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모든 쓸모에 감사하며
어느 작가님의 글을 읽고
세상의 모든 '쓸모'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글루틴이라는 글쓰기 그룹에서 매일 글쓰기를 함께 하고 있는 Alice /이교아 작가님의 글이었다.
붉게 익은 대추를 간식으로 먹다가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이라는 시를 떠올리며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기록한 글이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세상 어떤 것도 저 혼자 이루어지는 것도 없고, 시련 없이 열매를 맺는 것도 없다. 대추 한 알 속에 연결된 세상처럼 글쓰기 과정 또한 혼자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하루하루 짧게 올리는 글이지만 이 시간들이 매일 내게 주어지는 것에 감사하게 되는 저녁이다.
- Alice, '저게 저 혼자 붉어질 리는 없다' 글 중에서
저게 저 혼자 붉어질 리는 없다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분명 스치듯 보았던 글이었는데, '세상 어떤 것도 저 혼자 이루어지는 것도 없고, 시련 없이 열매를 맺는 것도 없다'는 Alice 작가님의 문장이 오랫동안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붉게 익은 대추 한 알이
대추로서의 쓸모를 발휘하기까지,
또 다른 여러 쓸모가 필요했던 거였다.
문장을 몇 번이나 곱씹어 보며 생각해 보았다. 아무렴, 저 혼자 붉어질 리가 있나. 대추 한 알 속에 연결된 나의 세상도 떠올려 본다. 달력 속의 빼곡한 일정들에 나 혼자 바쁘다고 종종거리며, 한숨을 푹푹 몰아쉬던 모습도 스쳐 간다. 나는 오히려 감사해야 했다.
내가 세상에 쓰임이 되기까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도움이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학생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게, 어른이 되어 직장을 다닐 수 있게, 부모가 되어 자식을 보살필 수 있게, 이 모든 것들로부터 내가 쓰이기까지 분명 여러 도움이 있었다. 대추가 저절로 붉어졌다고 여길 만큼,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함을 이제라도 글로 담아본다. 결코 당연한 게 아니었음을 알아차린다.
나를 위한 여러 쓸모도 있었음을...
다소 늦었지만 감사하게 생각한다.
어쩌면 나의 쓸모가 매 순간 갈망했던 대단한 쓸모는 아닐지라도, 나는 여전히 내가 필요한 곳에서 쓰이고 있다. 하물며 이렇게 글을 쓰면서 내 존재에 대한 쓸모를 찾고 있지 않는가.
Alice 작가님의 말처럼, 글쓰기 과정 또한 혼자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험난한 글쓰기 여정에서 함께 걷는 이들에게도 참 감사하다.
쓸모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을 논하기 이전에
쓸모에 들어있는 세상의 모든 감사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 글이 나를 위한 모든 쓸모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쓸모>입니다.