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두 글자의 힘

[산책 한 걸음] 나의 엄마, 메두사 엄마

by 김글향

어느 날 특별한 인연으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선생님, 이번에 복지관에서 강의 한번 해보지 않을래요?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


교사 시절 우리 반 아이의 학부모로 첫 만남이 이루어졌고, 교사 생활이 끝난 후에는 동갑내기 친구였던 두 아이의 엄마로서 만남을 이어왔습니다. 최근에는 부부동반으로 집을 오가며 술을 한 잔 기울이던 이웃사촌으로서 아주 절친한 관계였지요. 서로의 매력에 이끌려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데에도, 호칭은 여전히 "선생님", "oo어머님"입니다. 이 얼마나 특별한 인연인가요? 그런 인연으로부터 복지관 강의를 제안받았어요. 강의는 엄마와 아이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었고, 학부모 참여 수업 느낌으로 진행을 하는 것이었기에 별다른 고민 없이 덜컥 받아들였습니다.


평일 오전 커피를 마시며, 얼추 준비된 자료로 강의 내용에 대한 가이드를 이야기하던 중에 그 대상이 미혼모와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첫 느낌을 고백하자면 조심스러웠어요. 보통의 엄마와 다르려나? 하는 생각도 스치고 지나갔죠.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편견에 치우친 제멋대로의 상상을 부정하려는 듯 애써 대수롭지 않은 척 넘겼습니다. 좋은 강의로써 못난 편견을 만회하고 싶었어요. 어떤 테마를 더 곁들여야 할까?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할까? 계속되는 고민으로 생각의 우물을 깊이 파 내려갔습니다. 파고 파고 또 파고, 길고 긴 삽질 끝에 한 가지 아이템이 물줄기처럼 팡 솟구쳤어요. 의외로 너무 간단하고 심플한 아이템. 좀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세상이 멸망하고 우리가 죽어 없어져도 영원히 변하지 않은 사실! 나도 그녀들도 모두 '엄마'라는 것입니다. 아무 편견 없이, 스스럼없이 모두 다 같은 엄마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낀 감정, 고민, 이야기들을 부담 없이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엄마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책을 찾았어요. 우리들의 엄마와 엄마가 된 나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그림책 <나의 엄마>, 엄마로 살아가는 내 모습을 돌아보는 그림책 <메두사 엄마> 이렇게 보석처럼 반짝이는 두 권의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그림책 산책 <나의 엄마>

엄마라는 두 글자에 담긴 경이로운 이야기


[ 강경수 글 그림, 그림책 공작소 ]

우리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
항상 우리 곁에서 손잡아 주는
그 사람의 뜨겁고 위대한 사랑을
이 한마디에 담았습니다.

"엄마"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목소리로
지금 불러보세요.

겉표지에 종이로 씌워져 있었던 '나의' 글자 아래로 한 노인이 보입니다. '엄마' 글자 아래에는 노인의 손을 잡은 중년의 여성도 보여요. 노인의 표지를 덜어내면 '나의' 글자 아래로 빨간 외투를 입은 여자아이가 중년 여성의 손을 잡고 서 있습니다. 이쯤 되면 눈치를 채셨죠. 이들은 모두 '엄마'로 불리는 혹은 불리게 될 여성들입니다. 그림책 안에 들어 있는 이야기는 온통 엄마라는 글자뿐이에요. 하지만 그림과 함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엄마'라는 두 글자에서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엄마 외에 다른 어떠한 말은 필요하지 않은 것이죠. 그 두 글자에 담긴 경이로운 이야기들을 감상하며 엄마로 사는 인생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맘마였던 우리는 서툰 엄마가 되고, 한껏 떨리는 음성으로 불리는 엄마일 때 우린 두려움을 지켜주는 용감한 엄마가 되고, 하루 종일 정신없이 불리는 엄마일 때 우린 아이의 갈증을 해결해주는 사이다 같은 엄마가 되고, 분노 가득한 음성으로 불리는 음성으로 불리는 엄마일 때 우린 우연히 알게 된 아이의 비밀에 당황하는 엄마가 되고, 침묵 속에 불리지 않은 엄마일 때 우린 지끈거리는 고민을 떠안은 채 방황하는 엄마가 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어른이 부르는 엄마일 때 우린 그 어른보다 작아지는 엄마가 되어요. 어느새 또 다른 어른도 엄마로 불리게 됩니다. 이렇듯 엄마로 살아가는 인생 이야기를 작고 작은 그림책 안에서 오롯이 느낄 수 있답니다.



함께 보면 좋은 그림책 <메두사 엄마>

엄마도 성장하는 중


[ 키티 크라우더 지음ㅣ김염 미 옮김, 논장 ]

"너는 나의 진주야.
내가 너의 조가비가 되어 줄게."

무엇이 엄마를 만들까요?
아이 덕분에 메두사 엄마는 두려움을 이기고
세상 밖으로 나와요.

표지가 섬찟하고 무시무시한데 비해 해맑게 미소 띤 아이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메두사 엄마로 추정되는 여인의 머리카락은 보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숨통을 조여 오는 엄마의 모습! 엄마인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표지를 넘겨보았습니다.


바람이 아주 세차게 부는 밤, 보름달 빛이 유난히도 밝은 날 두 여자가 메두사의 집을 향해 걸어갑니다. 문 앞에서 심호흡하며 조심스럽게 들어섭니다. 메두사는 감당이 불가한 머리를 풀어 헤친 채 가쁘게 숨을 쉬었어요. 바야흐로 새 생명이 태어나는 엄청난 일이 시작되었지요. 두 산파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사랑스러운 딸이 태어났어요. 그렇게 이리제의 생활이 시작됩니다. 엄마인 메두사의 머리칼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나요.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사랑스러운 이리제를 안아보려 하지만 "안 돼요. 당신은 이리제를 안을 수 없어요. 얘는 내 아이예요."라고 말하며 메두사는 철저히 지키려 듭니다. 이리제는 머리칼 둥지에서 낮잠을 자고, 머리칼이 떠 주는 음식을 받아먹고, 바닷물 속에서 첫걸음마를 뗐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이리제가 말합니다.

"나 학교에 가고 싶어요."

"절대로 안 돼"

"왜 안 돼요?"

"엄마가, 내가 널 가르칠 수 있단다!"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나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고 싶어요."

학교에 가고 싶다던 이리제의 말은 허공 속에 묻혀버리고, 메두사 엄마는 지극 정성으로 딸을 보살펴요. 매일 저녁 책을 읽어주고, 딸의 눈높이에 맞는 괴물 놀이도 하며 즐겁게 지내요. 그러나 이리제는 날마다 창문으로 해변에서 노는 아이들을 바라봤습니다. 그 모습에 메두사 엄마는 드디어 결심하게 되죠. 메두사 엄마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두려움을 극복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펼쳐지는 반전은 신선한 감동을 불러일으켜 주었죠.



마음 쓰기

어떤 엄마가 되고 싶나요?


복지관 강의에서 <나의 엄마>를 읽어보며 몇몇 이들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다양한 감정이 들어 있는 두 글자 "엄마"를 함께 외치면서 온몸으로 전해지는 전율. 가슴 먹먹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나의 엄마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었고, 엄마인 나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었죠. 엄마라는 두 글자에 담긴 각자의 이야기들, 함께 나누었던 진솔한 이야기, 그 소중한 경험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엄마 혹은 자녀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였죠. 엄마와 나의 소통, 나와 자녀의 소통. 소통의 한계에 도달하는 수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심에는 모두 '공감'이라는 키워드가 있었습니다. 공감이 중요한 열쇠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아래의 질문에 마음을 써 내려가며 엄마로 살아가는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 산책 한 걸음 _ 마음 쓰기 활동 _ 어떤 엄마가 되고 싶나요? >


그림책 산책 한 걸음을 돌아보며 '엄마' 두 글자에 대한 생각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봅니다.




엄마라는 두 글자에는

넓고 깊은 마음

세상 부지런한 행동

강철같이 단단한 정신

자식을 위해 이 한 몸 던질 수 있는 진심이 들어있습니다.

우리는 엄마이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배우며 성장하며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도 우린 엄마로서 세상을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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