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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O Jul 07. 2023

어느날 공황장애가 찾아왔다 3

휴직을 향한 집념의 도전

※아주 조심스럽지만, 나의 공황장애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합니다. 이야기의 공유를 통해 혹시나 많은 고민을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의 투고입니다. 조금이라도 글을 읽으며 불쾌감을 느끼거나 공감을 느끼시는 분들, 답답하고 갑갑한 마음을 느끼는 분들, 혹시 나도? 하는 분들, 기분이 가라앉는 분들 모두 정신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추천합니다.※


 퇴근 후, 회사 사이트에 내 이름 밑 비밀글로 작성된 계약에 대한 게시물을 열어봤다.


입사 3년 이하의 사원은 1회 최대 6개월의 휴직계를 낼 수 있다.
휴직계를 제출할 시에는 의사의 진단서와 해당 부서의 책임자, 인사부, 임원과의 면담을 필요로 한다.


 음! 쓰여있는 문장의 모든 요소들이 아주 철저히 '웬만해선 휴직 안 시키겠다. 일해라.'의 느낌이 확고했다.

 우리 회사로 말하자면 최근 상장한 IT 벤처기업이며, 최근에 몸집을 불리는 중이다. 특히 상장 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가뜩이나 앞서 성장하겠다는 회사 분위기가 뜨겁던 시기에  챗GPT가 도래했다. 순식간에 눈 한 번 깜빡이면 죽어버리는 전쟁터가 돼버렸다. 특히나 우리 팀은 '그로스(growth) 팀'. 그러니까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만드는, 보다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뤄내야 하는 팀이었다. 정시퇴근이란 잔업의 삼삼한 주전부리 정도의 의미를 가졌다. 정시에 자리에서 일어나면 아직 일이 적나 보네? 하는, 감히 벌써 가려 하느냐는 따가운 눈총을 받기 일쑤였다.(하지만 난 집이 멀다는 핑계로 늘 일찍 일어났다. 어쩔티비.)

 그런 환경에서 부서의 책임자와의 면담... 임원과의 면담... 인사부와의 면담... 입사 3개월 차... 모든 것이 일을 계속해야만 한다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히려 의사의 진단서는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병원에서는 휴직 혹은 퇴직 후 휴식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었으니, 말만 하면 바로 써 주겠으니 필요할 때라면 언제든지 알려달라 하는 상황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그때는 그 정도로 아슬아슬한 상태였었던 것 같다.


 휴직을 안 하면 정말 죽을 것 같았다. 과장 없이 정신적 스트레스의 화살표가 극단적으로 끝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렇기에 휴직을 꼭 해야만 했다. 휴직을 결심하기 전부터 이미 신체적인 문제가 나타나고 있었다.(*공황장애와 우울증은 방치하면 신체적인, 큰 질병으로도 이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된다면 빠르게 상담을 받으시는 걸 강력히 추천합니다.)

호흡곤란, 두통, 흉통, 갑작스러운 기절 등등. 업무 중에도 갑작스럽게 호흡이 되지 않아 기절을 하는 등의 경우가 잦았기에 업무 차질이 생기고 있는 시점이기도 했다.


 일단 병원에서 진단서를 떼어 오고, 팀장님께 퇴근 전 작은 미팅으로 휴직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팀장님은 조금은 당황하셨으나, 어느 정도 알만하겠다고 이해를 해 주셨다. 물론 상부에 전달하겠다는 말을 듣기까지 많은 설득이 필요하긴 했다. 늘 업무에 있어 파이팅 넘치는 팀장님은 늘 일 하다가 기절하고, 통증을 호소하는 내가 꾀병을 부리는 듯 보였던 듯하다. 그러니 혹은 재택근무 일수를 더 늘려보자 등등 많은 설득을 하셨지만, 나는 이미 그 모든 것들이 불가능한 상태였으므로 정중히 거절했다.


 바로 다음날, 실제 출근 없이 재택 출근을 하고 실장님과 인사팀, 그리고 산업의(産業医:기업에 직원들의 건강상태, 정신상태 상담을 위해 배속되는 의사)와의 면담을 실시했다.

반나절을 이어진 면담과 상담, 특히 산업의 와의 상담은 병원에서 이미 한 번 이야기했던 부분들이라, 다시금 그를 곱씹는 느낌이 아주 괴로웠다. 하지만 울면서 전부 털어냈다. 정말 힘들다고, 제대로 일상을 살 수가 없다고. 지금 모두가 근무하는 이 상태가 비정상적이지 않지 않느냐고. 특히나 나의 근무 상태를 이미 알고 계셨던 실장님은 고개를 끄덕이셨고, 애매하게 업무를 지속해서 상태 회복이 되지 않는 것보단 확실하게 쉬고 확실하게 회복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하셨다. 솔직히 먼저 말씀을 꺼내셔서 많이 놀랐다. 실장님의 강력한 추천과 의견피력 덕분에 나는 무사히 휴직계를 얻어 낼 수 있었다.

 당일은 출근 처리가 되었지만 면담 뒤로 바로 퇴근을 할 수 있었고, 다음날부터 정식으로 휴직에 돌입하게 되었다. 와, 자유다! 하는 느낌과 함께 이제 뭘 먹고살아야 하나 싶었다.


 정말 문제는 돈이었다.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돈을 번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 월세, 전기세, 공과금, 수도세, (일본의 경우) 주민세, 건강보험, 그리고 이유를 잘 모르겠는 다양한 명목의 세금들, 휴대폰 요금, 인터넷 요금, 우리 강아지 밥, 사람 밥 등등. 끝도 없이 이어진다. 심지어 나는 여기서 병원비와 약값, 그리고 매달 회사에 휴직계를 위해 제출해야 하는 진단서 비용까지. 수입이 없는 채로 부담하기엔 굉장히 무거운 금액이다.


 휴직은 기본 休職, 일을 쉬는 것이기에 회사에서 주어지는 급료는 없다. 정말 0엔. 하지만 원래 월급에서 떼여야 할 보험료와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러니 회사에 돈을 내야 하는 처지가 된 거다. 아주 아찔했다.

 아무리 남자친구가 먹여 살리겠다 약속을 했다 하더라도 내 앞으로 나가는 세금까지 내달라 할 수가 없었다. 한 사람 분의 몫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근본적인 문제로, 내가 여기서 계속해서 살아가도 되는 걸까?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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