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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윤 Aug 20. 2020

어느덧 코로나는 우리 집 앞까지 와있었다

"서울은 괜찮아?", "아이는 어린이집 다니고 있어?"


뉴스에서 온통 서울 그리고 수도권의 코로나 확진자에 대해 떠들어대는 덕분에 서울에 사는 나는 가족들과 친구들의 걱정과 염려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그동안 조금은 괜찮아진 줄 알았던 코로나가 다시 확산세를 떨치며 이제는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건 나의, 어쩌면 우리의 착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설날 가족과 함께 모여 뉴스로 보던 우한의 바이러스는 6개월이 넘도록 우리 일상에 머무르고 있고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던 확진자는 세 자릿수로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어디서 어떻게 감염되는 건지도 불확실해져 가는 지금 나의 평범한 일상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조금 불편하지만 보통의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회사로 출근해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일과를 보내고 퇴근길에 아이와 함께 귀가하기. 그동안 나의 동선은 매우 단순해졌다. 한 번씩 예전처럼 주말이면 어디 가볼까 하다가 길고도 길었던 장마 덕에 연이은 푹푹 찌는 폭염 덕에 그냥 에어컨 켜고 집안에 가만히 있는 게 여러모로 제일 안전하고 좋다는 것을 이제는 잘 알기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 일상에서 우리 집 꼬마는 힘들어 보인다. 가만히 있는 게 제일 싫고 뛰어노는 게 제일 좋은, 다른 놀잇감이 없어도 킥보드 하나 들고 놀이터에 나가면 하루 종일 놀 수 있는 아이지만 이제는 바깥 외출이 쉽지 않아 마음이 좋지 않다. 잠시 놀이터라도 나가려고 하면 "엄마 마스크 써야 돼요?"라고 묻는 아이를 보며 마스크 없이 밖을 나갈 수 없는 세상을 살게 해 괜스레 미안한 마음도 든다.






평소와 다름없이 저녁 준비를 하는데 문자가 왔다.


"안녕하세요. 코로나 19 확진자 접촉으로 인해 현 시간부로 임시 휴업 들어갑니다. 내일 보건소 다녀와서 연락드리겠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평소에 자주 가는 집 앞 세탁소 사장님이 보낸 문자였다. 이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코로나는 우리 집 앞까지 와있었다.



"내가 지난주에 세탁소에 옷을 맡기러 두 번이나 갔었는데"

"나는 마스크를 하고 있었는데 사장님은 마스크를 했었던가?"

"아이가 밖에 있고 싶어 했는데 내가 덥다고 가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었는데..."



짧은 시간 동안 내 머릿속에는 정말 많은 생각들이 지나가며 마치 내가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만약에 세탁소 사장님이 확진자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나와 내 가족들 그리고 나와 남편의 직장동료들, 아이의 어린이집, 그동안 오갔던 슈퍼, 나의 동선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 나도 모르게 피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돼버리는 상황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저 멀리에 있을 것만 같던 코로나가 어느덧 나의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다. 어떻게 내 가족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 것인가. 무조건 마스크를 하고 다니면 될까? 손발을 자주 씻고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면 코로나로부터 내 가족을 지킬 수 있을까? 아무리 단단히 챙겨도 나도 모르는 틈으로 불쑥 나에게 다가오지 않을까? 평범한 일상은 이제 흔들리기 시작했고 사장님의 문자를 받은 그날 저녁 나는 아이를 평소처럼 안아줄 수가 없었다. 만약에 나로 인해 아이가 아프게 될까 봐 안아달라고 달려오는 동그란 얼굴을 그저 바라만 보았었다.



이틀 뒤 다행히 세탁소 사장님은 음성 판정을 받았고 고객분들께 걱정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그 문자를 받고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쉽게 끝나지 않는 이 지긋지긋한 싸움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두려워졌다.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우리는 쉽게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을 엄청나게 바꿔놓았고 그 변화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적응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저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시국을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면서 더 이상 확진자 발생 문자가 오지 않는 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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