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아무도 모릅니다. 전화벨이 울리기 전까진)
백수의 중요한 일정 속엔,
구직사이트를 유심히 살펴보고
이력서를 제출하는 일이 있습니다.
나이 때문인지
이력 때문인지,
면접 연락이 그리 자주 오진 않지만,
그래도 실망하지 않게 간간히 전화는 옵니다.
혹시 OO일 면접가능하세요?
오전, 오후 언제가 편하세요?
크게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지만,
오전을 선호한다.
햇빛이 짱짱해지는 여름엔 더욱이…
그렇게 5월에 받은 전화는,
대선일정에 오늘로 미뤄졌다.
전날에 GPT로부터 예상질문과,
그동안 어려웠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받아본다.
머리로 기억하되,
입으로 내뱉어보진 않았다.
다음날 면접이 있는 날은,
항상 잠을 설치곤 했다.
긴장하고 있다는 말이겠지.
애써 꾸욱 눈을 감아본다
맞춰 둔 알람이 울린다.
"머리 감지 말까?'
이 중요한 순간에도 게으름이 나를 깨운다.
정신을 차리려면 씻어야지
길어진 머리 탓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외모에만 신경을 쓰다,
문득 애써 밝은 표정을 지어본다.
평소 쓰지 않던 얼굴 근육을 활성화시켜 본다.
어제 캡처해 둔 스크립트도 다시 보며
노트에 옮겨 적어 보다가
입으로 되뇌어본다.
"저는 O 년의 경력이 있는 OOO입니다."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움직이는 타입이다.
길 찾기를 통해 소요시간을 계산하고,
마지막으로 외모점검을 하고
미소 한 번 짓고 출발.
출근시간을 넘긴 도로는
한적했고, 조용했다.
의외로 쉽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면접 보러 왔는데요.
여기가 OO가 맞나요?"
면접장소로 안내받고,
물 한잔을 건네받는다.
담당자분이 통화 중이셔서
끝나고 오실 거예요.
네 알겠습니다.
잠시 숨을 돌리는 듯했으나,
이내 관리자분께서 들어오신다.
건네받은 명함에 찍힌
OO회사 이사, OOO
"우리 회사는 현재 이러이러한 사업을 하고 있고
지금 OO 포지션을 채용 중입니다."
관심이 간다.
기본적으로 하시는 말씀에 귀 기울이고자 노력했다.
의외로 첫 번째 질문은 스트레스 해소방법.
지나고 나서 드는 생각은 스트레스가 많은 건가?
젊었을 때는 애써 나를 포장하려 애썼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하게 대답하고자 한다
"외부에서 걷기나 달리기를 좋아합니다.
가끔 맥주를 마시기도 합니다."
"등산도 좋아하시겠네요?"
"잘하지는 못해도 좋아합니다"
"본인에게 맞는 산을 오르는 게 좋은 거지요"
아이스 브레이킹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공백이 많은데 왜 그런 거지요?"
"젊었을 때는 욕심이 좀 많았습니다."
"업계 관련 지식은 좀 있는지요?"
"도태되지 않게 IT분야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연봉 이 정도면 괜찮나요?"
"네. 가능합니다."
"합격이 된다면 언제부터 가능한지요?"
"내일부터도 가능합니다."
저희도 준비가 필요해서(웃음)
내일까지 연락드리겠습니다.
먼 길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좋은 분위기의 면접은 끝이 났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아무도 모른다.
나도 큰 기대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붙을 거 같은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2차 면접까지 간 터라 거의 된다고
김칫국을 마신건. 나였다.
귀하의 능력은 출중하나,
저희와 인연은 아니라는 문자는
대기업에 국한된 피드백이었다.
내가 왜 떨어졌는지
그 누구도 알려 주지 않았다.
그저 혼자 그때의 분위기
질문들과 나의 대답,
나의 태도를 복기해 볼 뿐이다.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소득은 반드시 필요하다.
뚜렷한 소득원천이 없기에
나는 안전한 근로소득을 확보해야 한다.
정기적인,
급여가 주는 안정감이 지금 나는 필요하다.
어떤 야구 선수가 말했다.
"회사를 위해 일한다 생각하지 말고,
자신을 위해 일한다 생각하면 태도가 달라진다"
그 태도가 자신의 삶에 중요한 원천이 될 것이다.
내가 이 야구 선수를 좋아하는 이유다.
기대하고 싶지 않지만,
조금은 기대해보고 싶다.
내일 내 전화벨이 울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