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세 걸음] 행운을 찾아서, 위를 봐요!
글쓰기 모임으로부터 나의 장단점을 기록해보는 시간이 주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큰 주제는 나의 문제점과 그것을 보완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생각해보는 것이었어요. 그때 저는 머릿속에서 '단점'들을 열심히 떠올려보았죠. 평소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었기에 줄줄 쏟아져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잘 떠오르지 않았어요. 이것은 단점이 없다는 것을 뜻하기보다, 그동안 단점을 의식하지 않고 지내왔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었어요. 좋게 말하면 그렇고, 나쁘게 말하면 스스로에 대해 별생각 없이 살아왔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내친김에 몇 가지 단점들을 나열해보았어요. 그리고 단점들을 보완하는 방법을 찾지 않고, 생각을 뒤집어서 단점이 장점이 되는 포인트를 찾아보기로 마음먹었죠.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단점 1) "가끔 심하게 게을러진다."
관점을 달리하면? 게으름을 피우고 나면 더 부지런해진다.
단점 2) "늘 움직이는 것을 싫어한다."
관점을 달리하면?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앉아있는 엉덩이 힘이 강하다.
단점 3) "지나치게 단순하다."
관점을 달리하면? 단순하다는 건 상대적으로 덜 예민하다는 것. 그래서 마음 컨트롤이 잘 된다.
단점과 장점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그 이유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고, 180도 뒤집어 생각해보면, 바라보는 관점이 손바닥 뒤집듯 쉽게 변화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단점이 장점이 되는 관점의 변화!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마음 한 끗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한 장면이 때론 비극이 되고, 때론 희극이 되는 이유도 마음 한 끗 차이 때문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죠. 그런 의문을 품고 있을 무렵, 두 권의 그림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행운 씨와 불운 씨의 여행에서 마음의 온도 차를 느끼는 이야기 <행운을 찾아서>, 바라보는 시선을 달리하여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 <위를 봐요!> 이 두 권의 그림책으로 희극과 비극! 그 미묘한 차이를 살펴볼까요?
[세르히오 라이를라 글ㅣ아나 G. 라르티테기 그림ㅣ살림어린이]
같은 시각, 같은 목적지, 그러나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남자의 여행! 진정한 행운의 의미를 찾는 감성 그림책 '행운 씨'와 '불운 씨'의 특별한 여행 (출판사 서평)
이 그림책은 앞뒤로 두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앞면으로 시작하는 행운 씨의 이야기와 뒷면으로 시작하는 불운 씨의 이야기! 한 권에 두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독특한 그림책이랍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두 남자, 행운 씨와 불운 씨는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어느 날 우연히 같은 시각, 같은 목적지로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이름에서 느껴지다시피 행운 씨는 매사에 느긋하고 긍정적이지만, 불운 씨는 조급하고 부정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요. 여행에서도 그들의 기질이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행운 씨는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어서 뜻밖의 행운을 얻으며 즐거운 여행을 해요. 반면 불운 씨는 여러 문제에 부딪히며 거듭되는 불행으로 인해 아주 고되고 혹독한 여행을 합니다.
이야기의 결말은 반전이었어요. 이름대로라면 행운 씨에게 행운이 찾아와야 하는데, 뜻밖에도 엄청난 행운은 불운 씨를 찾아가지요. 하지만 불운 씨는 그 엄청난 행운 앞에서도 늘 불만이 가득합니다. 여전히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도 행복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는 행운 씨의 모습과는 참 대조적으로 말이죠. 책 한가운데서 두 이야기가 만나는데, 두 사람의 여행 뒷이야기가 그림으로 펼쳐져요. 후일담을 보는 재미도 아주 쏠쏠했습니다. 이 그림책은 앞뒤 이야기를 모두 읽고 나서 절대 그냥 덮을 수 없을 거예요. 다시 찬찬히 그림을 살펴보면 장면마다 숨겨진 깨알 이야기들, 사건을 이어주는 단서들을 발견하며 거듭 놀라게 된답니다. 나에게 찾아오는 '운'이 행운의 씨앗일 수도 있고, 불운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행운 씨와 불운 씨의 이야기로 냉탕과 열탕 사이를 오가며 결국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정진호 지음ㅣ현암 주니어]
"누군가를 바라보고 싶은 마음, 그리고 그곳에 존재하는 사람의 감정과 느낌을 궁금해하는 마음으로 그림책을 만든다." (정진호)
수지는 차를 타고 가족 여행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사고가 나서 자동차는 바퀴를 잃었고, 수지는 다리를 잃었어요. 그 후로 수지는 휠체어를 끌며 매일 베란다에 나가서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검정 머리만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수지는 이렇게 말해요. "개미 같아" 길에서는 아이들과 강아지가 놀기도 하고, 비가 오면 우산들의 행렬이 생기기도 하지요. 동그란 우산들의 행렬을 그저 묵묵히 지켜보기만 합니다. 어느 날 수지는 마음속으로 힘껏 외쳐요. '내가 여기에 있어요. 아무라도 좋으니... 위를 봐요!' 그러자 기적처럼 한 아이가 고개를 들어 수지를 쳐다봅니다.
"너 뭐 하니" / "내려다보고 있어."
"왜" / "궁금해서"
"아래로 내려와서 보면 되잖아."
"다리가 아파서 못 내려가"
"거기서 보면 제대로 안 보일 텐데."
"응, 머리 꼭대기만 보여."
다음 장을 넘기는 순간, 뭉클한 감동이 몰려옵니다. 길에 서 있던 아이는 수지를 위해 길바닥에 발라당 누워 버려요. 장바구니를 매고 지나가는 어른도 함께 나란히 드러눕고, 그러다가 하나둘 모두 누워버리죠. "모두 위를 봐요!"라고 외치자 수지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듭니다. 이 장면이 오랫동안 가슴에 머물렀어요.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로 빚어낸 뭉클한 감동. 비극이 희극으로 바뀌는 관점의 변화! 그 한 끗 차이가 느껴지셨나요? 한 아이의 작은 관심과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더해져 수지는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되었답니다.
불운 씨와 행운 씨를 따라 냉탕과 열탕을 오가는 이야기를 통해
불행도 행운도 결국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답니다.
또한, 길에 서 있던 아이가 길바닥에 발라당 드러누우며 위를 보는 순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로 새로운 희망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우린 불행과 행운 사이의 경계를 쉽게 무너뜨릴 수 있고
절망을 마주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외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행을 행운으로 바꾸려는 작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죠.
인생의 한 장면이
비극이냐 혹은 희극이냐를 결정하는 문제는
불행한 스토리, 행복한 스토리가 아닌
그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사람의 마음가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