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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윤 Jul 24. 2020

주말 아침 6시에 눈이 떠지는 이유


부스럭 부스럭 소리에 눈을 떠서 살짝 시계를 보니 아직 아침 6시다. 우리 집 꼬꼬마 4살 아들이 어제 일찍 잠자리에 들더니 주말 아침 일찍도 일어났다. 그래도 자고 있는 엄마, 아빠를 깨우지 않고 혼자 침대 한편에서 인형을 안고서는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고 있었다. 나는 살짝 눈을 떠 우리 집 꼬꼬마의 동태를 살핀다. 태어날 때부터 함께한 인형을(태어날 때는 키가 같았는데, 이제는 아들이 두배 커졌다.) 안고서 인형에게 말을 걸고 논다.


"그렇게 하면 안 돼, 이렇게 해야지" 이건 아빠 흉내를 내는 것 같고 "사랑해!" 하면서 인형을 안아주는 건 엄마 흉내를 내는 것 같고 혼자 사부작사부작 놀다가 갑자기 몸을 돌려 엄마, 아빠가 일어났나 살피기도 한다. 아빠의 뒤척임에 누워있던 공간이 줄어들자 재빨리 아빠 다리 쪽으로 몸을 옮겨 공간을 확보하고는 다시 아들만의 세상에 다시 빠졌다.




우리 아들은 32주 3일 1.89kg 이른둥이로 태어났다.


출산휴가를 2주가량 앞둔 어느 날 새벽 이상한 기분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침대에서 나와 화장실로 걸어가는데


뚝.

뚝.

뚝.


뭔가 나의 발자국을 따라서 떨어지고 있었다. 설마 아닐 거야 하는 생각으로 아침이 오길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조기 양막 파수입니다. 바로 입원하셔야 해요."

초조한 기다림과 침묵을 깨는 의사의 말.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양수가 나오기 시작했고 바로 입원을 해야 하며

아기가 곧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병원에 누워있길 반나절 나는 앰뷸런스를 타고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었고 다음 날 아침 아기는 예정보다 두 달 빨리 세상에 나왔다. 아기는 울음소리로 세상에 나왔음을 알리고 엄마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니큐(신생아 중환자실)로 갔다. 아기를 낳았지만 나는 아기를 안을 수도 축하를 받을 수도 없었다.


예상하지 못한 출산, 준비되지 않은 엄마 그렇게 나는 작고 작은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지만 아기에게 일어난 일은 모두 엄마인 나의 잘못만 같았고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퉁퉁부은 몸으로 매일 아기를 보러 병원에 갔다.


나는 아기가 40주를 엄마 뱃속에서 꼬박 채우고 나오는 줄 알았다. 뱃속에 있는 아가는 건강하게 때가 되어야 세상으로 나오는 줄 알았다. 하지만 병원에는 많은 아기들이 엄마의 응원을 받으며 작은 병실에서 병원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냘픈 몸짓을 보며 부모는 같이 울고 웃고 있었다.


퇴원을 앞두고 처음 아기를 안아보던 날 아기의 심장소리를 듣고 작은 손의 따뜻함을 느끼던 순간을 나는 잊을 수 없다. 어렵게 세상에 나와 힘든 싸움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자라 준 작은 아기 이제는 언제나 내 옆에 있다.




문득 떠오른 아이에 대한 고마움과 애틋함에 아이를 쳐다보다 그만 아이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다시 눈을 감았지만 이미 늦었다. 내 얼굴 옆으로 바짝 다가와 부드러운 볼을 갖다 대고 아이가 말한다.


"엄마 눈 반짝해봐"

"엄마 일어나서 나랑 놀자. 손잡고 나가서 놀자"

이렇게 꿀맛 같은 나의 늦잠은 날아갔다.


사실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 늦잠을 언제 늘어지게 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직은 아기 냄새가 나는 아이를 안고 이렇게 뒹굴 수 있는 지금이 너무 좋다. 주말 아침 6시에 눈을 떠져도 행복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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