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휴직하고 월급 받는 법
※아주 조심스럽지만, 나의 공황장애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이야기의 공유를 통해 혹시나 많은 고민을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의 투고입니다. 조금이라도 글을 읽으며 불쾌감을 느끼거나 공감을 느끼시는 분들, 답답하고 갑갑한 마음을 느끼는 분들, 혹시 나도? 하는 분들, 기분이 가라앉는 분들 모두 정신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추천합니다.※
사실 휴직을 결정하기까지 많이 망설였다. 가장 주된 이유는 두 가지로, 비자(체류 문제)와 소득 문제였다.
비자에 대해선 소속은 유지되니 해결이 되었으나, 소득은 여전히 문제였다. 세상에 돈 벌려고 다니는 회사에 돈을 받지도 못하고 오히려 뱉어내야 하는 상황이라니.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볕 들 구멍은 난다 하지 않는가. 정말 그 말 대로 쪼오끔 아주 쪼오끔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빛이 내렸다. 거의 신이 내려준 구원이었다.
전 편에서 설명했듯 나는 일본에서 근무 중인데, 회사에서 들어주는 4대 보험 중 하나인 '건강보험'을 통해 보험금을 탈 수 있었다. '傷病手当'라는 명목, 그러니까 '상병 급여금'이라는 명목으로 보험금을 지급 받을 수 있었다. 이 보험금은 신체적으로 부상/상처가 생겨 정상적으로 경제적 노동 행위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정신적 질병으로 정상적으로 경제적 노동 행위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지급된다. 원인 발병/발생 최소 4일 이상부터 지급받을 수 있으니 입원이나 수술 등을 이유로 출근이 불가능하다면 역시 지급받을 수 있다.
물론 서류의 나라(내가 멋대로 붙인 별칭이다) 답게 요구되는 서류가 굉장히 많고 귀찮긴 하지만, 돈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인가.
실제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는 금액은 어느 정도인가?
전국 보험 협회에 기재되어 있는 사항을 따르면 '1달 평균 급여의 2/3를 지급한다.'이며, 휴직 중엔 경제적 수입이 발생하면 지급되지 않는다. 휴직하며 알바+보험금으로 수입을 떠올릴 수도 있는데, 알바(경제적 수입)를 하면 보험금 급여를 받을 수 없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본인의 1달 평균 급여를 생각해서 더 높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쪽을 택하는 걸 추천한다.
나의 경우는 알바를 하는 것보다 가만히 쉬며 보험금을 받는 쪽이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었기에 온전한 휴식을 결정했다.
나는 특별히 들어두지 않아 별도의 지급은 없었지만, 퇴직/휴직보험에 가입하신 분들은 해당 보험에서 추가로 급여를 받을 수 있을 수 있으니 꼭 확인하시길.
또한, 가입 한 보험의 종류(사회보험:회사에서 들어주는 보험, 국민보험:회사 없이 개인으로 드는 보험 두 종류가 있다)에 따라 필요한 서류가 달라진다.
전국보험협회의 공식 홈페이지에 가면 관련 서류를 PDF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으니 필요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확인하길 추천한다.
https://www.kyoukaikenpo.or.jp/g3/sb3040/r139/
자, 이렇게 수입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 으나!
병원에서 써 줘야 하는 서류를 받는데 까지 꽤나 시간이 걸리니 이것도 주의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휴직을 낸 게 2월 12일부터 4월 30일까지라면(진단서 기록에 따름) 매 달 급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할 텐데 아니다.
실제 병원에 제출한 서류를 돌려 받을 수 있는 건 5월 1일 이후가 된다. 보험금의 지급은 서류가 다 모여 보험센터에 도착하고 2주 정도 후에 실시되니, 되도록이면 1달씩 진단서를 받아 서류를 끊고 매 달 급료처럼 받는 걸 추천한다. 조금 귀찮긴 하더라도 돈이 없어 허덕이면서 정신이 다시 곪는 것보단 훨씬 낫다.
처음에 나는 이 방식을 몰라서 한 달을 고스란히 적금을 깨서 생활했다. 다들 휴직 전엔 미리미리 월급을 쪼개두고 저축을 해 둡시다.
경제적 문제도 해결 됐겠다, 그럼 이제 마음 놓고 쉬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잘 쉰다는게 도대체 무엇인지, 어떻게 쉬어야 잘 쉬는 것인지.
막상 무한한 시간이 주어지면 뭘 하고 보내야 할지 우리는 잘 모른다. 누군가는 종일 폰만 하며 지내겠다, 종일 잠만 자며 지내겠다, 종일 밖에서 놀며 하루를 보내겠다, 종일 영화를 보며 지내겠다 등등.
나의 경우, 위의 모든 '쉬는 방법'은 불가능했다. 하루 종일 폰만 하기에는 숏폼에 쉽게 질려하고 블루라이트에 취약한 눈을 가지고 있고, 잠만 자기엔 밤에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상태였다. 종일 밖에서 놀기? 세상에, 사람만 마주치면 경련에 기절하는데 어딜 어떻게 혼자 나가는가. 영화도 똑같았다. 오랫동안 화면을 보면 눈이 아파 제대로 보지 못한다. 보려면 조금씩 끊어 봐야 하니, 맥이 전부 끊겨 좀처럼 재미를 느낄 수 없다.
자 그럼 무한히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어떻게 보냈을까? 그 많은 시간들을 보내며 수렁에 빠지진 않았을까, 빠진 수렁에선 어떻게 빠져나왔을까? 다음번엔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많은 전문가들도 언급하는 회복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우리 다들 조금씩 야금야금 수렁에서 벗어나 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