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일곱 걸음] 그래 봤자 개구리, 할머니와 하얀 집
우리에겐 공통으로 주어지는 일생일대의 중요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직장 취업 직전, 각자의 크고 작은 도전의 순간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건 용기인 것 같아요.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면, 저는 입버릇처럼 주문을 걸듯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까짓것 안되면 말고, 그래 봤자 oo밖에 더하겠어?"라고 외치는 것이죠. 'oo' 안에는 상황에 따라 펼쳐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들어갔습니다. 대부분 '떨어지기밖에'라는 말들이었고, 떨어지면 다시 도전하면 되는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미리 건네는 위로 같은 것이었죠. 웃기게도 이런 말들이 저에게는 "넌 할 수 있어, 잘 될 거야."라는 말보다 훨씬 더 큰 용기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글도 궁극적으로는 브런치 공모전에 도전하기 위한 것입니다. 쓰고 싶은 글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했고, 고민 끝에 그림책에서 얻은 지혜를 에세이로 펼쳐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어 열심히 작성하고 있는 것이죠. 목표는 공모전에 도전하는 것이지만 '까짓것 안되면 말고, 그래 봤자 떨어지기밖에 더하겠어?'라는 심정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아니, 잘되라고 기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올리며 초를 치나?'라고 생각하기도 하더라고요. 사실 저는 공모전에 붙을 거란 기대도 없어요. 이 도전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건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차선책도 염두에 두고 있답니다. 그건 차차 풀어가야 할 문제겠지만, 도전에 앞서 결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과정이겠죠.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라고 느껴지나요? 하지만 진심입니다. 결과 못지않게, 과정을 온전히 즐기는 마음도 무척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해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들어있기 때문이죠. 누군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써 내려가는 집념, 끈기, 그리고 용기! 이런 독한 마음을 품고 나름 즐기며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누군가는 알아주겠죠.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단 하고 싶은 것에 노력을 쏟아부으며 완주하는 것. 그렇게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순간이 오면 '까짓것 안되면 말고'라고 주문을 걸어봅니다. 꼭 돼야 한다는 마음속에 들어있던 욕심을 걷어내고, '안 돼도 그만이다'라는 주문으로 마음을 내려놓으면 의외로 되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으로 터득했거든요. 다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은 변치 않는 진리죠. 이렇듯 용기가 필요한 순간, 용기의 싹을 심어주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그래, 나 개구리다! 개구리가 뭐 어때서? 라고 당당히 소리칠 수 있는 이야기 <그래 봤자 개구리>, 하얀 집을 하얗게 유지하는 것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는 이야기 <할머니와 하얀 집>이 두 권의 그림책을 살펴보며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힘(주문)! 그것으로 인해 생긴 마음의 변화를 살펴보도록 해요.
[장현정 글, 그림ㅣ모래알(키다리)]
2019 출판 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 선정작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되는 순간
작고 여린 세계를 지켜 내는 다부진 외침
제목 중 '그래 봤자'라는 말이 마음에 턱 걸렸어요. '아무리 열심히 살아봤자 나는 개구리이다.'라는 의미심장하고도 뼈를 때리는 듯한 제목이었습니다. 이 작고 작은 개구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접하게 되었어요. 표지를 넘기면 수많은 개구리알 속에 유독 푸른빛의 알이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여긴 어디일까. 어디로 가야 할까. 가만히 기다릴까.' 알은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모른 채 거듭되는 변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한 마리 개구리가 됩니다. 개굴개굴 춤을 추며 개구리라는 존재의 기쁨을 만끽하던 것도 잠시, 금세 위험에 처합니다. 두루미, 뱀, 족제비의 잇따른 공격을 피해 도망치며 '나는 개구리, 그래 봤자 개구리'라는 말을 남깁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 숨어있던 작은 개구리, 페이지를 가득 채운 검정에는 개구리의 두 눈만 보입니다. 그렇게 정적 속에서 개구리의 두 눈과 마주하다가 다음 페이지를 넘겨보았더니, 결국 울분을 토하듯 외칩니다. "그래! 나 개구리다!" 이것이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개구리의 주문이었을까요? 그때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그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마지막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지요. '나는 개구리. 그래 봤자 개구리? 그래, 나 개구리다! 그래서 어쩔래?'라고 소리치는 듯한 개구리의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저는 속이 다 뻥 뚫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어둠의 시간 속에서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한 마디 외침. 그리고 마침내 발견한 진짜 내 모습! 이제 더는 만만한 개구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윤우 글, 그림ㅣ비룡소]
꼬물꼬물 사부작사부작.
할머니의 새하얀 집에 나타난 새끼 고양이들!
할머니 집이 조금씩,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는데...
2015년 블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한국 안데르센 대상 수상 작가 이윤우의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이 담긴
가슴 따뜻한 이야기
이 책의 표지를 보자 저희 아들이 말했습니다. "이 할머니 우리 할머니네! 할머니한테 이야기 들려줘야겠다." 집을 쓸고 닦으며 하얀 집을 유지하는 사명감이 투철한 할머니. 우리 어머니 모습과 너무 닮아서 깜짝 놀랐죠. 게다가 고양이 이야기까지도요. 그 내용을 당신께도 들려드릴게요. 깊은 숲속에 눈처럼 하얗고 예쁜 집이 있었습니다. 그 집에는 하얗고 예쁜 집을 자랑스러워하는 할머니가 살았어요. 하얗고 예쁜 고양이랑 함께 말이죠. 할머니는 하얀 집을 더 하얗게 만들려고 날마다 노력했어요. 그러다 보니 걱정도 점점 늘어 갔죠. '밤에 새들이 들어와 똥이라도 싸 놓으면 어떡하지?' 어떤 날은 너무 걱정되어 잠도 못 잤어요. 할머니는 하얀 집에 뭐라도 묻을까 봐 아무도 초대하지 않았어요. 다행히도 하얀 고양이 덕분에 외롭진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하얀 고양이가 사라졌어요.
며칠이 지나서야, 하얀 고양이가 돌아왔는데... 옆에 또 다른 하얀 고양이가 있었죠. 어느 날 할머니는 깜짝 놀랐습니다. 작고 꼬물꼬물 움직이는 새끼 고양이들이 있었거든요. 할머니는 어쩔 줄 몰랐어요. 하얀 집은 점점 난장판이 되었고 할머니는 계속 정리하고, 치우고, 닦았지만 소용없었어요. 하얀 집을 유지해야 하는 할머니의 질서가 그렇게 무너져버리고 말았어요. 할머니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더는 하얀 집이 아니어도 좋을 만큼, 사랑스러운 새끼 고양이들을 바라보게 되었답니다. 마음을 열기까지 할머니에게도 용기가 필요했을 거예요. 내 질서를 무너뜨리는 결단과 용기. 그 험난한 과정을 겪으며 할머니는 혼자 보다, 함께하는 행복을 알게 되었을 것 같습니다.
개구리와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느낄 수 있었나요? 내 존재를 위협하는 누군가로부터 몸을 숨긴 개구리,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그래, 나 개구리다!"를 외치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 절망의 순간에도 다부진 외침을 뱉어내는 용기의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눈처럼 하얗고 예쁜 집을 가꾸며 살아가는 할머니! 이제 더는 예쁜 집에서 살아갈 수 없게 되었지만, 더 큰 행복을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내 질서를 무너뜨리는 용기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당신에게도 용기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었죠. 그 순간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나만의 주문이 있나요? 용기가 필요한 순간 나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정적인 한 마디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기로 해요.
심장이 뛰는 순간을 맞이해본 적이 있나요?
심장이 뛴다는 건 나에게 기회가 왔다는 뜻이에요.
심장이 두근거리는 무대에 올라서면
필요한 것은 딱 한 가지
그건 바로 '용기'죠.
결정적인 순간에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한마디
저는, '안 돼도 그만이다'를 외쳐봅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 후
욕심 비워내는 주문
안 돼도 그만이다는 마음을 품다 보면
의외로 되는 것이 더 많은 것이
세상 이치였습니다.
어 : 어차피
마 : 마무리는
신 : 신의 뜻이니까요.
(단, 이 주문은 최선을 다했을 때만 먹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