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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글향 Feb 06. 2023

하찮은 생각도 글로 남겨야 하는 이유

쓰지 않으면 모른다

글을 쓰는 이유를 생각하다가 갑자기 연인들이 흔히들 나누는 대화, 누구든 피해 갈 수 없는 질문이 떠오른다.


자기야, 나 사랑해?

얼마큼 사랑해?

왜 사랑해?


곤란하다 곤란해. 사랑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어서 수치로 따질 수도 없는데, 얼마큼 사랑하고 왜 사랑하는지를 어떻게 안단 말인가. 이 물음에 주제만 달리하여, 글쓰기에도 적용해 본다면.


여러분, 글쓰기 좋아해요?

얼마큼 좋아해요?

왜 좋아해요?


역시 곤란할 것이다. 글 쓰는 곳에 있다 보면 누구든 피해 갈 수 없는 질문일 텐데...  연인들의 대화를 다시 떠올렸을 때, 질문에 대한 상대방의 대답이 "몰라. 그냥. 사랑하는데 이유가 있어?"라고 한다면 어떻겠는가. 그 대답에 점수를 매긴다면 완전 빵점이다. 동그라미 세모는커녕 시원하게 사선을 그어도 마땅치 않을 답변이 되고 만다.


여기서부터는 조금 솔직해져야 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단지, 곧바로 답변하기에는 그만큼 골똘히 생각을 안 해봤을 뿐이다. 그것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하다 보면 저마다의 이유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해 봤다.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 

정확히는 내가 글을 쓰는 이유라 말할 수 있다.  




첫째, 글쓰기는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글을 써야겠다 마음먹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글쓰기 전구가 가동된다. (이건 정말 신기한 노릇이다. 에디슨이 발명한 전구가 머릿속에도 들어있는 것이 분명하다) 글쓰기 전구는 깜박거리다가 뜻하지 않는 타이밍에 번쩍이는 생각들을 떠올리게 해 준다. 평소에는 관심 없었던 사소한 것들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아이가 무심코 뱉어내는 말, 남편의 코믹한 언어, 시선을 사로잡는 글귀의 길거리 간판, 고양이의 이상한 행동.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것처럼 일상에 숨어있는 글감을 바삐 찾아다니게 된다. 그러다 얻어걸리면 바로 제목 짓기에 돌입하고, 제목을 짓고 나면 그것은 글이 되어 내 눈앞에 나타난다. 



둘째,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것들을 알게 된다


이것이 글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것들이 결국 글이 되어 나타나고. 그 글은 미처 몰랐던 내 생각을 읽어보게 만든다.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면 버려졌거나 아예 인식조차 하지 못했을 것들을 알아차리게 한다. 한때 마음을 치유하는 글쓰기가 여기저기에서 등장했던 것처럼, 들여다보고 살펴야 할 내 마음. 눈에 보이지 않아서 모르고 지나쳐버렸던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도 그렇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내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셋째, 글쓰기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느끼게 해 준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하며 자신과 스스럼없이 대화도 나누는 등. 누군가에게 잘 보일 필요 없이, 그 어떤 포장이나 가식 없이, 그저 내 생각을 담백하게 쓰면 쓸수록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나게 된다. 글을 쓰거나 읽는 순간만큼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넷째, 글이 된 내 생각들은 평생 소장할 수 있다. 


쓸모없이 버려지는 생각도 쓰다 보면 쓸모가 생긴다. 글이 된 생각들을 모아서, 브런치 북을 발행하거나 출판하게 되면 나는 그것을 평생 소장할 수 있다. 훗날 죽기 전에 세상을 살면서 무엇을 남겼는가에 대한 물음에도 답을 할 수 있다. 내 이름으로 된 책, 혹은 평소의 생각을 글로 남겼노라고. 



다섯째, 글쓰기는 곧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글을 쓰다 보면 나에게 집중하게 되고, 내가 나에게 주는 관심을 받게 된다. 난 내가 좋아. 나를 사랑해. (팔로 자기 자신을 감싸며) 뽀뽀 쪽쪽. 하는 일반적이지 않은 행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쓰면 쓸수록 물아일체. 어쩐지 내가 나에게 내가 주는 관심이 싫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나르시시스트(자기도취자)가 아니라, 모든 사랑의 시작은 자신이 되어야 하는 것.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선 그 어떤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여기까지가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인 것 같다. 많은 이유를 찾았는데 결국 글을 쓰는 단 한 가지의 이유는 쓰지 않으면 모른다는 것이다. 단, 주의사항이 있다. 글쓰기가 좋다고 너무 글쓰기에만 빠져있으면, 가족들에게 항의받을 수 있다. 현생과 글생이 조화롭게 공존하여야 글쓰기를 더 오래 즐기며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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