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를 만나는 시간

[프롤로그] 그림책 산책과 마음 쓰기

by 김글향

내 마음이 궁금한 날에는

그림책 속을 거닐며 꼭꼭 숨은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지친 내 마음을 어루만진다.



아이들의 교재를 개발하는 일을 하다 보니 그림책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날도 교재를 개발하기 위해 이런저런 그림책을 들여다볼 때였어요. 그런데 그날따라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싱숭생숭했습니다. 저는 그 원인을 알지 못했어요. 가끔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시소를 타기 때문에 '아! 오늘은 저기압이 상승기류인가 보다'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요. 그러고는 <소년의 마음>이라는 책을 열어보았습니다. 그림책 속에는 작고 귀여운 꼬마 아이가 있었어요. 표지의 가운데에는 네모반듯하게 구멍이 뚫려있었고, 제목 그대로 소년의 마음을 열듯 표지를 넘겨보았습니다.


누구나 꼬마였던 시절이 있었어요. 꼬마 아이였던 우리들은 각자 다른 세상을 살아가며 어른이 되었고, 꼬마의 세상은 우리들의 무의식에 저장되어있습니다. 아이들은 늘 해맑을 것이라는 어른들의 착각, 어른이 되어 돌아보면 모두 아름다운 추억만 있을 거라는 포장을 풀어헤치고 꼬마에게 존재하는 어둠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 재미있고 귀엽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어둡고 쓸쓸했던 소년의 마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림책을 통해 내 안에 존재하는 꼬마 아이도 만나보았어요. 무의식에 꼭꼭 숨겨두었던 꼬마의 마음을 조심스레 열어보았습니다. 어떤 장면이 펼쳐졌을까요?


작고 귀여운 소년은 깜깜한 밤 물고기를 그리고 바다를 그리며 그림 속 세상을 여행하고 있었어요. 상상의 세계에서 토토(인형)와 덩그러니 바다를 구경하다가 갑자기 한 통의 전화를 받습니다.

(소년) "여보세요?"
(전화기 너머)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말해주세요."
(소년) "음... 할... 머... 니?"
(전화기 너머) "할머니를 연결해드리겠습니다."
그때 멀리서 할머니가 수영하며 다가와요. 소년은 그렇게 돌아가신 할머니와 재회합니다. 그리웠던 할머니 품에 포옥 안겨서 그동안 할머니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잔뜩 쏟아냅니다.
(소년) "할머니, 할머니, 나 소 그렸어"
(할머니) "아이고, 잘 그렸네."
(소년) "할머니, 말이랑 새도 그렸어."
(할머니) "아이고, 말을 말처럼 새를 새처럼 잘 그렸네."
(소년) "할머니, 여기 물고기도 봐 봐."
(할머니) "아이고, 내 새끼 이뻐라"
(소년) "할머니, 난 할머니가 죽은 줄 알았어. 땅 속으로 들어가는 거 봤는데, 아니었구나~"
(할머니) "할머니는 죽었지."
(소년) "응? 여기 있잖아. 살아 있잖아.. 엉엉엉"

말을 말처럼, 새를 새처럼 잘 그렸다는 할머니의 말이 너무나도 정겹고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우울한 소년의 마음을 온전한 사랑으로 감싸 안아주던 할머니. 그런 할머니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는 소년의 가엾은 마음. 이 장면에서 저는 그만 펑펑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작고 귀여운 소년처럼 저도 만나고 싶고, 보고 싶고, 너무도 그리운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나에게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와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말해보라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빠'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생전에 자전거를 즐겨 타셨는데, 낡은 자전거를 타고 환하게 미소 지으며 저에게 다가올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림책 속에 들어있던 강력한 한 줄의 글귀로 큰 위로를 받았어요. 할머니가 헤어지기 싫어하는 손자에게 들려주었던 말 "네가 매일매일 할머니를 생각하면, 나는 매일매일 네 옆에 있어."


이렇듯 저는 우연히 그림책 속을 산책하며 지금의 나를 들여다보았고, 나도 모르게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지쳐있었던 마음을 그림책으로부터 위로받았습니다. 그때 저는 깨달았어요. 어른이 그림책을 읽었을 때 생기는 마법을 말이죠. 그림책을 읽으면 즉각적이고 진실한 반응이 내 몸을 통해 나타납니다. 펑펑 눈물을 흘리거나, 활짝 미소를 띠거나, 가슴이 쿵쾅거리는 등. 머릿속으로 논리를 정돈하여 재해석할 필요 없이, 마음이 몸에 바로 신호를 보냅니다. 왠지 끌리는 그림책의 표지를 감상하고, 마음의 문을 열듯 표지를 넘기면 그림과 글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분명 그림책을 보았는데, 꼭꼭 숨어있었던 내가 느껴질 거예요. 이것이 그림책을 읽는 어른들에게 나타나는 마법이랍니다.


그 후로도 저는 그림책 속을 산책하며 지금의 나를 만나고, 지친 내 마음을 다독여 주었어요. 더 나아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내적 깨달음을 얻게 되었고, 내 안에 숨어있었던 보물까지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어른의 그림책 읽기와 마음 쓰기 활동을 제시해주는 글을 써보고 싶었어요. 내 안에 숨은 보물 '그림책과 글쓰기'를 활용하여 이제는 지친 당신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당신 안에 숨은 보물을 찾아드리고 싶습니다.


여전히 내 마음을 알지도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기 급급한 수많은 어른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왜 그리 열심히 살아왔던 것일까요? 보다 더 의미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당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드릴게요. 지금의 나를 만나는 시간! 그림책 산책과 마음 쓰기 활동을 통해 당신의 마음을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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