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황장애 증상에 대하여
※아주 조심스럽지만, 나의 공황장애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이야기의 공유를 통해 혹시나 많은 고민을 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의 투고입니다. 조금이라도 글을 읽으며 불쾌감을 느끼거나 공감을 느끼시는 분들, 답답하고 갑갑한 마음을 느끼는 분들, 혹시 나도? 하는 분들, 기분이 가라앉는 분들 모두 정신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추천합니다.※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오히려 가장 받아들이기 쉬웠던 건 내가 정신병자라는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본가에 있을 땐 늘 들었던 '너 정신병자야?! 왜 사람 말을 그딴 식으로 받아들여!'라는 말이 사실이었던 거다. 사실 그 호칭에 상처를 받기엔 너무 많이 들어왔으며, 나 자신도 어느 정도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짐작을 하고 있었다. 큰 데미지는 없었다. 오히려 내면에 싹트던 의심이 오히려 현실이 되어 차라리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자, 그럼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나는 그다음에 어떤 행동을 했을까?
당장 집안을 박살내고 거울을 깨서 손에 피를 철철 흘렸을까? 못해먹겠으니 집구석이고 직장이고 다 때려치우라고 난동을 부렸을까?
아니.
나의 일상은 똑같았고, 회사는 계속해서 성실히 다녔으며, 집안은 내 상태를 신경 써 준 남자친구가 늘 깔끔하게 정리해 준 덕분에 늘 깨끗했다. 평소와는 다를 게 없는 일상이었다. 정신과에 정기 통원을 하는 정신병자가 되어도 하늘은 무너지지 않았고 땅도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강아지 새벽 산책을 하고도 퇴근하고 돌아와 야간 산책까지 할 수 있었고, 아침엔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요가를 하는 등. 현실을 받아들였고, 환자라는 명칭이 있었기에 뒤가 두려울 게 없었다. 남들이 욕을 하든 무슨 상관인가. 응 그래 욕해봐라, 너희의 뒷담은 요 알약 한 알이면 슥삭이다, 그런 마음이었다
여기서 공황장애의 증상에 대해 살짝만 알아보자.
공황장애란 "갑자기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는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그러니까 굳이 누가 나를 죽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연예인들의 인터뷰만 보고 나는 공황장애가 아니구나! 하면 안 된다는 거다. 갑작스럽게 숨이 안 쉬어지고, 갑작스럽게 너무 무섭고, 두렵고,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무력감을 느끼는 등등 모두 해당된다. 두려움을 느끼는 것 만으로 끝날 때도 있지만, 과호흡이나 호흡곤란, 혹은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가슴통증, 발작, 경련 등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공포나 두려움은 모르겠으나 위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일단 의심을 갖고 병원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나의 경우 과하게 사람이 밀집된 경우, 중년의 남녀가 큰 소리를 내는 경우(내용 상관없이)가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는 조건이었다.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 과호흡과 경련, 발작, 가슴통증 전부 랜덤으로 발생했다. 그 말은 즉,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다는 의미였다. 특히 일에 있어서. 주 5일 출근 중 주 3회 출근, 2회 재택근무를 실행하는 회사는 친절히도 재택근무를 늘리라 제안해 주었다. 처음엔 몸 상태를 보고 출근을 하는 등 조절을 했지만, 점점 그것도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했지만 그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나는 현재 일본에 거주하고 있고, 현재 '취로비자'로 이곳에서의 체류가 허가된 상태이다. 취로비자란 취업/노동을 위해 내려준 체류 허가 자격이다. 그러니까 이곳에 계속해서 체류를 하기 위해선 '회사에 소속되어있어야 함'이 필수조건이다. 아무리 남은 비자 기간이 길다 하더라도 일본 기업에 소속되어있지 않으면 90일 안으로 일본에서 나가야만 한다. 90일을 넘으면 불법체류자가 되는 거다.
자 그럼 내게 남은 선택지는 두 개. 회사를 관두고 한국으로 돌아가서 다시 본가라는 정신병 발발 소굴에 돌아간다, 혹은 이곳에서 회사를 다니며 꾸역꾸역 살아가 본다.
내 결정은 당연히도 후자였다. 현재 함께 살고 있는 남자친구와 결혼을 예정에 두고 있다는 사실도 큰 이유 중 하나였다. 비자를 바꾸기 전까지 현재 비자가 끊기면 곤란했다. 혼인신고를 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배우자 비자로 전환할 때 걸림돌이 되기 때문. 그러니까 나는 이 사람의 배우자 자격으로 이 나라에 존재하겠다는 손쉬운 방법을 두고, 체류를 위해 다시 먼 길을 가야 하는 셈이 되는 거다.
그렇기에 나는 회사를 그만둘 수 없는 입장이었기에 많은 고민을 했다.
그리고 한 가지 또 다른 길을 떠올렸다. 입사 당시 인사부 팀원분이 함께 읽어주신 '휴직계'에 대한 사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