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다섯 걸음] 쫌 이상한 사람들, 너도 가끔 그렇지?
유명 백화점 안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각자의 삶이 바빠 몇 년 동안 못 보다가 한 친구의 결혼을 앞두고 만나게 되었지요. 우린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각자 살아온 삶에 관해 이야기를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결혼을 앞둔 친구는 의사 남편과 만남에 대해, 남편의 집안에 대해 열띤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마치 아침 드라마의 한 장면이 연상될 정도로 그 내용이 흥미진진했어요. 이야기에 한참 빠져들던 중 갑자기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친구가 말했던 '잘 산다'는 기준과 제가 생각하는 '잘 산다'의 기준이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살짝 불편한 감정이 스며들 무렵, 또 다른 친구가 물어봤습니다. "그래서 그 가방도 받은 거야? 이번에 나온 신상 아이템인 것 같은데? 엄청 예쁘다야." 그러자 결혼을 앞둔 친구는 "뭐 그렇지. 근데 너 팔찌 되게 이쁘다. 아까부터 너 팔만 보이더라. 이거 진짜지?"라며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리고 저를 향해 질문 공세를 쏟아부었지요." 남편 사업은 좀 어때? 듣자 하니 경기도 안 타는 것 같던데, 너도 얼굴이 확 핀 것 같다." 그 말과 동시에 친구의 시선은 저를 향해 날아와 바삐 스캔을 뜨기 시작했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쓱 훑고 지나가며 마치 견적을 뽑아내는 듯한 눈빛이었죠. 서로 살아온 삶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였지만 그날 이후 저는 그 친구들과 만남을 꺼리게 되었습니다. '잘 산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요소에는 경제적인 기반도 물론 중요합니다. 편리함, 자유 이러한 것들을 보장받기 위해선 돈이 필요한 것이죠. 그러니 우리는 사회적 입지를 다지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돈의 중요성이 아무리 크다 해도, 물질적 가치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척도로 삼아서는 안 되는 것 아닐까요? 돈으로 사람의 신분을 측정할 수 없으며 성공의 성패를 결정할 수도 없습니다. 돈 자산보다 글 자산이 더 끌리는 제가 이상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어쩔 수 없어요. 저는 남들 시선보다 내 시선이 더 중요하거든요. 명품 가방을 드는 것으로 나를 포장하는 것보다, 내 안에 명품의 가치를 소장하는 것이 더 의미롭다고 여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치관이 평범한 것은 아니겠지만,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두 권의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쫌 이상한 사람들이 많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는 이야기 <쫌 이상한 사람들>,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엉뚱 발랄하게 생각을 펼치는 이야기 <너도 가끔 그렇지?> 두 권의 그림책을 감상하며 즐거운 상상에 빠져볼까요?
[미겔 탕고 지음ㅣ정혜경 옮김ㅣ문학동네]
춤을 추고 싶을 때면 아무 때고 추는 사람들.
눈을 크게 뜬 채로 꿈을 꾸는 사람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이렇게 이상한 사람들이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내가 쫌 이상한가? 하는 생각이 들 때 이 그림책을 접하게 되었어요. "세상에는 쫌 이상한 사람들이 있습니다."로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작은 것에도 마음을 쓰고, 혼자라고 느끼는 이가 있다면 곧바로 알아채고, 자기편이 졌을 때도 상대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낼 줄 아는 사람들. 느낌이 오시나요? 이 다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려드릴게요. 가끔 자기들만을 위해 연주하고, 다른 사람들을 웃겨주고, 나무에게도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림과 이야기를 읽어 내려갈수록, 제목과는 달리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다른 이들을 위해 세심한 배려를 베풀 줄 아는 멋진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첫 장면부터 그랬어요. 줄지어가는 개미 떼를 밟지 않으려 발을 피하는가 하면, 우람한 팔뚝에 무시무시한 문신이 있는 아저씨가 혼자 노는 강아지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모습, 경기장에서 응원하던 편이 졌을 때도 상대에게 축하를 외치는 사람, 자동차 안의 꼬마에게 모자를 들어 메롱 하며 장난을 건네는 신사, 자전거를 타고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어른과 아이 행렬 사이로 한 팀은 정해진 길이 아닌 향긋한 찻집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며 경쟁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려는 것만 같았습니다. 눈을 크게 뜬 채로 꿈을 꾸는 사람들! 쫌 이상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어때요? 다른 이의 행복을 함께 기뻐할 줄 알고, 배려할 줄 아는 이토록 아름다운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라면 쫌 이상해도 마냥 좋을 것 같습니다. 남들에게 이상하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해도 자신의 소신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더 멋지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으니까요.
[이재경 글, 그림ㅣ고래뱃속]
소파에 앉아서 탁자 위에 스노글로브를 보던 아이는 문득 이런 상상을 한다.
'눈 속에서 수영하는 건 어떨까?' 이렇게 시작된 질문은 점점 더 많은 상상으로 이어져, 익숙한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독자들을 아이가 상상하는 독특한 세상으로 초대한다. (책 소개)
빨간 뽀글 머리 아이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너도 가끔 그렇지?" 하며 말을 건네는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아이는 엉뚱하고, 호기심이 무척 많아요. 탁자 위에 스노글로브를 보고 '난 가끔... 이런 생각을 해."라며 우리를 상상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눈 속을 자유롭게 수영하는 아이, 무더운 날 모래사장에서는 가죽옷을 입고서 보란 듯이 선탠을 합니다. 맑은 날은 우산을 쓰고, 때로는 털 고르는 원숭이가 되어보기도 하지만 세상이 내 맘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엄마와 쇼핑을 하며 깨닫게 되지요. 그래도 해 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책에서 알려 주지 않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겨도, 누군가의 꼬임에 빠져 위험한 순간이 오더라도 "한번 가 보는 거야!"라고 외치죠.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는 아이의 씩씩한 태도에서 울림이 느껴졌습니다. 어른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고 귀여운 꼬마의 당찬 외침은, 이제 그만 세상의 기준과 틀에서 벗어나 소신대로 행동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 그림책을 보며 한 번쯤은 가슴이 뻥 뚫리는 상상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보고 싶었어요. "그냥 한번 가보는 거야!"라고 외치면서 말이죠.
눈을 크게 뜬 채로 주변을 세심히 배려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소신 있게 나아가는 사람들. 쫌 이상해도 멋진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남들의 시선에서 좀 더 자유로운 저를 떠올려보았습니다. 또한, 상상 놀이터에서 마음껏 상상하며 나에게 긍정 에너지를 전파했던 당찬 아이의 모습에서 가슴 뜨거워지는 상상 속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었습니다.
최근에 마음껏 상상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있으실 거예요. 우리도 모르게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상상들. 하지만 그것은 대부분 나쁜 상상들입니다. 아이들은 새로운 놀잇거리를 만드는데 상상력을 동원하고, 어른들은 새로운 걱정거리를 만드는데 상상력을 동원하죠. 해맑은 아이들과는 달리, 어른들의 상상 속에는 좌절, 실패, 질병, 고민 등 각종 걱정거리가 들어있습니다. 고단한 현실에서 나를 괴롭히는 것으로도 모자라 나쁜 상상력까지 동원하는 것이죠.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나쁜 상상은 여기까지만!
지금부터 우리는 해맑은 아이들이 되는 거예요.
남들 시선이나 체면 따위는 벗어던지고 즐거운 상상에 푹 빠져보기로 해요.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선택의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어떤 선택을 하나요?
그 순간, 머리나 가슴이 보내는 신호로 결정을 내린다면
둘 중 어떤 신호에 귀 기울여 주실 건가요?
머리는 남들 시선에 포커스를 맞추어
지극히 이성적이고 안정적인 선택을 권할 것이고
가슴은 내 시선에 포커스를 맞추어
예측 불가한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선택을 권할 것입니다.
어떤 것이 올바른 선택이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단 한 번쯤은 머리가 아닌 가슴이 시키는 대로
선택을 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한 줄이, 당신의 선택에도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죠.
인생은 짧지만 [뜨거운 가슴으로 사는 세월은]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