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알아주기만 해도 충분했다

[에필로그] 내 마음을 보여주는 거울, 그림책

by 김글향


"소개해주시는 그림책이 너무 좋아서 그런데, 혹시 리스트가 따로 있나요? 있다면 받아볼 수 있을까요?"


그림책 큐레이션 강의를 하고 나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그림책과 관련된 콘텐츠를 생성하면서 얻은 깨달음은 세상에는 정말 많은 그림책이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꽤 많은 그림책을 읽었지만,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껴질 만큼 다양한 그림책이 존재한다. 그래서 큰 주제에 맞게 선별한 리스트는 물론 보유하고 있고, 위와 같은 요청이 들어오면 흔쾌히 전달한다. 하지만 내가 추려놓은 간략한 리스트가 전달받는 이에게 엄청난 위로, 혹은 감흥을 줄 거라 기대하진 않는다. 그건 어디까지나 내 경험에 비추어 정리된 목록일 뿐이니까.


아침에 자고 일어났는데, 얼굴에 여드름이 나서 거울을 본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는 거울의 겉모양보다 얼굴을 비춰볼 수 있는 기능을 더 중요시한다. 그림책도 거울과 다르지 않다. 그림책은 얼굴이 아닌, 내 마음을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은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가시 돋친 말을 들었고, 그 말이 상처로 남았다면 그림책이라는 거울을 사용해서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이때, 거울의 기능을 보기 좋게 정리해놓은 리스트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내 마음을 비춰 볼 이야기를 선택하는 것은 오직 나 자신뿐. 다만, 한 줄의 글자로 간략히 정리해놓은 성의 없는 리스트가 아니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림책으로 마음을 들여다본다. 사실 하는 일과도 관련이 있어서,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도 하다. 이 일을 하면서, 매 순간 내 마음의 온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마음도 체온과 마찬가지로 순간순간 변하고, 모든 다른 마음의 나도 나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날의 날씨에 따라 그에 맞는 옷과 신발, 우산을 준비하며 창밖을 내다보듯, 그날의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누군가가 풀어놓은 삶의 이야기를 따라 나의 이야기가 더해지면, 꼭꼭 숨어있던 자신과 뭉클하게 재회할지도 모른다. 그 순간의 공기 속에서 펼쳐지는 그림책 속 문장으로 적지 않은 위로를 얻게 될 수도 있다. 분주한 일상의 시간과 서서히 펼쳐지는 그림책의 시간.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우리를 발견하게 된다. 안 읽힐 것 같던 책도 마음으로 읽으면 마음으로 다가오듯이, 시간을 갖고 읽다 보면 내 일상에도 조금씩 자신감이 생겨나기 시작할 것이다.


마음을 읽어주는 글을 따라

지금 내 마음이 이렇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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