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 속에서도 행복을 미루지 말 것

[산책 네 걸음] 리디아의 정원, 새벽

by 김글향

결혼생활 9년 차로 접어들던 해였습니다. 그때 전 며느리 사춘기에 걸려있었어요. 결혼 후 2년 정도의 신혼 생활 끝에 아이가 생겼고,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합가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우린 딸 같은 며느리, 친부모 같은 시어머니가 되기 위해 서로에게 많은 정을 쏟았어요. 딸이 없었던 어머니를 위해 주말이면 함께 목욕탕에 갔고, 어머니의 세련된 안목에 따라 함께 쇼핑하러 가서 양손 가득 옷을 사 들고 왔으며, 딸 같은 며느리에게 소소한 액세서리를 사다 주는 재미를 안겨드렸습니다. 저 역시도 어머니의 관심과 배려가 특별하고 귀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대로라면 마냥 해피엔딩이어야 하는데 인간의 삶이 과연 그렇기만 할까요? 며느리에게 깨알 신경을 써주시는 어머니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제 삶에 점점 더 깊숙이 들어오셨습니다. 집안 곳곳의 인테리어, 청소, 식단, 심지어 아이 교육에 대한 코치까지 모든 영역을 진두지휘하셨고, 저는 그 의견에 따라야 했어요. 10년을 함께 살아가는 동안 희로애락이 담긴 여러 사건이 있었습니다. 시어머니와 함께 산다고 해서 마냥 힘든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니까요. 어른과 함께 살아감으로 인해 남들보다 더 빨리 깨우친 것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나에게 '자유'가 없다는 것이었어요. 그것으로 인해 감정의 골이 생기기 시작했고, 결정적으로 아이 교육에 대한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자 저는 빵 터져버리고 말았죠.


며느리 사춘기를 겪으며 이대로 계속 내 삶을 '힘듦'에 초점을 맞추고 싶지 않았습니다. 남편을 닦달하거나, 남들에게 하소연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계속되는 좌절 속에서도 내가 원하는 행복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초점은 '일'이었어요. 집안일은 어머니께 맡겨두고, 저는 바깥일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집안일로는 채워지지 않았던 인정 욕구가 회사에서는 듬뿍 채워졌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월급도 받았고, 그 월급에 10%는 양쪽 부모님들의 용돈으로 차곡차곡 적립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도 돈 잘 벌고, 일 잘하는 착한 며느리로 인정을 받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분가하게 되었고 잃어버렸던 '자유'를 되찾으며 삶이 점차 안정되어 갔죠. 순서가 뒤바뀌어 잘못 채워졌던 단추를 풀고, 위에서부터 다시 차근차근 채워나가며 그렇게 행복을 되찾았습니다. 이렇듯 좌절의 순간에도 행복을 미루지 않으려 노력했던 지난날을 돌아보며 두 권의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행복을 기다리기보다 내 안의 밝을 빛으로 행복을 전파하는 소녀 이야기 <리디아의 정원>,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을 향해 노를 저어 나가는 이야기 <새벽>이 두 권의 그림책을 감상하며 행복을 미루지 않는 습관을 길러보도록 할까요?



그림책 산책 <리디아의 정원>

시련 속에서도 꿋꿋하게 행복을 만들어가는 소녀


[데이비드 스몰 그림ㅣ사라 스튜어트 글ㅣ이복희 옮김ㅣ시공주니어]

리디아가 집으로 돌아가는 날, 리디아와 삼촌의 포옹은 보는 사람의 가슴을 뻐근하게 한다. 이제 리디아는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도착했을 때와 같은 기차역이지만 이제는 환하다. "절대로 일손을 놓지 않는" 원예사답게 리디아는 다시 바빠질 것이다. 리디아는 저 넓은 대지를 정원으로, 희망으로 일굴 것이다. 환하다. (출판사 서평 중)

표지를 열고 제일 처음 만나는 장면은 리디아와 할머니가 정원에서 토마토를 수확하는 모습입니다. 한 장을 더 넘겨보면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예감할 수 있어요. 대공황 이후 실업자들이 쏟아져 나온 1935년, 리디아는 아버지의 실직으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지자 외삼촌 집으로 가야 할 처지가 됩니다. 할머니와 함께 짐을 싸는 리디아의 우울한 표정, 이때부터 리디아의 편지가 시작되었어요. 외삼촌한테 쓴 편지에는 슬픔, 설렘, 두려움, 씩씩함 등 다양한 감정이 녹아들어 있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친적 집에 가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은 소녀에게서 꽤 단단한 내면이 느껴졌습니다. 낯선 도시의 크고 컴컴한 기차역. 외삼촌 댁으로 향하는 리디아의 일정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어요. 외삼촌은 도시에서 빵 가게를 하는데, 도통 웃지 않는 무뚝뚝한 분이십니다. 리디아는 타고난 밝음으로 외삼촌한테 시도 지어 드리고, 빵 반죽을 배우고, 가게의 고양이와 친해지면서 점차 도시 생활에 적응해 나가요. 어느 날 비밀 장소를 발견한 리디아는 외삼촌을 깜짝 놀라게 할 '어마어마한 음모'를 꾸몄습니다. 삭막한 가게 건물 옥상에 꽃을 심어, 외삼촌을 위한 멋진 정원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죠. 음모를 계획한 이유는 외삼촌에게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아주기 위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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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디데이. 한쪽 모퉁이에는 작은 테이블이 마련되어있고, 꽃과 식물들로 가득한 옥상 정원으로 외삼촌을 데리고 옵니다. 외삼촌의 표정에 주목해볼까요? 딱딱히 굳은 채로 여전히 웃음은 보이지 않지만, 마음속에서 일렁이는 짜릿한 행복이 느껴졌습니다. 쑥스러워서 미소조차 짓지 못하는 그 마음까지도요. 그 후 아버지가 취직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된 리디아. 기차를 기다리며 외삼촌 가족들과 이별을 마주합니다. 외삼촌은 여전히 웃지 않았지만, 리디아를 꼭 껴안아 주는 그 모습에서 진한 이별의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이 작은 소녀의 모습을 지켜보며, 시련 속에서도 자기 안의 밝은 에너지로 주변을 환하게 밝혀주고 행복을 꽃피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행복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그림책 <새벽>

고요한 새벽, 희망을 향해 노를 저어 가는 행복


[유리 슐레비츠 그림, 글ㅣ강무홍 옮김ㅣ시공주니어]

달이 비치는 고요한 밤 호숫가에서 할아버지와 손자가 새벽에 배를 저어 호수로 나아간다. 배가 호수 한가운데 이르자 새벽빛이 걷히고 산과 호수는 초록이 된다. 검푸른 빛으로 표현되는 어두컴컴한 새벽에서 시작되어 움직임과 따스함이 있는 아침 산에서 끝난다. 시간에 따른 색채 변화를 세심하게 잘 표현하였다. (어린이 도서연구회)

캄캄한 배경 속에 강줄기를 따라 노를 젓는 어른과 아이가 보였습니다. '새벽'을 좋아하는 저는 그림책으로 만나는 새벽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어요. 표지를 넘겨보면 흰 여백에 "부모님께 바칩니다."라는 글이 있습니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말이죠. 그리고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조용하고, 고요하고, 싸늘하고 축축한 호숫가 나무 아래 할아버지와 손자가 담요 속에서 웅크리고 잡니다. 새벽 풍경을 묘사한 글귀에서 왠지 모를 어둠과 아픔이 느껴졌어요.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시간. 실바람으로 호수가 살며시 몸을 떨어요. 느릿하고 나른하게 물안개도 피어오릅니다. 잠을 자던 동물들이 하나둘 깨어나고, 할아버지는 손자를 깨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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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담요를 개고 낡은 배를 물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배는 호수 한가운데로 고즈넉이 나아갑니다. 노는 삐걱대며, 물결을 헤치고 한순간, 산과 호수는 초록이 됩니다. 새벽에 일어나야만 맡을 수 있는 고요한 새벽의 공기! 그 공기를 저도 참 좋아해요. 거듭되는 좌절 속에서 자유에 대한 갈망이 커질 무렵, 오롯이 나에게 주어지는 자유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거든요. 매일 새벽 눈을 떠서 물 한잔, 커피 한잔 마시며 마음을 끄적이던 나날들.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성취감을 한가득 안겨주었던 그 행복을 저는 미루지 않았습니다. 그런 날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어느새 행복을 만드는 습관이 형성되었어요. 위대한 새벽의 발견으로 만족하는 삶을 향해 열심히 노를 저어나가고 있는 저를, 그림책 '새벽'에서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마음 쓰기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찾아요


시련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행복을 꽃피웠던 리디아 이야기를 통해, 행복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고요하고 싸늘하고 축축한 새벽을 맞이하는 할아버지와 손자를 보며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을 향해 열심히 노를 저어 맞이하는 행복! 우리는 온갖 이유로 행복을 미루지만, 어둠 속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당장 어떠한 문제로 행복할 수 없어서

그 행복을 잠시 미뤄두었다면

다음 순간에는 또 다른 이유로

영원히 행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함께 찾아보기로 해요.

20210925_130213.png < 산책 네 걸음_마음 쓰기_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찾아요 >


화려하게 반짝이는 가짜 행복을 꿈꾸며

지금, 이 순간의 작은 행복을 놓치지 말아요

행복을 미루지 않으려면

나에게 묻고 또 물어야 해요.

나는 오늘 어떤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말이죠.

그렇게 작은 행복에 조금씩 초점을 맞추다 보면

어느새 행복하지 않은 것들은 저 멀리 사라져 버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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