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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향 Aug 25. 2021

그 무엇이 되고 싶다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리고

< 신나는 글쓰기 6기_6일차 미션 : 나도 시 쓸 수 있어! >



그 무엇이 되고 싶다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리고 / 글향)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결실입니다


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결실을 위하여

햇솜 같은 노력을 다 퍼부어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낸 저 황홀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이었습니다


봄이면 가지는 그 한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립니다


그래야만 하는 것도 없고

그래서는 안 되는 것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모두

그 무엇이 되고 싶습니다




< 6일차 미션 내용입니다 >

우리는 시를 읽고 필사를 하거나 때로 외우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시의 난해한 문장을 놓고 씨름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세계엔 정답이 없습니다. 각자의 해석만이 남게 되는 거죠. 해석은 읽는 사람의 깊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읽고 해석하는 것은 온전히 읽는 사람의 몫입니다. 자기만의 즐거움이 되는 거죠. 시을 읽으면 우리는 시인의 감정과 동화가 됩니다. 어떤 감정인지 열쇠를 맞춰보는 거죠.

오늘의 미션은 각자가 시 다섯 편 정도를 선택합니다. 전적으로 여러분의 주관에 달려 있습니다. 다섯 편의 시에서 두 줄씩 가지고 옵니다. 맘에 드는 두 줄을 한 편에서 가져오라는 얘기지요. 그렇게 가져오면 총 10줄의 시가 되겠지요? 그 10줄을 서로 엮어봅니다. 한 편의 시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하라는 겁니다. 만약 10줄의 시가 부자연스럽다면 중간에 여러분만의 시를 추가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게 해서 여러분만의 시 한 편을 완성해봅니다. 오늘 우리, 시인이 되어 봐요.

# 오늘 나의 시선을 끌어당겼던 시 5편을 적어봅니다.

   위의 시는 다섯 편의 시로부터 재탄생된 것입니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그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선물  (나태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 여름 바다를 앉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첫사랑 (고재중)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 보았겠지
난분분 난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낸 저 황홀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린다.


 자유  (원태연)

그래야만 하는 것도 없고
그래서는 안 되는 것도 없다
중요한 건
결정이다
정해진 건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다


겨울 바다 (김남조)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의 물이
수심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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