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두 걸음] 이보다 멋진 선물은 없어,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
두 달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주말이었지만 늦은 오후까지 밀린 업무에 몰입하였고, 저녁에는 Zoom 미팅을 하려던 날이었어요. 평일과 다름없는 일정으로 숨 가쁘게 달리며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버렸죠. 어느새 해는 떨어졌고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어요. 그날따라 남편도 일이 있어서 저녁을 먹고 들어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친구들과 밖에서 뛰어놀던 아이에게 그만 들어오라는 연락을 하려고 휴대폰을 들었어요. 바로 그때 치지직, 쏴아, 쿵쾅, 찹찹찹, 슥슥슥슥... 주방에서 들리는 현란한 백색소음... 무슨 소리인가 싶어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어요.
"아들? 언제 들어온 거야?"
"응. 좀 전에 들어왔어. 짜잔! 엄마를 위한 선물이야."
바쁜 저를 대신해 아들이 만든 음식이었습니다. 짜장라면 위로 부추 무침이 올려져 있고, 옆으로는 김치를 깔아서 나름 장식도 했어요. 무심코 찔러 넣은 수저도 압권이었습니다. 아이가 만든 짜장라면을 보자 혼자서 불을 사용했다는 아찔함과 동시에 귀여운 이벤트로 인한 감동이 몰려왔어요. 두 가지의 감정에서 저는 잔소리 대신 감동을 선택했습니다. 지친 엄마를 위해 준비한 어설픈 요리 선물! 아들의 그 마음이 저에겐 너무도 소중했거든요. 맛이 있고 없고의 문제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어요. 엄마를 위한 아이의 정성과 노력 그리고 진심!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기에 저는 감동을 선물 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혹시 누군가에게 감동을 선물하고 싶나요?
만약 그렇다면, 제 이야기에 이어 친구 얼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은 무치 이야기 <이보다 멋진 선물은 없어>, 갖가지 색깔의 털실로 만드는 따뜻한 세상 이야기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 두 가지 그림책으로 그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패트릭 맥도넬 글그림ㅣ신현림 옮김, 나는 별]
오늘은 특별한 날, 무치는 친구 얼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얼은 모든 걸 갖고 있었지요. 필요한 게 하나도 없었어요.
'모든 걸 다 가진 친구에겐 무얼 선물하면 좋을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무치.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선물을 찾아냈어요! 과연 무치가 찾아낸 선물은 무엇일까요?
강아지와 고양이가 선물상자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엇을 선물했기에 '이보다 멋진 선물은 없어'라고 말하는 것일까요? 그 선물이 궁금해서 빠르게 표지를 넘겨보았어요. 오늘은 특별한 날. 무치의 가장 친한 친구 얼의 생일이었었죠. 무치는 얼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었지만, 얼은 모든 것을 가진 친구였습니다. 무치의 고민이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 "아무것도 없어!"라고 말합니다. 무치는 얼에게 아무것도 없는 것을 선물하기로 했죠. 세상에는 너무 많은 것이 가득 차 있는데 아무것도 없는 것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고민에 빠져있던 무치. 갑자기 반짝하고 떠오른 생각이 있었습니다. 무치는 커다란 상자를 꺼내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채워 넣고 멋지게 포장하여 얼의 집으로 향합니다. 선물을 열어 본 얼은 깜짝 놀라며 "아무것도 없네."라고 말해요. 그러자 무치는 "하지만 너랑 내가 있잖아."라고 말하죠. 그렇게 무치와 얼은 가만히 서로의 곁에 앉아서 아무것도 없어도 좋았습니다.
혹시 무치의 선물에 실망하셨나요? 아무것도 없는 선물이라니... 이 무슨 말장난 같은 말이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드셨다면 무치의 진정한 선물을 보지 못한 것이랍니다. 무치의 선물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요. 마음으로 느껴야 하죠. 우리들의 대다수는 그림책 속의 얼처럼 많은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기 자신도 모를 만큼 말이죠. 그래서 누군가의 선물을 고르려면 무치처럼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정말 가까운 사이라 할지라도 상대방이 원하는 물건이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없어요. 그런데도 선물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그 선물을 고른 사람의 '마음'을 느끼기 때문이지요. 선물을 받고 기뻐할 상대의 얼굴을 떠올리며 시간, 노력, 정성, 진심을 쏟아내는 마음! 그 마음을 받는다면 어찌 기쁘지 아니할 수가 있을까요? 서로를 꼭 껴안아 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무치와 얼을 보며, 선물은 함께하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표지에서 자신 있게 말한 제목! 이보다 멋진 선물은 없다고 말한 이유를 알 것만 같죠?
[맥 바넷 글 ㅣ 존 클라센 그림ㅣ길벗어린이]
여백이 많은 우아한 글과 그림에 진지한 유머가 스며 있다. 이 기발하고 멋진 이야기는 한 아이의 창의성과 자기 주변의 세상을 바꾸는 능력에 대한 조용한 찬사이다. (북리스트)
심플한 듯 예쁜 일러스트를 감상하며 기대 가득 표지를 넘겨보았어요. 이야기는 작고 추운 마을에서 시작됩니다. 애너벨은 조그만 상자를 발견했어요. 상자에는 갖가지 색깔의 털실이 들어있었습니다. 애너벨은 그 털실로 스웨터를 떠서 입고는 강아지 마스에게도 스웨터를 떠 주었어요. 나란히 스웨터를 입은 애너벨과 마스가 함께 산책하는데 짓궂은 남자아이 네이트가 손가락질하며 낄낄거렸어요. "너네 정말 웃긴다." 애너벨은 그렇게 비웃음을 날렸던 네이트에게도 털실 스웨터를 떠주었어요. 녀석의 강아지 것까지도요. 미안해진 네이트는 두 볼이 빨개진 채 옅은 미소를 띠고 있습니다. 애너벨은 추운 마을에 사는 마음이 차가운 사람들 모두에게 털실 스웨터를 한 벌씩 선물했어요. 애너벨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도, 털실 스웨터는 절대 입지 않을 것 같은 크랩트리 아저씨에게는 털모자를 선물하며, 그렇게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을 녹였습니다. 마을은 어느새 애너벨이 만든 털실로 포근하게 뒤덮입니다. 사람들, 동물들, 나무, 지붕, 벽까지 온통 애너벨의 털실로 가득했지만, 털실은 아직도 끝없이 남아 있었습니다. 애너벨의 이야기가 멀리 퍼져나가며 소문을 듣고 찾아온 먼 나라의 귀족은 애너벨에게 그 털실 상자를 팔라고 말합니다. 10억, 20억, 아니 100억을 준다고 해도 애너벨의 대답은 한결 같았어요. "안 팔 거예요. 이 털실은 절대 안 팔아요." 결국 도둑을 고용한 귀족은 애너벨의 털실 상자를 훔쳐 갑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돈 많은 귀족이 나타나 100억을 준다고 하면 애너벨처럼 털실 상자를 팔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저는 사실 흔들렸습니다. 100억을 준다는데, 애너벨은 어찌 흔들리지 않았던 것일까요? 애너벨에게는 돈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었어요. 추위로 얼어붙은 마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금고를 등지고 앉아 누군가를 위해 묵묵히 털실 스웨터를 짜주는 사람, 바로 애너벨일 것입니다. 돈보다 중요한 가치. 어쩌면 우리에게도 있겠네요. 글 쓰는 일은 돈이 안 되는 일이라고 주변으로부터 한 번쯤 핀잔을 들어보셨다면, 그 핀잔에도 굴하지 않고 여전히 쓰고 계신다면 우리도 애너벨과 같은 생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돈이면 다 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돈으로 다 되지 않는 일이 더 많을 거예요. 사람의 마음을 사는 일도 그런 것일 거고요.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선물 또한 그런 것입니다. 값비싼 선물로 환심을 살 순 있지만, 한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할 거예요. 감동을 주는 선물은,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는 애너벨의 털실과도 같은 것입니다.
아이가 만들어준 '짜장라면'
무치가 얼에게 선물했던 '함께하는 시간'
애너벨의 털실 스웨터처럼 '차가운 마음을 녹여주는'
그런 선물을 주거나 받은 적이 있나요?
지금 당장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그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면 어떤 것을 선물해야 할까요?
선물을 받는 사람의 모습을 상상하며 당신의 마음을 기록해보세요.
그 기쁨과 감동이 당신에게도 고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비싸고 귀한 것들은 가치롭습니다.
그러나 비싸고 귀한 것들이 주는 감동은
살면서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경험들이며
있다 해도 한 번에 그칠 확률이 높습니다.
매일 아침 볼 수 있는 고양이의 사소한 애교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하는 사소한 나들이 시간
친구와 주고받는 사소한 우정
사소하고 따뜻한 미소
알고 보면 우리는
값비싸고 귀한 것들보다
사소하고 소중한 것들에
매일 조금씩 감동을 받습니다
누군가에게 감동을 선물하고 싶다면
한 번에 그치는 비싸고 귀한 것들보다
매일 조금씩 느낄 수 있는
사소하고 소중한 것들에서 선택해보세요.
감동을 주는 선물은
어쩌면 상대를 위한 마음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