·점심·저녁에 자신에게 속삭였다.
“괜찮아. 지금 그대로 괜찮아.”
그제야 나는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바라볼 수 있었다.
아이의 웃음, 아내와 나눈 짧은 대화
그리고 나 혼자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
이 작은 것들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내 몸과 마음이 기억했다.
불안을 억누르거나, 무기력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었다.
그 감정을 이해하고, 잠시 내려놓고
다시 작은 루틴 속에서 나를 세우면 된다.
밤이 되고 아이가 잠든 거실에 앉아
짧게 숨을 고르며 생각했다.
‘나는 여전히 흔들리지만
흔들리면서도 나를 다시 세울 수 있구나.’
다시 나로 서는 법은
어떤 큰 결심이 아니라
매일 스스로를 점검하고
작은 안정을 찾아주는 일상 속 루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