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6시가 다 되어 퇴근 준비를 하는데 문자가 온다.
이 시간에 오는 문자는 거의 남편이 회식이나 약속이 있다고 알리는 문자이다.
회식이 정해지면 바로 알려주면 좋을 텐데 이렇게 당일 퇴근 시간에 맞춰서 나에게 알려준다.
"오늘 회식이야." 문자를 받고 오늘 남은 하루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한다.
저녁시간은 하원부터 재우기까지 독박이구나.
가방을 챙겨 우리 집 꼬마를 데리러 어린이집으로 간다.
"엄마다!!" 하루 종일 이 시간만 기다렸을 아들이 엄마를 보고 신나게 달려온다.
"오늘 잘 놀았어?"
"뭐하고 놀았어?"
"재밌었어?"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아이에게 오늘의 어린이집 생활을 물어보지만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바깥 구경을 하느라 신난 아이의 대답은 시원하지 않다.
집에 도착해서 가방을 내려놓고 다시 육아 출근을 했다.
아이와 밥을 먹는데 아이가 묻는다.
"아빠는 안 와?"
"아빠는 회사에서 좀 늦게 온대"
아빠가 있을 때는 아빠를 잘 찾지 않는데 아빠가 없으면 아빠를 찾고 보고 싶어 한다.
아들은 아빠는 모르는 아빠 바라기이다.
아이와 목욕을 하고 나는 침대에 잠시 누웠다.
눈을 살짝 감으며 이대로 자면 좋겠지만 그렇게 쉽게 나를 재워줄 아들이 아니다.
"엄마 책 보고 자야지"
"응, 가서 보고 싶은 책 가져올래?"
아이는 언제나 잠드는 것을 싫어한다.
"이제 잘 시간이야."
"아니야 이것만 더 보고"
"그래, 이제 이게 마지막이야"
"엄마, 여기 모기 물렸어. 약 발라줘"
"엄마, 목마른데 물 마셔도 돼?"
"엄마, 멍멍이 인형 어디 있지?"
침대에 누워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요 녀석 요리조리 핑계를 대며
아직 자기 싫음을 아무렇지 않다는 동그란 눈으로 나에게 계속 말하고 있다.
저녁 9시 이제 불을 끈다.
육아 퇴근까지 해야 나의 하루는 마무리된다.
하지만 나는 쉽게 퇴근할 수 없다.
내 옆에 누운 꼬마는 엄마 마음을 모른 채 침대에 누워서 뒹굴뒹굴한다.
이리저리 움직이며 놀던 꼬마가 말을 꺼낸다.
"엄마 안아 주세요"
이 말을 듣고 나는 마음이 괜스레 찡해진다.
아침에 헤어져 이렇게 만나기까지 엄마가 얼마나 생각나고 보고 싶었을까 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통통하고 부드러운 볼에 뽀뽀를 하며 오늘 하루 보고 싶었던 만큼 아이를 꼭 안아준다.
저녁 9시 반 이제는 진짜 잠들어야 한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아이를 꼭 안아 주었다.
드디어 꼬꼬마가 등을 돌리고 벽을 보며 누웠다.
이제는 자겠다는 첫 신호이다.
숨죽이며 기다리길 10분...
드디어 종알거리던 소리가 잦아들고 새근새근 숨소리가 들린다.
조용히 문을 닫고 거실로 나왔다.
아직까지 퇴근은 아니다.
어지럽게 거실에 놓인 그림책들을 정리하고 어린이집 가방에서 수저를 꺼낸다.
고무장갑을 벗어 싱크대에 올려놓고 소파에 앉을까 하다 방으로 들어가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본다.
30분 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곤히 잠든 천사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오늘 하루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아이의 끊임없이 엄마를 찾는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진심으로 아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을까?
퇴근해서 아이가 잠들기까지 시간 동안 아이가 엄마를 바라보는 만큼 아이를 바라보았을까?
아이는 엄마의 얼굴을 많이 보았을까? 엄마의 등을 많이 보았을까?
아이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엄마에게 사랑을 주고 진심으로 엄마에게 사랑을 표현한다.
반면 나는 아이보다는 주변을 보느라 정작 아이에게 집중하지 못한 적이 많았다.
그래서 항상 최선을 다하지만 아이에게 미안한 엄마이다.
평범한 하루가 가끔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보통의 날이 특별한 날이 되기도 한다.
아이의 보석과 같은 눈을 볼 때, 아이의 따뜻한 손을 꼭 잡을 때,
그리고 아이의 입에서 사랑스러운 말이 전해질 때
한 번씩 잊고 있었던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된다.
곤히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내일은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이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여보리라 한번 더 다짐해본다.
내일은 아이에게 좀 더 사랑을 전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