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YO Jul 10. 2023

어느날 공황장애가 찾아왔다 5

공황장애 방어술!

※아주 조심스럽지만, 나의 공황장애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이야기의 공유를 통해 혹시나 많은 고민을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의 투고입니다. 조금이라도 글을 읽으며 불쾌감을 느끼거나 공감을 느끼시는 분들, 답답하고 갑갑한 마음을 느끼는 분들, 혹시 나도? 하는 분들, 기분이 가라앉는 분들 모두 정신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추천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며 지낼 것인가?

솔직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어떻게 뭘 해야 할지 아무런 계획이 없었고,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그저 공허한 24시간이 눈앞에 턱 하고 놓여 있었다. 그나마 늘 하고 있던 식사 준비를 할 시간을 그저 기다리며 시간이 되면 주방에 들어가 요리를 할 뿐이었다. 냉장고에 있는 채소들을 꺼내 대충 볶아 볶음 요리라고 내놓는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뭔가 할 일이 있다는 게 조금 안심이 됐다.


 갑작스럽게 주어진 시간을 공허함 혹은 허무 없이 보내기 위해선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적당히 끼워 넣는 게 좋다.

 특히나 우울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의식적으로 뇌가 깊은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울증에 처방하는 항우울제는 흔히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을 불러일으켜 뇌를 신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 세로토닌이라는 걸 어느 정도 행동으로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약이 더 잘 들 수 있도록 잔잔하게 BGM을 깔아주는 역할을 한 행동들을 소개한다.

(*우울증과 공황장애에 대해선 '노오력'과 '의지'만으로는 절대로 극복할 수 없다. 그 정도로 신경물질 분비 기능이 마비된 상태이기 때문에 약물의 도움이 필요하다. 행동과 의지와 노력으로 상태를 극복하라는 권위적인 '조언' 따위를 할 생각은 갖다 버리길. 행동은 약물의 효과를 위한 보조로 이해해 주길 바란다.)


 1.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잔다.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지만 가장 어렵다. 자칫하면 점심까지 잘 수도 있고, 밤에 좀처럼 잠들지 못해 해가 뜰 때 잠이 들 수도 있다. 특히나 밤에는 고요하고 생각이 깊어져, 극단적인 생각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증세를 악화시킬 수도 있기에, 11시에 자고 7시에 일어나는 걸 목표로 했다. 실제 신경세포들의 순환과 우울감의 경감은 12시부터 2시까지 분비되는 '잠'과 관련된 신경세포가 얼마나 분비되느냐에 달려있다고 한다. 그 시간에 이미 잠들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니 수면시간을 짤 때 참고했으면 한다.


 2. 아침에 눈 뜨면 따뜻한 차와 요가

 몸을 움직여야 했다. 아무것도 없이 쉬는 날 계속 앉아있거나 누워만 있으면 몸에 이끼가 낄 것 같았다. 마음이 습했다. 아침은 너무 졸렸으니 빈 속을 뜨거운 물로 달랜 후 몸을 움직였다. 기름을 칠하고 기계를 움직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나의 경우, 과호흡이나 호흡곤란이 왔을 때 호흡을 익혀두고, 경련 시에 짧게 뭉치는 근육을 늘려 둘 필요성을 느껴 요가를 선택했을 뿐이다. 운동은 요가가 아니어도 좋다. 실제로 운동은 스트레스 발산과 과한 생각을 멈춰주는 효과가 있다. 뭐든 좋다, 많이 움직이자!


 3. 식사는 시간대로 챙겨 먹기(내 손으로 만들기)

 내 손으로 만든 식사라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사 먹는 음식은 물론 편리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고 제 때 오지 않았을 때의 스트레스는 역시 썩 좋지 않다. 내가 해 먹는 음식이라면 속도 편하고, 뭔가를 해냈다는 달성감을 느낄 수 있다. 이 달성감이 우울감을 조금은 녹여준다. 아주 간단한 음식만을 만들고 메인은 사 먹어도 괜찮다. 스스로 만든 음식이 뱃속에서 굴러가는 만족감을 여러분도 느껴보았으면 한다.


 4. 강아지 산책 매일 하기

 저는 강아지 없는데요, 하는 분들. 혼자라도 걸으시길. 산책(걷기)은 햇빛을 쐴 수 있고, 바람에 생각을 환기시킬 수 있다. 생각의 환기와 햇빛을 받았을 때, 온몸의 세포들 그리고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세포가 우울감을 무력화시킨다. 나는 산책을 해야 했는데 강아지라는 반강제 이벤트가 있었을 뿐이었다. 10분, 20분이라도 좋으니 노래 두세 곡 끝날 때까지 가사만 중얼거리며 걸어도 좋고, 조금 과한 움직임으으로 걸을수록 좋다!


 5. 일기 쓰기

 나 같은 경우는 처음엔 블로그를 쓰기 위한 소재 메모에 불과했다. 매일같이 밤에 오늘 있었던 일을 전부 하나로 묶어 정리하는 작업은 너무 어렵고 귀찮았다. 그럼 무슨 일기를 쓰느냐? 사실 일기라기보단 순간 메모에 가깝다. 그 순간 생각했던 것들, 깊게 고찰했던 것들, 고민했던 것들을 메모로 남긴다. 그게 하루치가 모이면 일기가 되는 거다. 그 순간을 살아낸 내가 느낀 기록이다. 점점 나아지는 것도 보일 거고, 점점 나빠지는 것도 보일 거다. 그럼 그걸 상담할 때 이야기 하면 된다. 지구의 평생을 통틀어 기록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별 거 없다. 하지만 이 별 거 아닌 게 정말 별 거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조언을 하건 결국 '내가 하기 싫으면 안 하고', '내가 하고 싶으면 한다'. 위의 모든 걸 우리 다 같이 합시다!라고 억지로 조언할 수 없으며, 강요할 수 없다. 하지만 하나씩 시험하다 보면 뭔가 바뀌는 걸 스스로가 느낄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물론 나 역시도 아직 공황 완치! 우울증 완치! 의 단계는 아니지만, 사회생활과 일상생활을 되돌릴 정도의 단계로 복귀했기 때문에, 여러분께 나의 극복기를 감히 공유했다.


 공황장애는 현대인 10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아주 흔하지만 아주 독한 질병이다.(정신병은 질병이 맞다)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많은 공황장애 환자가 존재하며, 그분들께 우리는 혼자가 아니며 나아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감히 전하고 싶었다.

 다시금 말하지만, 공황장애 혹은 우울증인가? 싶은 분들은 고민을 멈추고 바로 전문 병원에서 상담을 받으시길 바라며, 주변에 해당 질병을 가진 분들이 계시다면 함부로 말을 얹지 않아주셨으면 한다. 환자들을 탓하는 말을 얹는 순간 당신은 가해자다. 그게 어떤 형태가 되었든.


 같은 병을 가지고 계신 여러분들 , 우리는 함께이고 다 같이 손잡고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너무 깊은 곳에 빠졌다 하더라도 우리는 올라올 수 있어요. 올라오지 못하겠으면 그 주변에 불을 밝히면 될 뿐입니다.

잘 처방받은 약을 먹고, 많이 움직이고, 많이 웃어봐요. 약이 맞지 않는다면 꼭 빠르게 병원에 알려 새로운 약을 처방받으시길. 잘 맞는 약을 발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이전 04화 어느날 공황장애가 찾아왔다 4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